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01번.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주인공의 결격 사유로 인해 품격 있는 작품이 못 된다는 비판을 받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현대 문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라는 세태 소설 이상의 주제를 담아내어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이디스 워튼은 독자의 애정과 동정을 받는 릴리를 통해, '과시적 소비'에 찌든 뉴욕 벼락부자들의 행태를 폭로하고, 여성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찰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 작가의 시선 >> - 오로지 결혼을 통해서만 상류층에 진입할 수 있는 수동적 존재인 주인공이 자아를 성찰하고 의식을 고양할수록 상류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무너져 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 그는 오래된 상아 조각처럼 윤기가 도는 그녀의 손과 가냘픈 핑크빛 손톱,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향해 미끄러져 내리는 사파이어 팔찌를 보면서 (···) 그녀의 팔찌를 연결해 주고 있는 고리들은 그녀를 그녀의 운명에 얽매고 있는 수갑 같아 보였다.
* 릴리는 (···)천성적으로 비참하고 초라한 환경, 가난과 누추하게 타협하는 일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전 존재는 사치의 분위기 속에서만 기를 폈다. 사치는 그녀에게 필요한 배경, 그녀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었다.
* 릴리는 '돼지처럼 사는' 사람들을 알고 있었고, (···) 돼지처럼 사는 사람들은 선택에 의해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즉 그들이 적절한 처신의 기준이 부족해서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그녀에게 가난하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게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서 창피한 일이었다.
* 릴리의 미모야말로 그들의 재산 중 마지막 남은 자산이었다. (···) 릴리는 미모란 정복을 위한 재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미모를 성공으로 전환하려면 다른 기술들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 그녀는 때때로 운명에 대해 화가 났고 반항심이 들기 시작했다. (···) 그녀는 재단사의 청구서와 노름빚을 갚기에도 빠듯한 돈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 전날 밤 자신의 수표책을 살펴본 뒤 느꼈던, 자신이 노예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되살아났다. (···) 트레너 부인의 소환으로 인해 릴리는 갑자기 자신의 의존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 그녀 뒤에서 철커덕 소리를 내며 새장 문이 닫힐 때 릴리의 눈에 새장 밖의 세상은 얼마나 매혹적으로 보이던지! 실상은 알다시피 그 문은 한 번도 철커덕 닫힌 일이 없었다. 그것은 항상 열려 있었다. 하지만 거기 닫힌 사람들 대부분은 병 속으로 뛰어든 파리와도 같았다. 일단 날아 들어간 이상 결코 다시는 자유를 되찾을 수 없었다. 셀든의 독특한 점은 그가 출구를 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셀든 덕분에 그녀의 시야가 재조정된 비결이었다.
* 편하다! 그 단어는 그 순간의 릴리에게 다른 어떤 단어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이었다.
*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의 짐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고, (···) 절약하고 절제할 필요성이 전면으로부터 후퇴하자 인생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마주할 채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다. 심지어 집을 향해 돌아가는 길에 트레너가 자신에게 좀 더 가깝게 기대 오면서 안심을 지키듯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 놓은 행위조차도 순간적으로 불쾌감에 몸을 떠는 선에서 받아들였다.
* 그녀는 트레너의 기분을 맞춰 주는 일이 너무나 쉬워서 아무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느꼈다. (···) 그녀가 돈을 잃었을 때 그걸 갚지 않는 일은 없을 터였다. 트레너가 그녀가 돈을 잃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으니 말이다.
* 그녀는 자신이 페니스턴 부인의 존재가 제공하는 숨 막힐 듯 제약된 공간 속에 생매장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 어느 쪽을 바라보아도 타인의 변덕에 자신을 맞춰 가며 사는 미래만 보였을 뿐, 자기 자신의 개성을 열렬히 주장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릴리는 살아오는 내내 돈이 들어오자마자 그와 똑같은 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아 왔다.
* 젊음에 빛나는 아가씨들은 자신이 발하는 광채에 눈이 약간 어두워져서, 자신들의 빛에 잠겨 버리는 자그마한 위성들도 독자적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으며, 자기 나름의 열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기보다 인기가 없다고 믿는 쪽이 덜 굴욕적인 법이다.
* 그녀는 스스로가 타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 과거에는 모든 것들이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며 햇빛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두움과 오염의 장소에 혼자 있었다. 혼자! 그 외로움이야말로 그녀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 그녀는 항상 페니스턴 부인의 집에 있는 자신의 방, 그 추함, 그 몰개성, 그 안에 있는 어느 것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싫었다. (···) 릴리에게는 기댈 만한 가슴이라곤 없었다.
* 릴리는 돈만을 위해서 결혼하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돈 없이 사는 것도 그만큼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 그녀는 처음으로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참아 가며 자신이 트레너에게 진 빚의 정확한 액수를 계산해 보았다. 그리고 이 증오스러운 계산의 결과 자신이 도합 9000달러를 그에게서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자신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즉시 그 돈 전부를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분개심을 누그러뜨릴 능력이 없었다.
*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한 여성의 존엄을 유지하는 데 그녀의 마차를 유지하는 데 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도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면 구체적인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세상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추악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10시가 채 안 되었으니까······ 셀든한테서 메모가, 아니면 메시지가 왔을 수도 있었다. 아니 셀든 자신이 문 너머에 와 있을 수도 있었다! 그가 항해를 떠났다는 것은 오보일 수도 있었다.
<< 릴리의 말 >> - 재력가 집안의 무남독녀로 상류층 파티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사망으로 고모의 집에 얹혀 살게 됩니다.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재력 있는 남성들과의 결혼 기회도 스스로 저버리며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리고 맙니다. 고모가 죽고 난 후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져 모자 공장에 들어가지만 해고 되고, 절망적인 상태에서 수면제를 복용합니다.
* 옷은 배경, 일종의 액자라고 부를 수 있겠죠. 그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지만 그것이 성공을 가능케 하는 일부이기는 한 거예요. 칙칙한 여성을 누가 원하겠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예쁘기를, 잘 차려입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성공요? (···) 글쎄요, 인생에서 최대한 많이 얻어 내는 것 아닐까요?
* 돈은 온갖 것을 대변할 수 있어요. 그것으로 다이아몬드와 자동차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 만일 내가 셀든에게 가서, 모든 걸 말한다면······'난 정말 속속들이 나쁜 여자예요······ 난 남들의 감탄을 원하고, 흥분을 원하고, 돈을 원해요······ '라고 말한다면······ 맞아, 돈 말이야! 그게 정말 창피한 일이야 (···) 주는 돈을 받고, 그걸 안 갚았으니까.' 라고 말한다면······ (···) 그 모든 것을 다 말한다면 나를 혐오할까? 그리고 이해해 주고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도록 구해 줄까?
<< 셀든의 말 >> - 릴리와 교감을 나누고 서로 매력을 느꼈음에도 불신으로 인해 그녀에게서 멀어져갑니다. 그러나 얼마 후 자신의 성급함을 반성하며 새로운 희망으로 릴리를 찾아 가게 됩니다.
* 제 생각엔 성공이란 개인적인 자유예요. (···)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걸 말합니다. 돈, 가난, 안락과 걱정, 모든 물질적인 조건들로부터의 자유지요. 일종의 정신의 공화국을 유지하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성공입니다.
* 저는 인생의 장식적인 면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화려함에 대한 감수성은 그것을 활용해서 생산하는 결과물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봅니다.
*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에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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