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보는 의사가 안부를 묻듯 나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요즘에 나는 타인의 형식적인 안부 말에 오히려 더 위로받고 따뜻함을 느낀다. 주변의 무관심에 지쳐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7개월 전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받았다. 이후 매달 예약된 날짜에 병원을 찾아 몇 가지 검사와 함께 진료받고 있다. 이날도 전달에 예약한 진료 날이다. 이번에는 피검사가 포함되어 있어 예약 시간보다 두 시간가량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검사 결과를 의사로부터 설명 듣기 위해서다. 병원에 도착해 주차하고 곧바로 검사과에서 채혈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 30분가량이 걸린다고 하니 원내 커피숍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자리를 잡고 진하고 달콤한 커피를 주문했다. 조금씩 홀짝이며 마시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일까 평소라면 기다리는 시간이 거북이걸음같이 아주 느렸을 텐데 의외로 빠르게 흘렀다.
지금의 내 몸 상태는 한 달 전에 비해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통증은 더 자주 더 강하게 찾아왔다. 스스로 생각에도 치료 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느끼고 있다. 의사는 나의 대답에 걱정과 의문이 함께인 얼굴로 물었다.
보통의 주부가 얼마나 손을 많이 사용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다음 달에 올 때는 무조건 손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로 합시다.
보통의 주부가 일상에서 얼마만큼 손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는 의사의 이야기에 내 입에서는 대답 대신 먼저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나와 연배가 비슷하거나 몇 살 위인 듯한 그녀가 딴 세상 사람 같이 희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손의 사용을 줄여라! 나는 아직 어린이의 엄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말이다. 여기에다 내 나름으로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일회용품은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런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의사분이 좀 전 나와 비슷하게 특이한 사람이란 듯 웃음을 보이며 이야기했다.
아이들 조금 더럽게 키워도 됩니다. 과학적으로 그런 아이들이 더 건강해요. 그리고 매달 와서 피 검사할 때 주사기, 피 담는 용기 다 플라스틱입니다. 나 같으면 몸 생각해서 일회용품 사용하고 건강해져 피검사 안 하는 게 더 환경에 도움 되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순간적으로 나는 뜨악했다. 정말 나는 무엇을 위해 스스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갇혀 살았는가. 개미 똥구녕만 한 좁디좁은 온통 새까맣고 어두운 내 안에 갇혀 마치 까만 우주로 착각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보통의 우울과 슬픔, 아픔도 유난히 더 크게 보였고 빠르게 곪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마치 누군가 열어주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마트료시카의 가장 안쪽 인형처럼 빛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며 살았다. 이제 내 차례다. 스스로 밖으로 나가자. 더 넓고 큰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자. 나는 나를 자유롭게 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