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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Sep 13. 2022

외딴섬

외로움이 이렇게나 아프다.

튀김을 위해 에 부은 기름이 끓어오른다. 온도가 적당한지 확인을 위해 튀김용 반죽 한 덩이를 떨어 뜨린다. 작은 반죽 덩이는 깊이 가라앉았다 숨이 찬 듯 보글보글 유면 위로 동동 떠오른다. 나는 뜬금없이 그 모습에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기름 안에서 홀로 뜨겁게 타들어가며 고통을 참아내는 작은 반죽 덩이. 그 모습이 뜨거운 사막의 선인장처럼 타들어가는 내 마음에 외딴섬을 만들어 몸서리쳐지게 외롭고 아프게 한다.


맏며느리는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실패다. 하늘이 잘 못 점지한 밴댕이 속에 모지리다. 잘하려고, 이쁨 받으려고 아등바등 몸부림쳤던 세월이다. 그 시간은 내 마음에 상처를 상처로 덮으며 높고 넓은 무덤을 만들었다.


매번 더 많은 요구를 받는다. 당연한 듯 내 어깨로 짐이 얹어진다. 버거워 나눠보려 두리번거린다.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그녀다. 자신에게 얹어지지 않은 것에 안도의 숨을 숨기지 않는다. 그 숨의 열기는 고스란히 내 마음의 창을 흐릿하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매번 한다고 해도 싫은 소리가 돌아온다. 십여 년을 반복했다. 끝내 받지 못한 칭찬이라 더 간절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쉽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이라도 하면 과하게 칭찬이 돌아간다. 점점 질투가 나를 파괴한다. 내 상처에 쓰라리게 덧발라진다.


질투는 나를 더 팔팔 끓게 한다. 열기에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에서 내려오고 싶다. 내가 다 타버릴까 두렵다.


불이 꺼진 방에 나를 우그려 눕힌다. 옆방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의 웃음소리는 나를 더 비참하고 날카롭게 찔러 온다. 며칠 전 미안하다며 끝내 눈물을 보인 사람이다. 다 위선처럼 느껴진다. 내가 살기 위해 잠시도 이곳에 머무르기 싫다. 서두른 탓에 잠옷 차림이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을 위로 삼아 뛰쳐나왔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야반도주하듯 차에 올랐다. 빨간 불빛이 줄지어 빠르게 달리는 곳. 빨간 꼬리에 겨우 붙어 있다. 혹시 그 빛에서 낙오하면 영영 갈 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두 손에 힘을 주고 핸들을 부여잡는다.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DJ가 "휘영찬 밝은 보름달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칩니다."며 건네듯 이야기한다.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절대 공평하지 않다. 심술궂은 구름과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제각각의 밝기로  마음에 스며든다.


나에게 외로움이 이야기 건네 온다. '진정한 내 편은 없다. 오직 나만이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은은한 보름달이 외로움에 몸서리치게 아파하는 나와 기어이 만나게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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