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87번.
과거는 묻히거나 잊힌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표현해 낸 작품입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죽어 간 생명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며 살아가던 한 남자가, 과거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뉴욕 타임즈는 아서 밀러를 일컬어 "사람이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져야 할 책임에 대해 강력한 신념을 가진 작가" 라고 칭합니다.
<< 조 켈러의 말 >> - 크리스의 아버지로 자수성가한 군수품 제조 공장 사장입니다. 아들들에게 물려줄 사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결함이 있는 실린더 헤드를 군에 납품합니다. 그 결과 스물한 명의 젊은 조종사들이 죽게 되지만, 동업자이며 이웃인 스티븐만 감옥에 가게 되고 자신은 죄의식이 마비된 채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버지 대신 속죄하겠다며 자살비행을 한 래리의 편지를 보고 난 후, 자신도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 반시간마다 소령이 실린더 헤드를 찾는 전화를 걸었어. 전화로 그들이 우릴 채찍질했다. (···) 그러다 느닷없이 금이 간 한 묶음이 나온 거야.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게 비즈니스라는 거지. 아주 가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금이었어. (···) 그런데 ······ 그 사람은 배포가 작은 사람이었어. (···) 그래서 그 사람은 자기 연장을 꺼내서 그렇게······ 금이 간 곳을 메워 버렸지.
*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기가 뭔가를 이루었다는 걸 느끼고 싶어 하는 법이야. 내게 유일하게 이룬 것은 내 아들이다.
* 나는 절대로 그들이 그걸 사용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하느님께 맹세하지. 누군가 이륙하기 전에 저지할 거라고 생각했어. (···) 그런데 몇 주일이 지났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 그래서 난 그들에게 말하려고 했다. (···) 너무 늦어 버렸어. 신문에, 신문 1면이 온통 스물한 대가 추락했다는 기사로 뒤덮였지. 그땐 너무 늦어 버렸다.
* 난 혼자선 하루에 25센트만으로도 충분했어. 하지만 내게는 가족이 있었고, (···) 내가 그 녀석 아버지고, 걔는 내 아들이니까. (···)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당신이 그 애에게 말해. 알겠어? 나는 자기 아버지고 자기는 내 아들이라고.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뭔가가 있다면 난 내 머리에 총을 갈기겠다고!
* 그 전쟁에서 공짜로 일을 한 사람이 누구냐? 사람들이 공짜로 일해 주면, 나도 공짜로 일하겠다. 사람들이 돈 받기 전에 총과 트럭을 디트로이트로 선적했을까? 그 돈은 깨끗한 거냐? 그 돈은 달러, 1센트, 10센트 동전이다. 전쟁 때나 평화로울 때나, 똑같은 5센트, 10센트 동전이라고. 뭐가 깨끗하단 말이냐? 내가 감옥에 간다면 이 빌어먹을 나라 절반이 감옥에 갇혀야 해!
* 그 애는 내 아들이었어. 하지만 래리는 그들 모두가 내 아들이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생각에도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군.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아.
<< 케이트 켈러의 말 >> - 켈러의 아내입니다. 작은 아들이 아버지의 행위에 대한 죄의식으로 자살비행을 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편의 죄를 감싸고 은폐하려 합니다.
* 남들이 하라는 대로 생각하지 마라. 네 마음속 소리를 들어. 오직 네 마음속 소리를.
* 넌 네가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널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 크리스, 너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얼마나 미워할 수 있는지 모르지. 세상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정도로 미워할 수도 있는 거야.
* 진짜로 모든 애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통탄하게 되는구나. 우리가 너희를 위해서 어떻게 일하고 계획을 했기에 너희가 결국 우리보다 나아진 게 없게 된 건지.
* 모두 다 보내버리라지! 얘야, 네 동생은 살아 있어. 왜냐하면 그 애가 죽었다면 네 아버지가 죽인 게 되기 때문이야, 이제 날 이해하겠니? 네가 살아 있는 한 그 애도 살아 있어. 하느님께서는 아들이 제 아버지 손에 죽도록 내버려 두시지 않는단다, 이제 알겠니?
<< 크리스의 말 >> - 부하장병들의 희생을 담보로 살아가고 있다는 죄의식과, 죽은 동생의 존재에 대해 상실감을 품고 살아갑니다. 번창해가는 아버지의 사업으로 물질적 성공을 이루고 동생의 약혼녀였던 앤과 결혼을 약속하지만,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된 후 집을 떠나게 됩니다.
* 절대로 삶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우리는 결코 오지 않을 기차를 기다리면서 정거장에 머물러 있는거나 마찬가지예요.
* 그러면 P - 40 기종을 조종한 건 누구죠? 돼지들이었나요?
* 언젠가 며칠이나 비가 오고 있었어. 그런데 한 어린 병사가 나한테 와서는 젖지 않은 자기 마지막 양말 한 컬레를 내 주머니 속에 넣더라고. (···) 내가 데리고 있던 애들은 말이지, 그런 남자들이었어. 그들은 죽은 게 아니라, 서로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걔들이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다들 오늘 여기 살아 있을 수 있었다는 거. (···) 나는 고향에 돌아왔어. 그런데 믿을 수가 없었어. 나는 ······여기서는 그런 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야. 그 모든 게 이곳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버스 사고 같은 거였어.
* 그 어떤 짐승도 제 종족을 죽이지 않는데, 아버지는 뭐예요? 제가 아버지에게 뭘 어떻게 해야만 하죠? 아버지 입에서 그 혀를 뽑아내야만 하는데, 저는 뭘 어떻게 해야 하죠?
* 나는 이 집에서 겁쟁이가 되어 버렸어. 왜냐하면 아버지를 의심하면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집에 돌아온 그날 밤, 지금 알고 있는 걸 내가 알았더라면, 아버지는 지금쯤 지방 검사실에 계실 거고, 그리고 내가 아버지를 거기로 데려갔겠지.
* 저는 아버지를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어요! 제가 좀 더 사람다웠다면 아버지를 감옥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저는 지금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아요. 이제는 현실을 따지게 된 거예요. (···) 이제 저는 현실을 알게 됐고, 저 스스로에게 침을 뱉어요. 저는 떠날 거예요. 지금 바로.
* 단 한 번만이라도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계가 있다는 것과 거기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아는 것 말이에요. 만일 그 걸 모르신다면 두 분은 당신 아들을 저버린 거예요. 왜냐하면 그게 바로 래리가 죽은 이유니까요.
<< 조지 디버의 말 >> - 감옥에 있는 스티븐의 아들입니다. 아버지에게서 진실을 듣게 되고, 동생 앤의 결혼을 말리러 옵니다.
* 너희 아버지가 자기가 모르는 채로 자기 공장에서 121개의 실린더 헤드를 대충 고쳐서 선적하게 놔두는 경영자야?
* 아저씬 그냥 우리 아버지더러 조종사들을 죽이라고 말하고선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거라고!
<< 짐 베일리스의 말 >> - 조 켈러의 이웃에 살고 있는 의사입니다.
* 크리스는 돌아올 거예요. 우리 모두 돌아오게 마련이죠. (···) 프랭크 말이 맞아요······. 누구나 별을 하나 갖고 있다는 거요. 자신의 정직함이라는 별을요. 우린 그걸 찾기 위해 인생을 다 써 버려요. 그런데 그 별은 일단 빛이 꺼지게 되면 다시는 빛을 발하지 않거든요. 저는 크리스가 아주 멀리 가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자신의 별빛이 사라지는 걸 보기 위해서 그저 혼자 있고 싶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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