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2번.
상징과 은유가 많은 이 작품은 정신병원에 수감된 한 난쟁이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서술되는데, 이는 독일의 과거에 대한 회고를 의미해줍니다. 다음은 작가에 대한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입니다. "양철북을 통해 인간들이 떨쳐 버리고 싶었던 거짓말, 희생자와 패자 같은 잊힌 역사의 얼굴을 블랙 유머가 가득한 동화로 잘 그려 냈다."
<< 오스카, 나의 시선 >> - 30살 남자로 태아때부터 뛰어난 지적 능력을 소유한 천재입니다. 그러나 어른들의 추악한 세계를 혐오하여 일부러 높은 곳에서 추락해 성장을 멈추게 만들어버립니다.
* 나는 정신 병원에 수용된 환자다. 나의 간호사는 거의 한눈도 팔지 않고 문짝의 감시 구멍으로 나를 지켜본다. 하지만 간호사의 눈은 갈색이기 때문에 푸른 눈의 나를 들여다볼 수는 없다
* 나를 사랑하는 것이 그들에겐 재미거리이다. 그들은 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 자신을 소중히 여기려고 존경하며 알려고 한다.
* 나는 태어났을 때 이미 정신적 성장이 완결되어 있어서, 나중에는 단지 그것을 확인하기만 하면 될 뿐인 그러한 총명한 갓난아기였다. 태아였을 때에는 외부로부터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만 귀를 기울였으며, 양수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나는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오스카가 세 살이 되면 양철북을 사줘야지."
* 나는 그것, 즉 북을 가지고 있다. 톱니 모양으로 빨간색, 흰색으로 칠한 새 북이 바로 내 배 앞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나는 의기양양하고 엄숙한 얼굴을 한 채 북채를 양철 위에서 교차하고 있다. 나는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 나는 세 살짜리 어린애 그대로 머물렀지만, 세 배나 현명한 어린애였다. 즉 모든 어른보다 키는 작으나 그들을 능가하였고, 자신의 그림자를 어른의 그림자로 재려고 하지 않았다.
* 나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 전에, 적당한 수준에서 무마를 하기 위해 성장 중단에 대한 그럴 듯한 이유를 내 편에서 마련해야만 했다. (···) 추락 사고는 이미 어른들에 의해 분명하게 해명되었다. 모두들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우리 집의 꼬마 오스카는 세 살 생일 때 지하실 층계에서 떨어졌다. 다만 그곳은 아무데도 없다. 다만 전혀 자라지를 않는다, 라고.
* 나에게는 소문자 abc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성인을 지칭하는 키 큰 사람들이 엄연히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나는 문자에도 소문자 abc와 대문자 ABC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 나는 라스푸틴의 책장 절반 이상을 장난 삼아 갈기갈기 찢는 시늉을 하면서 그것을 조심스럽게 말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북을 치는 방 구석으로 들어가 스웨터 밑에서 종이 조각들을 꺼내 주름을 펴고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하여 (···) 비밀리에 독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 어머니는 (···) 어떤 때는 장난으로, 어떤 때는 슬픈 듯이 오스카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혹은 나의 조그마한 난쟁이라고, 혹은 나의 가엾은 가엾은 난쟁이라고.
* 나는 북으로 폴란드를 찾는다. (···) 폴란드는 아직 잃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북을 두들기는 것이다.
* 군중 집회를 여섯 차롄가 일곱 차례 망쳐버리고, 세 차례인가 네 차례 행진과 분열식을 내 북으로 흩뜨려놓았다고 해서 나를 저항의 용사로 보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 오스카는 북으로 그들에게 무엇을 쳤던 것일까? (···)양철북으로 갈색의 군중 집회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말인가? 나는 그러한 모든 일을 했다. 여러분도 인정해 주시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이 그렇다면 정신 병원 환자인 나는 저항의 용사인가?
* 어머니는 나에게서 난쟁이를 보았어요. (···) 그녀를 좋아했던 사람이나 가게 손님들 모두가 말하지요. '난쟁이가 북을 쳐서 그녀를 묘지로 데려갔다. 오스카 때문에 어머니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난쟁이가 어머니를 죽였다'라고 말입니다.
* 한 사람의 양철북 주자가 살았다. 그의 이름은 오스카였다. 그가 장난감 가게에서 끌려나가고 가게가 폐허가 되었을 때, 그는 자기와 같은 난쟁이 양철북 연주자게게 고난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예감했다. 그래서 그는 가게를 나오면서 잡동사니의 산더미 속에서 성한 북 한 개와 덜 망가진 북 두개를 골라내어 목에 걸고는 병기창 거리를 떠났다.
*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도 그대를 사랑하는가? 나 또한 나를 사랑한다.
* 언젠가는 어떤 박물관에서 나의 부서진 악기에 흥미를 나타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미 몇 다스의 양철북이 지하실에 쌓였을 때였다. (···) 어느 날 양철북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거나, 귀하게 되거나, 아니면 금지되거나 완전히 절멸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 내 북이 폴란드의 피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 폴란드가 패배해 붉은색과 백색을 잃는 것이 그들에게 중요하다고 해서, 내 북도 본래의 빛깔을 의심받아 새로운 칠로 그 본색을 잃어야 한단 말인가? 폴란드 따위는 아무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찌그러진 양철북이다, 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점차로 자리잡았다.
* 며칠만 지나면 나의 열다섯번째 생일이 다가온다. 여느 해의 9월과 마찬가지로 나는 양철북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이 세상 모든 보물들을 포기하면서 나의 생각은 다만 변함없이 흰색과 빨간색으로 래커칠한 양철북을 향하고 있었다.
* 오스카는 자신이 난쟁이라는 사실, 그리고 세 살짜리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들이 오스카를 붙잡아 친위대의 공용차 속으로 밀어넣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를 시립 병원으로 싣고 가려고 했다. 그때 오스카는 얀이, 불쌍한 얀이 멍청하고 행복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위로 들어올린 손으로 몇 장의 스카트 카드를 쥐고 있었으며, 왼 손에 든 한 장의 카드로 떠나가는 자식인 오스카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 오스카는 아저씨처럼 친절하게 대해 주는 두 명의 향토 방위대원에게 (···) 고발하는 손짓으로 그의 아버지인 얀을 가리키며, 이 사나이가 순진한 아이를 폴란드 우체국으로 끌고 가서 폴란드식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방탄막이에 이용했노라고 말한 것이다.
* 아무리 슬플지라도 이 말만은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북, 아니 나 자신, 북을 치는 오스카는 처음에는 나의 불쌍한 어머니를, 다음에는 얀 브론스키를, 나의 아저씨이자 아버지를 묘지로 보냈던 것이다.
* 오스카는 사랑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랑에서 벗어나 다른 사랑을 찾다가 그때마다 다시 이 사랑의 얽힘으로 되돌아와서 이 사랑을 증오하였다. 마침내 이 사랑을 그가 사랑으로서 연습하게 되고, 이것이 유일하고 가능한 참된 사랑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변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 여기에 한 아들이 있다! 그 애가 세 살이 되면 양철북을 사주리라.
<페이지 생략><귄터 그라스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