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뚱 Feb 16. 2023

서울깍쟁이

안 된다고 하지 마세요!

"우와, 이 도서관은 느낌이 다르다. 도서관 같지 않아"

"맞아요. 좀 신기한 느낌이에요."

"사진 많이 찍어가자.ㅎㅎ"

수다삼매경에 빠진 우리는 자료실 입구에서야 서로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쉿 쉿" 하며 들어갔습니다.

열람실 입구가 2층이었는데 들어가니 서고가 1, 2층인 구조였습니다. 서고에 빼곡히 자리 잡은 많은 ,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도서관의 전경이  멋스럽고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 옆 공간도 자유롭게 책 읽을 수 있어 군데군데 아이들과 엄마가 함께 책 읽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랄지 좋았습니다.


일단 사람이 있는 곳은 피해 미로 같은 모습인 서고를 핸드폰으로 찍었습니다.

"저기요"

등 뒤에서 누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동적으로 목만 뒤로 돌려봤습니다.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 됩니다."

'우와. 무슨 사람이 말에 감정도 없이 단어만 또박또박 뱉어내지. 혹시 AI 아냐!'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네. 저 말씀하시는 거예요?

"여기서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내가 다녀 본 도서관이 몇 군덴데 사진 촬영 금지라니, 그럼 인터넷 블로그를 찾아보며 넘쳐나게 이곳을 소개한 사람들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자랑스럽게 공개한 간 큰 인간들이란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됐습니다.

 "사진 촬영이 안 된다고요? 그럼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들은 뭔가요?"

대답이 없습니다. 저를 향해 두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 댈 뿐입니다.


저는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투덜거리지만 핸드폰을 바로 가방에 넣었습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나면 찌질이 느낌이니 사서들이 있는 곳으로 가 공개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선생님, 뭐 여쭤봐도 될까요?"

정말 감정 없는 미소로 응대합니다.

"네, 말씀하세요."

"도서관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나요?"

"어디서 오셨어요? 어디에 사용할 사진인가요?"

"개인 블로그에 올리려고요."

사서들 서로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금지는 아닙니다만, 개인 정보 유출 때문에 사람이 없는 곳은 됩니다만...."

말 끝을 흐립니다. 이 말인 즉, 대충 알아듣고 사진 찍지 말라고 둘러 표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사람 피해서 찍으면 된다는 말씀이죠."

"그러니깐, 사람들이 피해가..."

'우이씨, 그러니깐 찍지 마란 소리야, 뭐야!'


지금 저는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서울에 습니다.

저에게 서울은 티브 속 화려한 연예인 느낌이랄까요.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 중 한 곳 같은 느낌 이랄까요. 그만큼 심리적으로 먼 곳입니다.

그런 제가 서울에 왔습니다. 기차로 네 시간 반의 긴 시간 동안 아무거나 군이 주리를 틀어가며 힘들다는 짜증 옆에서 묵묵히 견디며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시간이 아깝고 헛수고 같아졌습니다. 아무 의미 없게 느껴졌습니다. 제발 남은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은 응대도 불친절하고 안 되는 것도 많은 곳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틀째 날인 오늘은 제발!!

매거진의 이전글 산타할아버지의 정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