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 날이에요? 웬 미역국이에요?"
이 말을 해석하자면 '저 미역국 싫어요'입니다.
"미역국인데 이유가 있어야 해?'
즉각 목소리에 짜증의 옷을 입고 톤은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아니요...... 특별한 날도 아닌데 미역국이라서요."
제 날 선 목소리에 기가 죽은 아무거나 군입니다.
"미역국이 생일에만 먹으라는 법이 있어. 그냥 먹는 거야."
며칠 전 아무거나 군이 한 반찬투정입니다. 긴 방학 탓에 반찬 투정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음식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딱히 특별하게 뭘 먹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뭘 먹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그냥 매일매일 비슷하게 올라오는 반찬이 싫을 뿐입니다. 주부는 다 공감하실 겁니다. 한 가지 반찬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정과 정성이 필요한지 말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린 저에게 말씀하셨나 봅니다. 밥상머리에서 반찬 투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말입니다. 이 말이 목구멍을 간질간질 간질이며 올라왔으나 참았습니다. 기가 죽은 아무거나 군을 보니 미안해졌습니다. 조금 전보다 부드럽게 먹고 싶은 게 뭔지 한 번 더 물었습니다. 모르겠답니다. 단전에서부터 움켜쥔 토실토실한 주먹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걸 막아냈습니다. 참 성질 많이 죽었습니다. 엄마인 저는 아무거나 군이 쭈볏쭈볏하며 눈치 살피는 모습에 마음이 언짢다가도 짠합니다.
머릿속으로 냉장고를 뒤적입니다. 얼마 전 두부 김치하고 남은 두부가 생각났습니다.
"두부조림해 줄까?"
"오우, 좋습니다."
그제야 목소리와 얼굴이 밝아집니다.
"맛있겠다."
기대감으로 한껏 신났습니다.
이런 날은 방학이 버겁습니다. 얼른 개학해 점심만큼이라도 열량과 칼로리에 맞춘 식단표의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방학이니 학교 식단표 생각은 뒤로 하고 냉장고 속에 있는 두부를 꺼내 굽고 양념장을 만들어 맛있게 졸였습니다. 슬라이드 햄도 바싹하게 구웠습니다. 아삭아삭 콩나물도 딱 먹을 만큼만 담에 냈습니다.
다 차려진 식탁에 앉은 아무거나 군, 밥과 반찬을 입으로 떠 넣으며 칭찬도 아끼지 않습니다.
"엄마 요리는 역시 맛있어요."
두부조림은 리필해서 더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다며 엄지손가락 척 올리는 센스는 사랑받을만합니다.
이 맛에 힘들고 하기 싫어도 요리를 멈출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