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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욱 May 09. 2023

엄마의 '돈' 공부-1

아이가 생기고 제일 먼저 든 고민은 건강이었다. 엄마의 건강상태는 아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나이 든 엄마는 불리하다.

하지만 의학적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 한시름 놓는다. 어쩔 수 없는 노산에 임신을 유지하 수 있을지, 아이는 건강할지가 제일 걱정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하늘의 뜻! 늦게 주신만큼 그만한 뜻이 있겠거니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는 점검이 필요했다.

계획에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인생 전반에 대해 다시 절검해야 했다. 그중 제일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돈' 문제였다. 어른들은 '아이는 자기 먹을 거는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지만 태평하게 손 놓고 있을 문제만은 아니었다. 남편의 퇴직은 10년 남짓! 남편의 외벌이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시점이 남편의 퇴직이다.


그동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왔듯 미래도 스스로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책임이 더해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임신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의 현실적 고민의 대답이 "...... 왜?"였을 것이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입을 늘리던지'  '지출을 줄이던지' 그 간단한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만들어야 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얘기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어린 시절 상처와 정서적 불안, 더불어 아이 양육 방식지 총망라한 토론의 장이었다.

경제적 문제를 놓고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문제는 모든 문제 품고 있다.

남편과 나는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 살림 때문에 부모님 두 분 다 바쁘셨고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부재가 힘든 장남 장녀였다. 부모님에게 이렇다 할 투정 따위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응석을 부릴 상황도 아니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듯 두 아이는 철이 일찍 들어 버렸다. 철이 일찍 든 아이 가슴에시린 구멍이 있다. 나도 남편도 그랬다. 그런 이유에서 남편은 내가 아이 양육에 전념하기를 바랐고. 우리는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그럼 다음 방법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이론적으로 둘에서 셋이 되는데 생활비가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될 리 만무하다.

수입은 고정이니 지출을 통제해야 했다. 점검에 들어갔다. 사치와 쇼핑을 즐기지는 않았으나, 각종 모임이나 지인들의 관계에서 사람 좋은 소리를 들을 만큼 남편은 밥과 술 사는 것을 좋아다.

크게 지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횟수가 잦았다. 그동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으니 행동도 바뀌어야 했다. 그리고 양가 어른들에게 드리던 용돈과 선물의 액수를 조절했다. 죄송하기는 했으나 부모님들은 그마저도 부담스럽다 하셨지만, 내 자식 키우자고 자식도리를 저버릴 수는 없으니 조정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큰 지출을 차지했던 여행 취미생활은 5년 동안 지 않기로 했다. 가장 힘든 일이라 생각했던 이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의 수혜를 입어 수월하게 지켜졌다.

이렇게 하니 둘만의 생활비 지출 항목에 아이를 위한 지출 항목을 끼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출산 준비물은 대부분 두 살 터울 조카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으며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 이것이 남편의 불만이 쌓여가는 지점이 되었지만 그때는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이제 제일 큰 문제, 미래의 돈 문제 였다.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이때부터가  공부의 시작이었다.

먼저 아이의 돈과 부부의 돈을 구별했다.

아이를 위한 종잣돈 만들기에 돌입했다. 제일 먼저 임신을 하니 '임신 축하금'이라는 명목의 돈을 나라에서 주었다. 내 친구들은 받지 못한 늦은 출산이 준 선물이었다. 아이로 인해 생기는 모든 돈을 아이를 위한 종잣돈으로  만들기로 했다.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월급쟁이니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아이로 인해 늘어나는 지출은 둘이 쓰던 생활비를 줄여 충당하고 아이로 인해 생기는 부수입들은 미래의 돈으로 만들었다. 임신 축하금, 출산지원금, 양육수당, 아동수당 모든 것이 아이통장에 쌓여갔다, 더불어 부모님, 친척들, 지인들을 만나면 아이에게 쥐어주시는 용돈까지 모두 아이 것으로 고스란히 모았다.

다른 방법을 몰라 모으기만 했던 것들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한 바퀴 스스로 몸집을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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