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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ul 06. 2022

지난 과거에 우리의 미래를 묻다.

나름 의지하며 보낸 시간에 감사하며...

 결혼은 내 마음에 총천연색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다가옵니다. 고작 12색 크레파스 같던 마음이 어느 순간 72색의 생소하고 다채로움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작은 키에 다부진 몸, 무뚝뚝하지만 웃음 사이로 비치는 눈웃음이 매력적인 당신의 첫인상이 좋았어요. 말수가 적어 조용했고, 자랑보다 모자란 점을 먼저 이야기하는 모습이 엉뚱하면서도 순수해 보였어요. 당신이라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탓하지 않고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죠. 나름 서로에게 잘 맞춰진 듯 별 탈 없는 시간이었죠. 그러나 역시 결혼은 둘의 결합이 아니라 가족 간 결합이라는 말이 맞단 걸 증명하듯 삐걱거립니다. 시댁 문제와 초보 육아의 서투름 속에서 잔잔한 바다는 점점 거칠고 험악해지며 위세를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이런 일련의 변화 속에 당신의 감정은 어떤지 앞으로 우리는 어떤 색으로 살아갈지 물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 나에게 추억은 좋은 기억이 층층이 쌓여 축적된 에너지 같아요. 그래서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 사용할 수 있는 거죠. 당신에게 추억은 무엇일까요?

남편: 나는 특별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별 아쉬움도 미련도 없어 그런 걸지 모르겠네. 굳이 생각해 보자면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장소, 시간, 남녀의 제약 없이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좋은 생각이 떠오르네.


나 :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애증의 관계였던 것 같아요. 많이 사랑했지만 그래서 더 미워했던, 좋다 나쁘다 가르기가 힘든 존재예요.

남편 : 나도 비슷할 것 같아. 하지만 감정을 담아 두지 않는 편이라 특별히 사랑하고 미웠다기보다 한 집에서 밥 먹고, 잠자며 자연스럽게 생긴 정이 쌓인 관계.


나 : 당신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요? 나는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과거 어린 나의 기억 속 엄마는 무섭고, 두렵고, 함부로 할 수 없었는데, 지금 어른인 내가 보면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큰 존재예요.

남편 : 나 역시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지. 잔소리가 특히 심했어. 엄마 잔소리 듣는 게 싫어 다쳐도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은 날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지금은 불쌍하지. 아버지 없이 혼자서 고생했는데, 이제는 늙었고 몸도 아픈데, 성정이 그대로여서 자식들에게 대우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


나 : 지금 나와 어머님 사이가 좋은 고부 관계는 아니잖아요. 누구 아픔이 더 큰가 키 재기하듯 서로의 아픔을 외면하는 모습이잖아요. 이럴 때 당신은 어떤 마음이에요?

남편 : 정말 난처하지. 누구 편도들 수 없는 현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이였으면 하는 두 존재가 서로 데면데면하게 으르렁대니, 이해는 되지만 어떻게 받아 들려야 할지 모르겠어.


나 : 나는 감정이 다채로운 72색 크레파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가진 나를 어떻게 생각해요?

남편 : 일단 표현이 정말 많아. 굳이 하나로 표현해도 될 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감정 이야기에 일단 혼란스럽고, 피곤한 느낌이 강해. 그렇다고 당신의 다양한 감정에 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야. 나랑 달라 좀 힘든 것뿐이지.


나 : 그렇게 생각했군요. 저도 어쩌면 당신처럼 단조로운 사람이었어요. 살아보니 대쪽 같은 삶보다 어디든 자유롭게 자신을 내어주는 갈대 같은 유연한 삶을 지향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표현이 과한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럼 앞으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맞춰가며 살아야 할까요?

남편 : 나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며 잘살고 있는다고 생각해. 여태 모든 날이 다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생에 좋은 날만은 너무 재미없잖아. 긴장감도 필요해. 그리고 근심, 걱정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함도 함께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관계이지만 스스로 연민에 취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여유는 없었던것 같아요.  '이슬아의 <깨끗한 존중>에서 바라보고 질문하고 듣고 옮기는 행위'를 통해 한걸음 더 당신에게로 다가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이해하는 삶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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