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부드러워? - <로미오와 줄리엣>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73번.

by 이태연



4대 비극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입니다. 두 주인공이 모두 죽는 비극임에도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에 비해 작품성 면에서 밀리는 점, 등장인물의 성격적 결함이 아닌, 주변 환경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기 때문에 비극적 결함(Tragic flaw)이 반영되지 않은 점, 태어나고 보니 원수 집안이었던 주인공들이 사랑을 하다 죽게 되지만, 결국 두 가문은 화해를 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4대 비극에 속하지 못하게 됩니다. 비극적 요소들을 사용해서 만든 '슬픈 희극' 이라는 형태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4대 비극의 줄거리는 잘 몰라도, <로미오와 줄리엣> 줄거리는 거의 알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1954년 - < Romeo and Juliet >



<< 로미오의 말 >> - 원수 집안의 가장무도회에서 줄리엣에게 반하고 맙니다. 담장을 넘어 창가에서 그녀를 만나고 신부님의 주례로 몰래 결혼식을 치르게 됩니다. 그러나 줄리엣의 사촌오빠 티볼트를 죽이게 되면서 쫓기는 몸이 됩니다. 결국 로런스 신부의 편지를 받지 못한 채, 죽은 줄리엣 옆에서 독약을 먹고 죽고 맙니다.


* 사랑이란 한숨으로 만들어진 연기인데 정화되면 연인 눈에 반짝이는 불길이고 성질내면 연인의 눈물 먹고 자라는 바다야. (···) 신중한 광기이고, 숨 막히는 쓸개즙, 썩지 않는 단 것이지.


* 모든 것 다 보는 태양도 그녀와 견줄 만한 여자는 태초 이래 못 봤어.


* 사랑이 부드러워? 너무나 거칠고 난폭하고 시끄럽고 가시처럼 찌르는데.


* 다쳐 본 적 없는 자가 흉터를 비웃는 법.



1968 - < Romeo and Juliet >



<< 유모의 말 >> - 젖을 먹여 키운 줄리엣을 자식처럼 예뻐하며 로미오와의 사랑을 도와줍니다. 그러나 로미오가 살인을 저지르자 파리스 백작과의 결혼에 찬성합니다.


* 여자 배는 남자가 불려요.


* 성당으로 급히 가요. 나는 길을 달리 잡고 아가씨의 애인이 어두워지자마자 둥지로 올라갈 사다리를 가져올 테니까. 아가씨의 기쁨 위해 천한 일은 내가 해요.


* 신뢰도 믿음도 정직도 남자에겐 없답니다. 모두가 위증하고 거짓되며 사악하고 사기꾼들이에요.




1968년 - < Romeo and Juliet >




<< 줄리엣의 말 >> - 13세입니다. 무도회에서 정체를 감춘 로미오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집니다. 로미오가 추방당하고, 파리스와 결혼할 것을 종용받자 신부가 준 독약을 먹은 후 가짜로 죽어 가족묘로 옮겨집니다. 그러나 깨어난 후 죽어있는 로미오를 보고 단검으로 자신을 찌릅니다.


* 하나뿐인 미움이 하나뿐인 사랑을 낳다니. 모르고 너무 일찍 만났고 너무 늦게 알았다. 혐오스러운 원수를 사랑해야 하다니.


* 그대 혀가 내놓은 말 내 귀로 마신 것이 백 마디도 안 되지만 그 음성은 알아요. 로미오가 아닌가요?


* 귀한 행운 속히 잡자!


* 순한 밤, 정다운 칠흑빛 밤이여. 어서 와서 로미오를 내게 주고 이 몸이 죽게 될 때 그이를 잘게 썰어 조각 별을 만들어라. 그러면 온 하늘은 너무나 찬란하여 세상 사람 모두가 밤을 사랑할 것이며 현란한 태양은 숭배하지 않을 거다. 나는 사랑이란 이름의 저택을 샀으나 소유하진 못했고 그이에게 팔렸으나 즐거움은 아직 없다.




1968년 - < Romeo and Juliet >




* 오, 꽃 얼굴 뒤에 숨은 독사의 심장이여! (···) 당신은 뭣 때문에 지옥에서 그렇게도 아름다운 육신의 낙원 속에 마귀의 영혼을 집어넣은 것입니까? 그렇게 저급한 내용을 그토록 아름답게 담은 책이 있었을까? 오, 화려한 궁전에 거짓이 머물다니!

* 만약 수사님이 날 죽일 심산으로 (···) 체면 잃지 않으려고 교묘하게 조제한 독약이면 어떡하지? (···) 내가 만약 오래된 저장고, 가족묘 안에서 지나간 수백 년 동안에 장사 지낸 내 모든 조상들의 유골이 빼곡한 곳, 피투성이 티볼트가 아직도 말짱한 시체로 수의 속에 썩는 곳, 그리고 소문처럼 유령들이 밤중에 몰려드는 그 곳에서 아아, 슬프다! 너무 일찍 깨어나면 무슨 일이 있잖을까? (···) 으스스한 것들에 둘러싸여 조상들의 뼈다귀로 미친 듯 장난치고 만신창이 티볼트의 수의 찢고 꺼내면서 광분하는 가운데 친척의 뼈 몽둥이 휘둘러 절망에 찬 내 머리를 까부수지 않을까?


* 난 이렇게 키스하며 죽는다. 오, 행복한 단검아. 이게 네 칼집이다. 거기서 녹슬며 날 죽게 해 다오.




1996년 - < Romeo and Juliet >




<< 로런스 신부의 말 >> -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잃고 맙니다. 두 사람이 죽은 후 해당 사건의 증인으로 서게 됩니다.


* 그처럼 격렬한 기쁨은 끝 또한 격렬하여 입 맞추며 폭발하는 불꽃과 화약처럼 절정에서 사라진다. 꿀이 너무 달다 보면 감미로움 자체가 싫증을 일으키고 정작 맛을 보았을 땐 욕구를 없앤단다. 적당히 사랑해라. 긴 사랑은 그렇단다. 너무 빨리 도착해도 너무 늦은 지각이야.


* 사랑하는 사람은 짓궂은 여름 바람 맞으며 한가로이 나부끼는 거미줄에 올라타도 안 떨어진다지. 덧없어라, 세상 기쁨.


* 저는 그녀에게 - 제 의술에 의거하여- 수면제를 주었는데 그 물약은 의도대로 효력을 발휘하여 그녀 몸에 죽음의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사이에 로미오에게는 무서운 이 밤에 여기 와서 그녀를 약효가 끝나는 시간이 됐으니까 잠시 빌린 무덤에서 꺼내야 한다고 썼지요. 하지만 제 편지를 몸에 지닌 존 수사가 사고로 지체됐고 (···) 제가 여기 왔을 때, 고귀한 파리스와 진실된 로미오가 때 이르게 죽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깨어났고, (···) 사태를 보아하니 자해한 것 같습니다. (···) 이 늙은 목숨을 최고로 가혹한 법에 따라 때가 오기 조금 전에 바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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