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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ul 26. 2022

더위를 낚는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구나!

장마의 끝을 아쉬워하듯 빗줄기가 새벽을 거칠게 적셔 들었다. 언제 그랬냐 하는 얼굴로 일요일 아침은 말간 하늘이다.

드디어 마당 수영장이 오픈했다. 아파트를 포기하고 주택에 산다는 건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더운 여름 실내외 온도 차가 대서양만큼 큰 게 그렇다.

아들은 활동적이지 않다. 실외보다 실내를 선호한다. 땀 흘리는 것보다 조용히 그림 그리거나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런 아들의 지난 주말은 달랐다. 이번 주일에 아들의 생일이다. 몇 안 되는 친구에게 직접 만든 초대장도 전했다. 초대한 친구들과 함께 놀 수영장도 미리 만들었다.

십여 년 동안 함께 살았으나 이날 새삼 땀이 많은 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초대한 친구를 위해 아빠와 함께 감당하기 벅찬 뜨거운 태양을 고스란히 받으며 마당에 머물렀다. 좀처럼 흘리지 않던 땀도 과하게 흘렸으니 미리 수영장을 체험하겠다며 튜브에 바람도 직접 채우며 바쁘게 움직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혼자서는 심심해 놀 수 없었던 아들이 컸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토요일 도서관 수업에 갔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공원 물놀이장으로 갔다. 코로나로 2년 정도는 물놀이 인원수와 시간을 제한했으나, 올해는 그렇지 않아 활어처럼 활기 넘치는 분위기였다.

예전 같으면 쭈뼛쭈뼛 물놀이장 안으로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도착하자 신나서 소리부터 지르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쏟아지는 물은 두려워 근처에도 가지 못하더니 주변에 튕기는 물을 즐겼다. 그래도 혼자는 심심해 엄마를 끊임없이 유혹하고, 협박했지만 넘어오지 않는 엄마를 뒤로하고 혼자서 잘 논다. 그 모습에 놀랍고 대견한 마음이었다.

지난 주말은 사랑스러운 아들의 성장을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얕은 마당 수영장에서 튜브에 폭 감싸여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올여름 내내 더위 낚을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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