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게으른 문어 vs 바지런한 돼지

by 핑크뚱

이불 밖은 위험해!


어느 날부터 우리 집에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이불속에서 살고 있는 문어입니다.

무척추동물답게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모든 놀이를 합니다.

아무거나 군의 최대 단점이 문어처럼 팔이 길지 않은 건데, 가제트 팔이라도 가지고 있을까요?

먼 곳의 놀이 도구를 자유자재로 옮겨가며 놀고 있습니다.

싫증도 얼마나 빠르게 느끼는지 도구가 금방금방 교체됩니다.

며칠 전 본인의 최애 웹툰 만화를 빌리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위험한 이불 밖으로 나왔습니다.

에코백에 가득 웹툰을 채워 왔습니다. 덤으로 간식으로 먹을 과자도 몇 개 가지고 왔습니다.

이불속에서 키득키득거리며 아주 신났습니다. 바삭바삭 과자도 맛있게 씹어 먹습니다.

제가 거실에 누워 몰래몰래 지켜보는데 꽤 재미있어 보여 함께 하고 싶어 졌습니다.

레고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좋아하는 어몽어스 캐릭터를 이용해 스톱모션을 촬영할 거라고 합니다.

무대 구경도 방으로 부릅니다. 설명도 누워합니다.

참으로 게으르게 놉니다.

언제부터 문어로 변신했을까요? 점점 사람의 모습을 잃어가는 듯해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문어 인간 배꼽시계는 정확합니다. 4시간 간격으로 배고픔을 호소합니다.

활동이 있긴 있을까요? 있긴 있나 봅니다.


우리 집의 또 다른 동물은 돼지입니다. 돼지는 생각보다 바지런하고 요리도 제법 합니다.

뚝딱뚝딱 아무거나 군이 원하는 것으로 상을 차립니다. 돼지 요리사는 나름 음식 만들기의 철학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엄마가 만든 음식을 맛이 있건 없건 무조건 먹었습니다.

이제 부엌의 주인입니다. 직접 음식을 만들면서 먹을 사람의 입맛을 우선합니다.

모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은 아무거나 군이 엄지 척으로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김밥입니다.

아무거나 군은 맛살 안 먹습니다. 계란지단 안 먹습니다. 그래서 김밥 싸기가 수월합니다.

평소에는 당근 듬뿍 넣어 만들지만 이번에는 당근이 얼마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맛은 보장입니다.

두 줄도 순삭 입속으로 사라집니다.

점점 배는 차고 움직임은 사라져 갑니다.

괜찮을까요?

긴긴 겨울 방학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