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뚱 Jan 06. 2023

아들이 변했다.

다이어트 2 _새로워질 몸이 새 옷을 향해 달리는 시간.

아들이 변했다. 말캉말캉, 폭신폭신한 내 뱃살이 아이클레이 같아 좋다며 원하지도 않던 찐한 사랑을 고백했던 그다. 그런데 최근 부쩍 부담스러워요, 거대해요, 등의 말로 거리를 두며 엄마인 내 덩치에 품평하기 시작했다. 아, 사춘기가 오나!     


나는 계절의 변화에 예민하다. 자연은 알아서 일 년에 4번씩이나 멋진 리모델링을 해줘 세상사는 기분이 마냥 좋다. 반면 계절에 맞는 옷을 갖춰 입는 건 너무 힘들다. 시시때때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덩치를 늘리니 계절의 변화가 버겁다. 역시나 이번 겨울에도 작년에 새로 산 청바지가 허벅지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매번 이렇다. 스스로 다이어트를 위한 갖가지 방법을 사용했으나 줄어들 기미는 없다.     


최근까지 SNS상에 떠도는 다이어트 후기는 쉽게 나를 유혹해 낚싯줄에 걸리게 했다. 유혹의 크기만큼 효과도 확실했다. 급격히 살이 빠졌다. 신이 났다. 빠진 살 만큼 줄어든 옷이 필요했다. 새 옷을 샀다. 그러나 만족감을 채 느끼기도 전에 요요라는 녀석의 질투가 시작됐다. 새 옷에 흥미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무작정 빠진 무게보다 과한 복리 이자를 계산해 다시 내 몸에 붙였다. 금세 옷장에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 내 몸에 맞춰진 옷들로 빼곡했다. 가진 자의 외로움이란 과연 이런 얼굴인가! 무성한 옷 숲에서 몸에 맞는 옷 찾기는 바다의 진주 찾기보다 힘들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이대로면 고무줄이 탄성을 잃듯 언젠가 내 의지도 바닥을 보일 것이었다. 이번은 달라야 했다. ‘꾸준히’를 이길 방법은 없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솔직히 내가 했던 많은 다이어트는 단기간의 효과에 방점이 찍혔다. 그에 반해 인생은 길다. 잠깐의 행복을 위해 고리대금인 요요를 선택하는 어리석은 짓은 이젠 멈춰야 했다. 그동안 금방 눈에 띄는 빠른 변화에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굼벵이같이 더딘 변화가 성에 차지 않았다. 꾸준히 트레이너와 함께라면 언젠가 굼벵이도 왕좌를 거머쥘 날이 올 거다. 그 기대에 내 마음을 얹어 보기로 했다.     


우선 살 빼면 입을 거라며 모셔둔 옷들을 정리했다. 멀쩡한 것은 기부했다. 깨끗하나 너무 오래돼 입기 부담스러운 것은 과감히 쓰레기 봉지에 담았다. 빼곡했던 옷 숲이 사라졌다. 옷장이 널찍해졌다. 비워진 공간만큼 내 폐로도 숨이 들어찼다. 드디어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만큼 내 마음도 충족되는 기분이었다.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새벽 기상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일어날 때마다 나와의 약속을 생각했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일임을 확인시켰다. 날이 쌓일수록 달이 찼다.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은 내가 대견했다. 그간 숨겨둔 내 마음의 상처가 드러났다. 새롭게 생겨난 튼튼한 마음이 보듬었다. 조금씩 새 마음이 돋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꽤 근사했다. 끈기는 1도 없을 거란 확신에 찬 인생이었는데, 이대로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겨났다.


아들, 긴장해. 후회할 거야. 엄마 올해는 달라질 거니깐. 곧 사라질 말캉말캉, 폭신폭신한 뱃살 그리워 울지나 마라.

올해는 나의 새로워질 몸이 새 옷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 될 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