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가고 있다. 작가 강연을 신청하고 손꼽아 기다린 날이다. 나와 사뭇 다른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면 설레고 궁금하다. 이런 마음을 세상도 알아차린 듯 벌써 뒤돌아 헤어질 준비한 가을이 더 깊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자동차 뒷자리에는 어김없이 아들이 함께다. 뭐든 엄마랑 하고 싶은 아들이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엄마,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살짝 당황한다.
“음... 꿈을 특별히 가져 본 적이 있나...”
말끝을 흐린다. 솔직히 나도 내 꿈이 뭐였는지, 뭘 원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른다.
“엄마는 솔직히 스스로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생각에 휩쓸려가며 살아온 것 같아 많이 후회돼. 하지만 막연히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 이것도 꿈이라면 꿈이지.”
뒷자리에서 요란한 박수 소리가 들린다.
“오우~ 엄마는 꿈을 이루셨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예요.”
뒷자리를 곁눈질한다. 내 심연에 울컥 파도가 인다.
“고마워. 아들이 그렇게 말해 주니 진짜 감동이다.”
도서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우리의 대화는 몽글몽글 가슴 밑바닥을 간질이는 시간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 강연장으로 들어간다. 아들은 미리 자신이 읽을 만화책을 여러 권 대출해 내 옆에 앉았다. 청중이 생각보다 많아 분위기가 좋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일 거란 생각에 편안한 마음으로 강연을 듣는다. 생각보다 작가님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조근조근 섬세한 목소리가 2시간의 강연 시간을 너무도 짧게 느껴지게 한다. 나는 주책맞게 강연 중간중간 눈 안의 습기가 밖으로 흘러넘쳤다. 이런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이 제법 사내다워진 굵은 손가락으로 내 눈두덩이를 훔쳐준다.
“엄마, 많이 슬퍼요?”
“슬프다기보다 감동적이어서 그래.”
아들이 내 팔짱을 껴오며 바짝 옆으로 몸을 당겨온다. 온몸으로 따뜻함이 전해온다.
강연 중 작가님의 질문에 답하거나 호응도가 높은 분들에게 책을 선물로 줬다. 감사하게도 질문에 답한 나도 책을 선물 받았다. 옆자리 아들은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한다.
“나는 엄마가 기뻐 할 때 정말 좋아요.”
정말 아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랑이다.
나는 아들의 말을 가만히 속으로 되풀이하며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본다. 과연 어떻게 살았나. 스스로 질문해 본다. 타인에 비교하며 볼품없이 작은 존재의 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막연히 어딘가 있을 파랑새를 쫓는 사람이었다는 답을 얻는다.
내 옆에서 존재를 확실히 들어낸 윤기 반들반들 귀엽고 사랑스러운 파랑새를 두고 말이다. 아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나에게 세상의 밝음을 알게 한다. 나라는 사람으로서 존재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게 한다. 지금, 여기에 나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라고 한다. 항상 옆에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든든한 아들에 고맙다. 충분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