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저녁으로 삼겹살을 굽기로 한다. 새콤달콤한 무생채를 무치고, 그동안 만들어 놓은 장아찌들도 나눔 접시에 적당히 덜어 담아낸다. 잘 익은 파김치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내고 기름장도 준비했다. 한 상 잘 차려진 식탁을 보자 먼저 한 쌈 싸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예열한 불판에 삼겹살을 올린다. '지지직' 소리까지 먹고 싶다. 잘 구운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한 곳으로 모아 쉽게 집어 먹게 한다.
노오란 쌈 배추에 밥 한 숟가락, 기름장을 듬뿍 묻힌 고기 두 점, 파김치, 무생채, 마늘장아찌, 고추장아찌를 얹고 끝으로 쌈장까지 올려 크게 벌린 입속으로 넣는 남편이다. 아들은 밥 위에 수줍게 고기 한 점, 무생채 한 올, 쌈장을 얹어 입으로 가져간다.
맛있게 먹는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는 고기가 탈까! 먹는 속도를 못 맞출까! 걱정하며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다.
열심히 먹는 일에 집중하던 남편이 아들에게 말을 건넨다
"아들, 엄마 너무 불쌍하지 않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들이다.
"뭐가요?
"아니. 살을 뺀다며 이 맛있는 고기도 안 먹고, 저녁을 항상 굶는데…. 그다지 살은 그대로잖아!"
아들이 나를 머리부터 쭉 눈으로 훑는다.
"그렇긴 하네요."
순간, 굽던 고기를 팽개치며 그 둘을 도끼눈으로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왜 이러실까? 아! 정말 짜증이 납니다."
솔직히 나라고 변화 없는 내 몸에 실망하지 않았겠는가! 순간 그것을 콕 찔러 말하는 남편과 동의하는 아들이 너무 얄밉게 보였다. 다이어트는 내 평생의 과업이지만, 변화 없는 몸에 재미가 없어 순간순간 다이어트에 관한 생각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많다.
다이어트에서 자유로운 나를 상상하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