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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ul 16. 2022

순간에 불꽃이 스며들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아들과 함께다.

 두껍게 내려앉은 구름 사이로 예쁜 바다색인 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인다. 그 아래, 길 위는 길고 두껍게 줄 서 있는 인파가 있다.     

 

 막 도서관 수업을 끝냈다.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하는 아들과 나. 특별한 놀거리를 찾으나 뾰족한 수가 없다. 잔뜩 아쉬움을 묻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난 장아찌. 간장과 식초가 필요하다. 평소에 잘 찾지 않는 마트를 선택해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마트에 다다를 때쯤 인도를 벗어나 인근 아파트 단지 안으로 숨은 인파의 줄이 보인다.

 차 안에서 서로는 눈빛으로 뭐지? 한다. 궁금함에 빠른 주차를 하고 숨은 줄의 끝을 찾는다. 그 줄에 우리 둘도 살포시 보태지며 앞사람에게 궁금한 질문을 던진다.

 인근 미군 부대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부대 개방과 불꽃 쇼를 준비했다고 한다. 설명을 들으며 순간 둘의 눈에서 불꽃이 팡팡 튄다. 잠시의 불꽃이다. 오래 지속되기엔 너무 덥다. 더위에 불꽃 쇼는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장보기를 끝낸 후 더위에 밀려난 미련을 숨기고 인파를 지나 집으로 간다. 애써 외면했으나 아들의 아쉬워하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된다. 장 봐온 것을 정리하다 인파 속에서 온전히 다 가져오지 못한 마음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구와 포개진다.

 포개진 욕구가 빠르게 행동으로 표현된다. 서둘러 간식, 물, 읽을 책을 챙긴 우리는 부대로 간다. 입장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 있으나 줄은 더 길어져 있다. '아, 불꽃 쇼가 뭐라고! 그냥 유튜브 영상을 찾아볼 걸….'

더위가 너무도 쉽게 욕구를 몰아낸다.

    

 길고도 어렵게 들어간 부대 안, 특별한 게 없다. 행사를 준비한 운동장에서만 뭐든 이루어진다. 부대 구경은 할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유료 에어바운스 놀이터마다 줄이 어마하다.

 뭐든 엄마랑 함께 하는 아들이다. 인기 없는 간단한 게임 몇 개 하고 나니 물기 많은 밀가루 반죽처럼 기운이 질척인다. 반면 아들은 얼굴과 몸에서 뽀송송한 개운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다행이다. 좋은 엄마가 된 듯한 착각이 인다. 아들의 개운한 빛이 질척이는 기운에 보태져 나도 뽀송해지는 기분이다.

     

 입장 후 처음으로 길게 늘어선 줄에 선다. 지친 나는 줄에 아들 혼자 세워두고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아 가져 간 책을 읽는다. 해는 벌써 산 뒤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반달이 하늘로 모습을 드러낸다. 살짝씩 얼굴을 들어 줄에 멈춰있는 아들을 본다. 순간 무겁지 않은 산뜻한 바람이 얼굴과 마음으로 스며든다. 한결 가벼워지며, 일순 운동장은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푸르른 청춘이 팔딱거린다. 아무 곳에나 주저앉아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아이들은 그 주위에서 까르륵 웃으며 뛰어다닌다. 풍경 같은 그림 속에 나와 아이도 함께라는 생각이 다소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모든 조명이 꺼진다. 모든 배경이 어둠 속으로 숨는다. 드디어 불꽃 쇼가 진행된다. 함께 큰 소리로 카운터다운을 외친다. "퍼펑, 타탁타타락, 휘유우우웅, 트트특" 요란한 불꽃 소리가 들린다. 사위가 어두워진 밤하늘에 화려한 불꽃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흩날린다.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은 무더위도 자연스럽게 밀려날 거다. 잠깐이다. 순간순간 찾아드는 내 마음의 어둠과 더위도 사라질 테다. 밤하늘에 꽃으로 피어나는 불꽃과 함께 환상적인 순간들을 아들과 함께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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