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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욱 Apr 28. 2023

내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딸 사랑은 가족력

남편은 임신 초기부터  뱃속의 아이가 딸이기를 절히 기도 했다.

이것저것 욕심을 부릴 처지는 아니었지만, 여자 아이가 귀한 시댁의 영향 탓에 남편의 딸 사랑은 뱃속에서부터 지극했다

초음파로 딸 인걸 확인 하고는 세상 행복한 아빠가 되었다. 막상 야리야리한 딸을 제대로 안는 것도 겁내 하면서 딸을 보는 눈은 하트로 빛났다.

가끔 질투가 나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빠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우리 아빠도 딸들을 이런 눈으로 봐주었을까?

아빠가 지금남편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남편의 얼굴에서 돌아가신 친정 아빠의 얼굴이 스친다.


남편과 아빠는 생김새도 비슷하고 더군다나 성격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아빠랑 많이 닮은 작은 아빠 상견례 자리에서 첫마디도 "자네, 나랑 많이  닮았네"였다.

가장 많이 닮은 구석은 착하디 착한 심성이다.

까다로운 친정 엄마를 대하는 것도 딸인 나보다 더 유하고 잘 지냈다.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하지 못하고, 더욱이 자신 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면 무조건 공경하는 착한 사람이다.

때로는 그런 모습 때문에 싸움의 초가 되기도 했지만, 결혼 생활이 지속될수록 남편의 그런 성격은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발휘 됐다.

무조건 내편이 돼주고 우리 친정식구들에게 진심으로 잘하고 무엇보다 친정 엄마랑 잘 지내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실 나는 친정 엄마랑 많은 부분에서 부딪치기도 하고, 또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성격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런 엄마를 상대로 농담도 잘하고 티격태격하는 경우에는 항상 나를 나무라며 친정 엄마 편을 들어 야속하기도 했지만,

고마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남편이 친정 엄마게 소리를 질렀다.

그때, 알았다.

'이 사람 화도 낼 줄 아는구나! 어른에게 대들기도 하는구나!'


사건의 발단을 이랬다.

함께한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에게 눈치채지 못할 만큼씩의 감정의 찌꺼기들이 쌓이고, 이든이가 그것들에 불을 붙이는 단초가 되었다.

남편은 다른 모든 부분에서 관대했지만, 아이가 결부되면 까칠해지는 딸바보였다.



그 당시 나의 몸은 마치 주유소 풍선 인형 같은 상태였다.

부은 몸에 온몸에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옆에서 누가 '툭' 치면 '후드득' 쓰러질 것만 갔았다. 온몸의 관절이 다 분리된 것 같고 손목과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이를 안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탓에 매일 아이를 씻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행인 건 우리를 도와주러 같은 아파트 앞 동에 사는 친정 엄마 저녁이면 아이 목욕과 사위 먹을 것을 챙기려 우리 집으로 출근을 하셨다.

초보 엄마 아빠를 대신할 할머니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다.

아이 목욕 시키는 날이 반복될수록  어깨너머로 보던 남편은 친정 엄마의 손길에 슬슬 불만이 쌓여갔다. 친정 엄마는 우리 삼 남매, 최근에 여동생네 조카 두 명을 돌보면서 육아의 베테랑이었다. 그런 엄마의 손길남편 눈에는 부드럽지도 친절하지도 않게 여겨졌나 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탓에 참는 날이 쌓여갔고 한계점에 다 달아 기회를 봐서 친정 엄마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장모님한테 신세 질 수 없으니 제가 하겠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지금 생각하면 남편은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신생아 목욕이 어찌 쉽겠는가! 더군다나 쫄보가 된 딸 바보에게

성격 급한 친정 엄마와 아이가 어떻게 될까 벌벌 떠는 남편이  함께하는 아이 목욕 시간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터질 것이 터졌다.


엄마는 사위의 답답한 손놀림에  남편은 장모님이 아이를 막 다룬다는 불평이 버무려져 둘 다 어찌할 봐를 모르고 꾹꾹 참는 날이 하루 이틀 쌓여갔다.

서로에게 쌓인 불편한 마음들이 고개를 들었다.

엄마의 짜증 석인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하라고" 란 말에 참고 있던 남편도 장모님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 그만하세요. 내 딸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요!"

순간 집안은 얼어붙었다. 친정 엄마도 질 사람이 아니다. 정적을 깨고 "그러게 자네 딸이니 자네 마음대로 하시게, 애 봐준 공은 없다더니..." 하면서 옷가지를 주섬주섬하시더니 현관문을 '꽝' 닫고 가버렸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남편의 행동이 나는 신기해서 웃음만 났다. 친정 엄마의 노여움이나 남편의 화는 뒤로하고 남편이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장모님에게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황당하고, 웃겼다.

남편은 화가 나 씩씩거리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계면쩍은지 어찌할 봐를 모르고 있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방긋방긋 웃고 있고 나는 이 상황을 만든 아이와 남편을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지금이야 딸바보 아빠의 모습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그런 일 따위는 익숙해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남편의 낯선 행동은 우리를 당황시키기 충분했다. 다음날 집에 오신 시아버지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고 그 길로 친정집으로 가서 사과하는 거로 잘 마무리를 했지만, 남편의 새로운 모습은 낯설었다.

남편의 사랑이 나에게서 아이이동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완벽하게 옮겨진 상태였다.

그렇게 새로운 여자가 남편의 가슴에 파고들었고, 나는 지금도 가끔 남편을 두고 아이랑 경쟁하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다.


"이든아 너는 좋겠다. 아빠 있어서...."

나도 오늘 아빠가 보고 싶다. 

낮잠 자는 엄마의 담요를 아무 생각 없이 슬그머니 뺏어 나에게 덮어주던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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