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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ul 19. 2022

행복이 쌓이는 방법

진작 할 걸....

양동이에 가득 찬 물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에서 쏟아지듯 비가 내리는 날이다.

아들의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은 요란한 빗속을 뚫고 봉사활동을 위해 도서관에 다.

 

우르르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여럿의 발소리가 소리와 장단 맞추며 실내를 요란하게 가득 채웠.

도서관 출입문보다 더 멀리에서 "엄마~엄마~" 소리가 급한 발소리보다 먼저 귀에 닿는다.

우당탕탕 아이 대여섯이 "안녕하세요." 앞다퉈 합창하듯 인사를 건넨다.

"엄마, 우리 반 친구들 단체로 왔어요. "

'오우~이제 제법 친구들이랑 어울리는데'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안도의 소리를 숨기고 나도 인사를 한다.

"응, 안녕"

"엄마, <잘못 뽑은 반장> 책 찾아요. 어디 있어요?"

아들 말 뒤로 반 아이들도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추천 한 책이라 읽고 싶다고 했다.

"검색해 볼게"

"엄마, 엄마, 나한테 먼저 알려줘요"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엄마로 인해 은근 양어깨에 뿌듯함이 얹어진 아들이다.

검색대에서 도서를 찾아 청구 기호를 적어 건넨다.

아이들은 애벌레 같이 뭉쳐진 몸이 되어 우르르 한꺼번에 서고로 달려간다.

"어딨어, 어딨어" 우왕좌왕 다들 마음만 바쁘다.

한참을 쳐다보기만 하다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엄마가 찾아줄까?"

"엄마, 저 먼저예요."

다시 한번 더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아들이다.

"검색해보니 여러 권 있어. 걱정하지 말고 차례대로 빌려가자."

그렇게 <잘못 뽑은 반장> 대여를 끝낸 반 아이들은 기분 좋게 손에 책을 들고 올 때와 비슷한 모습으로 시끌시끌하게 도서관을 벗어났다.


아들은 1학년 때부터 끈질기게 엄마가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하길 원했다.

나의 개인의 사정과 봉사시간이 맞지 않아 아들의 바람을 합리적인 설득으로 마음서랍 속에 넣어 두기에 성공했다. 그렇게 3학년이 된 아들이다. 학기초 어김없이 가져온 안내장을 아들과 함께 읽다 넌지시 도서관 봉사활동에 대한 내 의견을 이야기했다. 아들은 복사꽃보다 환한 얼굴로 나를 꼭 안으며 "감사합니다." 한다.

그러며 앞으로 자신도 자주 학교 도서관에 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크게 기뻐하는 아들 얼굴을 보며 좀 일찍 시작할 걸 했나 싶었다.


아들은 잠에서 깨면 먼저 책꽂이에서 책을 찾아 책 읽기로 시작한다. 책 읽는 게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덕에 하교 후 학교 밖 도서관에서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제비가 먹이를 물어와 새끼 입에 넣어 주듯, 아들은 책 속 이야기의 맛을 보라며 재잘재잘 내 귀에 넣어준다.

나도 미쳐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그림책, 동화책 등 이야기 맛은 육아에 힘든 시간을 보상해주듯 내 안에 행복감을 최대치로 올려준다. 또,  아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시간이 꽤 쌓이면서 내 안의 내적 성장도 일어나게 한다.

당분간은 학교나 학교 밖의 도서관을 함께 이용하며 마음 곳간에 차곡차곡 행복을 쌓아 저장하고 싶다. 그렇게 쌓인 우리의 행복한 순간들이 앞으로 아들의 시간에 힘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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