아무거나 군, 정말 안 먹었습니다. 이유식도 싫어했고, 밥을 씹는 건 자신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큰 볼에 갖가지 과자를 쏟아 넣어 함께 먹자며 유혹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영유아시절을 지나왔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과거의 아무거나 군은 말입니다. 그랬던 그가 현재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먹고 있으면서 먹을 걸 찾습니다. 군것질도 제법 합니다. 먹고 싶은 것도 종종 생겼습니다.
"내일 아침은 오랜만에 카레 해 먹을까?"
"오우, 좋아요. 오랜만에 카레 좋습니다."
우리의 저녁은 내일의 카레 생각에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마무리했습니다.
주말이지만 일상은 변화가 없습니다. 늘 하는 새벽 운동을 하고, 시원하게 샤워도 끝냈습니다.
미리 씻어 불려 둔 쌀을 밥솥에 넣어 밥 짓기를 준비합니다.
오늘 아침 메뉴가 카레이니 창고에서 필요한 감자와 당근, 양파도 가져왔습니다. 카레 가루도 챙겨야 합니다.
아뿔싸! 카레 가루가 없습니다. 내 머릿속에는 아직 한 개의 카레 가루가 남아 있는데 주방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황당합니다. 모처럼 노란 카레에서 온천욕을 기대하며 재료들이 개수대에서 애벌 샤워를 준비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오늘의 간단한 아침은 물 건너갔습니다. 잠시 개수대의 채소들을 바라보며 급하게 아침 메뉴를 바꿉니다. 모름지기 주부란 임기응변에 능한 존재입니다. 잘게 잘게 썰어져 노란 온천욕에서 어우렁더우렁 놀았을 채소들은 한 번의 공정을 더 거쳐 온전히 각자의 자태를 뽐내며 상 위를 채울 겁니다.
일단 감자는 볶음으로 정했습니다. 얇게 채 썬 감자에 전기 포토에서 끓인 뜨거운 물을 부어 2~3분 담가 두겠습니다. 감자의 전분을 제거해 서로 들러붙는 것도 방지하고 미리 살짝 익혀 오래 볶지 않아도 포슬포슬한 감자볶음이 완성됩니다. 식감도 끝내줍니다.(아무거나 군의 말입니다.)
애호박은 예쁜 보름달같이 둥글게 썰어 하얀 밀가루 옷을 입힙니다. 여기에 밀가루 반죽외투를 걸쳐 전을 부쳤습니다. 앞뒤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딴 반찬은 그냥 조연이 되는 겁니다.
유일한 홍일점 당근입니다. 세상 요리하기 만만한 계란찜의 데커레이션으로 먹스러움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아침은 볶고, 굽고, 쪄낸 반찬들로 한 상 가득 채워 진수성찬이 되었습니다.
푸짐하고 든든하게, 여유롭기까지 한 주말 아침 밥상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아침은 든든하고 푸짐했으니 점심은 거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진짜 가능한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