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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Dec 22. 2022

산타할아버지의 정체

아이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과연 무얼까?

카톡이 분주했다. 내린 눈이 쌓여 출근길에 힘들었다는 투정이거나, 얼마 만에 보는 눈인지 모르겠다며 감격에 겨운 내용들이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내가 사는 창원에서는 눈 소식보다 기어이 앞서 비가 왔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도 될듯한 부푼 마음이 자리 잡았다.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침 서로의 입김을 불어 누가 더 큰 구름을 만드는지 내기하며 등교를 위해 차에 올라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빠르게 좌석의 열선을 켜며 아들에게 묻는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얼 받고 싶은가요?”

뒷자리에 앉은 아들이 바짝 운전석의 내게 몸을 밀착하며 의심이 가득 묻은 답을 한다.

“산타할아버지는 역시 엄마가 맞네요.”

“엥, 무슨 말이지?”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주신 게 맞는 것 같아요!”

“뭐지! 엄마랑 아빠는 크리스마스에 항상 선물 줬는데….”

“진짜요? 산타 할아버지 선물만 받았던 것 같은데….”

아들이 말끝을 흐린다.

“아니, 어떻게 받은 건 기억 못 하고 네가 준 거는 기억 잘하냐. 서운하게”

“크리스마스에 선물은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거라며 아빠가 줄 선물은 없다고 했어요. 음…. 그럼 제가 크리스마스에 엄마랑 아빠에게 받은 선물이 뭐예요?”

바로 입 밖으로 꺼내려고 한 말을 잠시 다시 자리로 돌려두며 생각했다.

‘혹시, 잘못 이야기 꺼냈다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선물과 헷갈리면 어쩌지!’

“엄마도 무얼 줬는지는 퍼뜩 생각이 나지는 않네.”

그렇게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해 본다. 뒷자리에 앉은 아들이 한동안 말이 없다.

“아들,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하는 크리스마스는 너에게 어떤 기분이야?”

“신나고, 기대되는데요. 내가 생각했던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드린 선물을 받고 산타할아버지는 어떤 얼굴일까, 생각하면 기분 좋아요.”

“그렇구나. 그럼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네가 지금 말하는 엄마일 경우 너는 어떤 기분일까?”

뒷자리가 조용하다.

“음…. 좀 슬플 것 같기도, 아니면 실망스러울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은 초등 3학년이니깐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유치원 때이면 크게 실망했을 것 같지만요.”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킨다는 건 어떤 걸까? 내가 누려보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을 내 아이에게는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아이 마음을 지키는 걸까? 내 어린 시절은 교회가 어떤 곳인지 알지도 가보지도 못했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많은 빨간 날 중 하루였다. 산타할아버지는 책 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 할아버지였던 그 시절. 그래서 내 마음은 지켜지지 않았을까? 아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어린아이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 굳이 감추고 아름답게 포장해야 할까, 스스로 생각해보며 저녁 아들과 그동안 산타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지금은 산타할아버지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더 아이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 줄 것 같은 나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뽀드득’ 하얀 눈밭을 아이 손을 잡고 걷고 싶은 마음이 더 소중한 시간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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