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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Dec 25. 2022

크리스마스 선물

산타할아버지 마음만큼 자라 있는 아들!

24일, 성큼 어둠이 길 위를 가득 채운 시각. 아들이 주섬주섬 옷을 찾아 입었다.

“어디 려고?”

“엄마,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요. 조심해서 다녀올 테니깐 보내주세요.”

걱정이 가득 묻은 얼굴로 아들을 빤히 쳐다봤다.

“너무 어두운데, 엄마 걱정되는데”

“오래 안 걸려요. 조심히 다녀올게요. 엄마~”

마지못해 허락을 했다.

“알았어. 혹시 모르니 전화기 가지고 가”

“네.”

아들은 얼굴 가득 행복한 웃음을 뽐내며 나를 꼭 안아주며 안심시키고 밖으로 나갔다.


삼십여분이 지나고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조마조마하게 앉아 있던 나는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현관으로 한달음에 나갔다.

밝게 웃는 얼굴로 나갔던 아들이 눈에 눈물 가득 담고 돌아왔다.

순간 너무 놀라 중문을 열어 무슨 일인지 물었다.

소매로 눈물을 쓱 닦으며 아들이 울먹울먹 이야기한다.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따뜻한 커피 사주려고 했는데, 커피 가게가 문을 닫았어요.”

나는 두 팔을 벌려 품으로 차갑게 식은 밤공기를 잔뜩 묻힌 아들을 안았다. 어둡고 차가운 밤거리를 삼십여 분가량 걸어서 왔다 갔다 했을 아들 생각에 마음이 짠했지만, 따뜻해지기도 한 기분이었다.

손, 볼, 귀까지 얼음장처럼 차갑다. 따뜻한 내 손으로 아들에게 붙은 차가움을 떨쳐 버리려 비비며 이야기를 들었다.

“맨날 엄마한테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이번 크리스마스는 꼭 엄마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소리 없던 울음은 내 품에서 대성통곡으로 바뀌며 눈물에 서러움까지 보태 쏟아냈다.

나의 할 말은 길을 잃고 허둥댔다.

“그랬어. 괜찮아.”

울먹임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엄마, 내일 아침에 꼭 사다 드릴게요.”

“고마워, 고마워, 엄마는 네 마음을 가득 받아서 너무 행복하네.”

     

열 살의 아들. 말을 참 이쁘게도 하는 아들. 엄마가 세상 누구보다 좋다고 하는 아들. 이 아들이 언제 이만큼 성큼 컸는지 모르겠다. 아장아장, 꼼지락꼼지락 던 어린 아들이 새삼 오늘은 거대한 산타할아버지의 마음만큼 자라 내 앞에서 울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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