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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Aug 30. 2023

쌀떡이면 충분히 행복합니다.

행복이 스미는 날

엄마 이건 뭐예요?
김말이 튀김?
아, 이게 김말이 튀김이군요.


아무거나 군은 떡볶이를 사랑합니다. 엄마가 해 준 떡볶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는 아이.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먹고 싶다고 당당히 요구하는 아이입니다. 세상에 처음이 많은 아무거나 군과(김말이 튀김도 처음인 아니입니다.) 그런 아무거나 군과 함께하는 처음이 많은 제가 벼르고 벼르다 떡볶이 뷔페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아들이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 두끼가 뭐예요?
두 끼? 한 끼, 두 끼, 세끼 하는 두 끼?
아니요. 저기 저 간판에 나온 두끼요.

볼 일이 있어 번화가에 나갔다 아무거나 군의 눈에 들어온 간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질문입니다.

아, 저건 떡볶이 뷔페 전문점이야.
우와, 우리도 가봐요.
음,,,,,, 그래. 다음에 가보자.

달갑지 않은 요구에 저는 뜨뜻미지근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떡볶이 뷔페 전문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아무거나 군은 호시탐탐 그곳에 가길 저에게 종용했습니다. 솔직히 달갑지 않았습니다. 뷔페란 여러 가지 음식을 잔치 상처럼 준비해 놓고 마음껏 먹게 세팅되어 가격이 단품보다는 비싼 식당이잖아요. 분명 딸랑 떡볶이만 먹고 배부르다며 집에 가자고 할 아무거나 군이 눈에 먼저 그려졌고, 그 모습을 보면 제 안에서는 본전 생각이 꿈틀거리며 과식을 부를 것이 당연지사였으니까요. 그러나 이틀 전 급식에 나온 떡볶이 이야기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엄마, 오늘 급식에 떡볶이 나왔는데, 떡이 딸랑 하나 나왔어요.
엥? 떡볶인데 왜 떡이 하나야?
아마 어묵이랑 채소가 있어 떡볶이는 하나만 주셨나 봐요. 떡볶이 먹고 싶어요.

아무거나 군이 학교 급식 메뉴에 나온 떡볶이에 실망감을 가득 담아 이야기했습니다. 어묵은 먹지 않는 아이니 실망할 밖에요. 그 모습에 엄마 마음은 물에 풀어진 휴지처럼 흐물흐물 약해졌고 우리는 뷔페에 가는 걸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무거나 군은 떡볶이만 좋아합니다. 그것도 쌀떡만 좋아합니다. 그러니 본전 생각나지 않게 저라도 미리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항상 아침으로 과일. 채소로 배를 든든하게 했지만 오늘은 가볍게 채웠습니다. 아무거나 군이 하교하는 2시까지 물만 먹고 기다렸습니다. 가벼운 속은 제법 요란하게 음식을 요구했고 그렇게 때 맞추어 우리는 떡볶이를 먹으러 갔습니다.


아무거나 군은 역시나 저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쌀떡만 조금 먹고 배가 부르다며 여기 까지라는 신호로 '퉁퉁' 배를 두드렸습니다. 그러고는 아직 열심히 맛있게 먹고 있는 저를 보며 언제 갈 건지 재차 물었습니다. 이미 예상한 시나리오이나 '언제 갈 거예요?' 질문에 마음이 조급해진 저는 흘낏 찢어진 눈빛으로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며 힘들고 맛있게 떡볶이와 튀김을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먹은 떡볶이는 유난히 더 쫄깃했고, 튀김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무거나 군 덕에 저도 입과 마음이 행복한 한 끼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아무거나 군과 제가 함께하는 처음이 조금씩 쌓이고 있습니다.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에 "행복은 스며들지만, 기쁨은 달려든다."는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저와 아무거나 군에게 오늘은 행복이 천천히 스며든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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