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무오피아 오보도 디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71번.

by 이태연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영국이 나이지리아 지역에 본격적으로 침입해 오기 시작한 19세기 말 무렵입니다. 나이지리아의 토착 전통 체제는 1960년 공식적으로 독립을 이룰 때까지, 외세의 무력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맙니다. 작가는 우무오피아 마을이 서구 세력에 의해 폭력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그려내며, 문화적 접촉과 교류에 있어 관용의 폭을 넓혀 줄 것을 주문합니다.



<< 작가의 시선 >> - 오콩코는 불같은 성격의 남자로 우무오피아 마을의 촌장이 되는 게 꿈입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실수로 마을에서 추방당해 유배생활을 하게 됩니다. 7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돌아오지만 이미 부족민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학교와 법원을 세운 백인들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오콩코는 서구 세력의 침입에 맞서 싸울 결심을 하며 파국에 치닫게 됩니다.


* 그는 평생 어떤 두려움 속에 살았는데, 그것은 실패와 유약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 그 두려움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것이었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 즉 그가 아버지를 닮은 것같이 보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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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콩코에겐 많은 젊은이들이 인생에서 흔히 갖는 정도의 출발점도 없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곳간 하나 물려받지 못했다. 물려받을 곳간이 없었던 것이다.


* 모든 유능한 농부들이 그렇듯, 오콩코도 첫 비가 오자 종자를 심기 시작했다. (···) 그해 추수는 장례식만큼 비통했고, 많은 농부들이 형편없이 썩어 버린 얌을 캐면서 울었다. 한 남자는 나뭇가지에 천을 걸고 목을 매고 말았다. 이후 평생 오콩고는 이 참혹했던 때가 떠오르면 치를 떨었다. (···)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해를 견뎠으니, 난 무엇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야."


* 그가 가난과 불운에 맞서 얼마나 무자비하게 싸워 왔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성공할 만한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은 바로 오콩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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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과 동굴의 신이 그렇게 말씀하셨네. 관례대로 아이를 우무오피아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곳에서 죽일 것이네. 하지만 자네가 이 일에 절대 관여해지 않길 바라네. 그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불러 왔네." (···) 왜 오콩코는 맨 뒤로 갔을까? 이케메푸나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뒤를 돌아보기가 두려웠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남자가 다가와 도끼를 치켜들자, 오콩코가 눈을 돌렸다.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가 떨어져 땅 위에 부서졌다. 오콩코가 이케메푸나에게 달려 나가자 "아빠, 사람들이 날 죽여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두려움에 휩싸인 오콩코가 자신의 도끼를 빼 소년을 내리쳤다.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 '용맹스러운 이들의 땅' 우무오피아 오보도 디케. 우무오피아 오보도 디케! 우무오피아 오보도 디케! 북소리는 이를 되풀이해서 알렸고, (···) 남자의 이름이 들려오고 사람들이 "에우우, 에제우두가 세상을 뜨셨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오콩코는 그 노인이 자신을 만나러 왔던 때가 떠올라 등골이 오싹했다. "저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부르네. 아이의 죽음에 자네 손을 대지 말게." 노인이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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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자의 땅은 돌아가신 선조들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두 영역은 서로 오갔으며, 축제 때와 나이 많은 남자가 죽었을 때는 특히 그랬다. 이런 이들이 선조와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남자의 일생은 자신의 조상에 점점 가까이 가는 일련의 통과의례였다.


*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고, 매장 의식이 가까워졌다. 총소리가 마지막 경의를 표하고 대포가 하늘을 찢었다. (···) 군중 한가운데에 소년이 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었다. 죽은 노인의 열여섯 살 난 아들로, 여러 형제들과 함꼐 아버지와 이별하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오콩코의 총이 발사되어 총알 하나가 아이의 심장을 관통한 것이었다. 우무오피아에 전례가 없는 혼란이 이어졌다. 우발적 죽음이 흔히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오콩코의 유일한 선택은 부족을 떠나는 것이었다.


* 그의 삶은 하나의 큰 열정, 즉 부족의 촌장이 되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용수철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거의 다가와 있었다. 그때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 그는 메마른 해변에 헐떡이는 고기처럼 부족에서 내팽겨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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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녀석이 내 집에 와 마당에 똥을 싼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눈을 감으면 되나요? 아닙니다! 몽둥이를 가져와 머리를 깨 버려야지요. 그게 남자가 할 일입니다. " (···) 오콩코는 거부감에 이를 갈았다. (···) 기독교도들은 그 숫자가 늘어났고 이제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로 구성된 자신감과 확신에 찬 작은 집단이 되었다.


* 허망하고 울적한 일곱 해 세월이 마침내 끝을 향했다. (···) 용감하고 도전적인 남자들이 사는 선친의 땅, 우무오피아에 있었더라면 자신이 더 번창했을 것임을 오콩코는 알았다. 지난 일곱 해면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도 있었으리라. 그래서 그는 매일 자신의 유배 신세를 슬퍼했다.


* 한 남자의 위치는 항상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떠나자마자 다른 이가 일어나 그 자리를 채웠다. 부족은 도마뱀과 같다. 꼬리를 잃으면 곧 또 다른 꼬리가 자란다. 오콩코는 이제 세상사를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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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무오피아의 많은 남자들과 여자들은 오콩코와 달리 새로운 체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 백인은 물론 괴상한 종교를 가지고 왔지만, 교역소도 세웠고, 이전과는 달리 야자유와 열매도 비싼 물건이 되었고, 많은 돈이 우무오피아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어떻든 그 안에 무엇인가, 지독한 광기 안에 어떤 체계라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커 갔다.


* 오콩코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개인적인 슬픔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부서지고 산산이 조각나는 부족의 처지를 한탄했고, 우무오피아의 도전적인 남자들이 여자처럼 그렇게 영문을 알 수 없이 유약해져 버린 것을 애도했다.


* 부족 사람들이 자신들이 취할 행동에 대해 결정하기 위해 장터에 모였을 때 오콩코는 이들에게 강하게 발언했다. (···) 비록 이들이 선교사를 죽이거나 기독교도들을 몰아내는 데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실질적인 뭔가를 하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를 실행했다. 오콩코는 다시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교회를 부순 후 이틀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 우무오피아의 모든 남자들은 총이나 도끼로 무장을 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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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익히 잘 아는 힘 있는 백인께서 집회를 멈추라신다." 일순간 오콩코가 도끼를 꺼냈다. 전령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소용이 없었다. 오콩코의 도끼가 두 번 내려오고 남자의 머리가 제복 입은 몸통 옆으로 떨어졌다. (···) 그는 우무오피아가 전쟁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군중이 다른 전령들을 도망가도록 놔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군중은 행동하는 대신 혼란에 빠졌다. 그는 이런 혼란에 내재한 두려움을 감지했다.


* "누가 오콩코인가?" (···) 치안 판사는 화가 치밀어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그는 남자들에게 오콩코를 내놓지 않으면 모두를 감옥에 넣겠다고 경고했다.


* 그들은 오콩코의 시신이 매달린 나무에 도착했고, 모두는 죽은 듯 멈춰 섰다. (···) 친구의 매달린 시신을 꿈쩍 않고 응시하던 오비에리카가 갑자기 치안 판사를 향해 사나운 기세로 말했다. "저 남자는 우무오피아의 가장 훌륭한 남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너희들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이젠 개처럼 땅에 묻힐 것이야······"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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