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전

지금이 딱 맛있습니다.

by 핑크뚱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일기예보로는 전국적으로 오후부터 비를 예상하던데 이곳은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습니다. 저는 아무거나 군을 등교시키고 동아리 모임이 있어 도서관에 갔다 뜻하지 않게 감자를 득템 했습니다. 일명 보슬보슬 맛 좋기로 소문난 하지감자입니다. 봄에 심어 장마가 오기 전 하지에 캐는 감자로 맛도 영양도 최고로 알려져 있죠. 하지감자를 이르게 캐면 알이 작고 맛이 덜하여 장마가 오기 직전까지인 낮이 가장 긴 하지날이 되도록 최대로 키운 감자이므로 맛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먹만 한 크기의 감자를 보자 바로 간단 씨가 생각났습니다. 분명히 술을 사랑하는 간단 씨라면 감자를 보자마자 비도 오니 걸쭉한 막걸리 한대 받아 바삭바삭하고 쫀득쫀득한 감자전을 주문할 게 분명합니다. 저도 그냥 감자전을 상상만 했는데 입에서는 군침이 돌고 식감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감자전을 안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겠죠.


감자전은 은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그만큼 맛은 보장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도 나름 건강할 때는 강판에 일일이 감자를 갈아 전분을 가라앉혀 전을 구웠습니다. 지금은 최대한 몸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니 강판은 눈에도 안 들어옵니다. 간편하게 믹서기로 휘리릭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요게 별 차이 없을 것 같지만 은근 쫀득한 식감 차이가 납니다. 그래도 뭐 지글지글한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내 바로 먹는 감자전은 차이고 뭐고 그냥 사랑입니다.


미리 간단 씨가 좋아하는 막걸리도 샀습니다. 부슬비를 맞으며 텃밭으로 가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청량초도 한 주먹 따 왔습니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 간단 씨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입니다.


먼저 아무거나 군이 먹을 감자전을 우선 구웠습니다. 뜨거워 입술을 최대한 오므려 호호 불어가며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요. 어김없이 엄지손가락을 높이 올리며 엄마 음식이 최고라며 맛있다고 칭찬도 하는 센스 있는 아무거나 군입니다. 맛있을 수밖에요.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가득가득 눌러 담아 만들었으니 당연합니다.


간단 씨는 매콤한 걸 좋아하니 청량초를 듬뿍 넣어 쫀득하고 부드럽게 감자전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청량초로 제 사랑을 표현해 하트로 올려 구워냈지만 퇴짜 놓더라고요. 흥. 칫. 뿡. 제 사랑이 부담스러웠나요.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야죠. 최대한 작게 다져 듬뿍 넣어 구웠습니다. 대만족입니다. 칭찬에 인색한 간단 씨가 기름 묻어 번드르르한 입술로 최고라며 저를 추켜세웁니다. 오늘 감자전은 까탈스런 두 남자를 완벽하게 만족시켰습니다.


장마로 습기가 눅진하게 내려앉아 짜증 날 수 있는 날 뜻하지 않게 나눔 받은 큼지막한 하지감자로 쫀득하고 부드러운 감자전을 만들어 간단 씨와 아무거나 군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봤습니다. 직접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주부로서 행복감이 가득한 저녁 시간입니다. 역시 음식은 사랑이 확실합니다.



<감자전 만들기>

- 필러로 감자 껍질을 벗겨내 믹서기로 갈기 쉽게 잘라 준비합니다.

- 믹서기로 간 감자는 채반에 바치어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 줍니다.

- 물기를 제거한 감자는 볼에 담고 걸러낸 물기는 잠시 그대로 둡니다.

- 잠시 후 물을 따라 버리고 밑에 가라앉아 있는 전분을 감자와 섞어 함께 반죽합니다.

- 감자와 전분을 섞을 때 적당량의 소금을 넣어 간을 합니다.

-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덜어 구워냅니다.

- 간단 씨가 좋아하는 막걸리 브랜드와 청량초를 다져 구워낸 감자전입니다.

- 노동력에 비해 음식량이 적다며 간단 씨가 아쉬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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