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02번.
<< 이디스 워튼의 시선 >> - "경박한 사회는 오로지 그 경박함이 파괴하는 것을 통해서만 극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 셀든은 (···) 환멸에 따른 날카로운 충격을 받고 나서 석 달 동안 일에만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감정적 안개를 거둘 수 있었다고, 이미 스스로 그점을 확인했다고 믿고 있었다.
* 자신의 처신에 따른 문제들을 그것들이 발생했던 환경만큼이나 간단하게 제쳐 두는 그녀의 능력으로 인해, 릴리에게는 장소의 이동이 단순히 자신의 곤경을 지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녀로서는 트레너에게 진 빚을 갚지 않고 뉴욕에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 끔찍한 빚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면 심지어 로즈데일과의 결혼도 불사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그녀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 그는 이제 개인적인 감정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자유롭게 그런 감탄을 할 수 있었다. 천한 환멸의 순간이 아닌 바로 지금, 냉정하게 그녀의 뛰어남을 알아본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그가 그녀로부터 진정으로 분리된 순간이었다.
* 셀든은 그녀 곁에 앉아 (···) 그의 내부에서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던 생각하기도 끔찍한 의심 때문에 아무 말이나 할 수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그녀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도대체 어떤 약점을 잡혔기에 적의 손아귀에서 그렇게 끔찍하게 놀아나게 되었는지? (···) 그리고 여성들이 같은 여성들에게 잔인하게 구는 일에 너무나 화가 나는 그 순간에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셀든의 이성을 집요하게 건드리고 있었다.
* 릴리는 일반적인 움직임으로부터 떨어져 서서 난생처음으로 자신이 혈혈단신임을 느끼고 있었다. (···) 고모가 남겨 준 유산이 자신이 트레너에게 갚아야 할 돈의 액수와 거의 같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운 우연의 일치인 것처럼 느껴졌다.
* 그녀 앞에 펼쳐진 미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5번가처럼 지루하고도 헐벗은 모습이었고, 기회는 오지 않는 손님을 찾아 천천히 가고 있는 몇 대의 마차처럼 빈약해 보였다.
* 빛은 그것을 더듬어 찾는 사람에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오는 법이다.
* 릴리는 (···) 자신이 사교계에서 확실하게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그 결과 그녀는 자존심에 철저히 상처를 입었으며, 그럼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완벽하게 사교계의 총애를 받던 존재였는지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거티는 릴리가 빈곤을 통해서 자신이 상실한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는 사실을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릴리는 1월에 일을 시작했고, 이제 두 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모자 틀에 스팽글을 바느질하는 일도 제대로 못 한다고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자들의 비판 대상이자 조롱거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물론 그녀의 이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 그녀는 한동안 혼자 독립적으로 지내고자 하는 욕망에 기대서 스스로를 지탱해 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아마도 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인 데다 익숙하지 않은 답답한 공간에 여러 시간 갇혀 있는 생활에서 오는 피로 때문인지 자신의 환경이 얼마나 추하고 불편한지를 예리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 릴리는 자신의 위험이 불편과 가난을 대책 없이 두려워하던 과거의 습관, 어머니가 그렇게 열렬하게 경고했듯 점차 구질구질한 생활에 빠지게 될까 봐서 두려워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 릴리는 길 모퉁이에서 잠시 망설이며 5번가의 오후 광경을 바라보았다. (···) 지나가는 마차 속에서 낯익은 얼굴 몇몇이 보였다. (···) 자신의 과거를 이렇게 찰나적으로 엿본 릴리는 자신의 떠돌이 신세를 더욱 강하게 느끼며 마침내 숙소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릴리는 그날의 남은 시간 동안에도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도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사교계와 마찬가지로 모자 공방의 시즌도 끝났는데, 일주일 전에 마담 레지나로부터 자신이 할 일은 더 이상 없다는 통고를 받았던 것이다.
* 릴리는 (···) 자신이 잘 잊어버리고, 서투르며,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녀의 양육은 그녀를 장식물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적인 일에 대한 무능력을 두고 자신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자신이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능력 있는 존재라는 릴리의 환상은 끝장이 나고 말았다.
* 그녀는 자신이 길에 있던 시계들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시간은 평소에는 한가하게 빈둥댔다. 그러나 그것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사실에 의존하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정신없이 비합리적인 속도로 달려갔다.
* 그녀가 그를 방문한 일에 무슨 확실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싶다는 갈망만을 쫓아 그리로 온 것이었다.
* 그녀는 물질적 빈곤보다 더 깊은 빈곤, 외적 궁핍을 별것 아니게 만드는 내적 궁핍을 느꼈다. 가난한 것, 절약과 절제의 우울한 삶을 살며 점차 하숙집의 구질구질한 공동생활에 흡수되는, 초라하고 근심 걱정에 찬 중년을 예상하는 것은 실제로 비참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참한 것이 있었다. 그건 가슴이 고독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는 느낌, 자신이 뿌리 뽑힌 채 무심한 세월의 흐름에 휩쓸려 간다는 느낌이었다.
* 셀든은 릴리 바트를 신뢰해 줄 준비가 두 번이나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세 번째 시도까지 기대하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의 사랑의 성격 때문에 그의 사랑을 되살리는 일이 불가능했다. 만일 그 사랑이 단순한 본능이었다면 그녀의 아름다움이 가진 힘만으로도 그것을 되살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 그러나 셀든은 릴리만큼이나 과거의 감정 상태로 무비판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 집과 거리와 세상이 모둔 텅 빈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자신만이 생명 없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감각을 가진 존재인 것 같은 느낌 (···) 이것은 섬망 상태의 문턱이었다.
* 릴리는 손을 내밀어 그 진정제 몇 방울을 유리잔에 따랐다. (···) 점차적으로 완전한 복종의 감각이 그녀를 찾아왔고, 릴리는 자신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해 하고 흥분했을까 나른한 궁금증을 느꼈다. 이제 그녀는 흥분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상적인 인생관으로 돌아간 것이다. 내일은 결국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터였다. (···) 이제는 행복했다. 외롭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고독감이 사라져 버렸다.
* 셀든은 벽 옆에 놓인 좁은 침대를, 그리고 그 침대 위에 손도 움직이지 않고 침착하고 무심한 얼굴로 릴리 바트를 닮은 누군가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셀든의 모든 맥박이 그것이 진짜 릴리 바트라는 사실을 열렬하게 거부했다.
* 셀든은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릴리 위로 고개를 숙인 채 마지막 순간을 연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동안 그들 사이에 대화가 오갔고 모든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 릴리의 말 >> - 재력은 있지만 매력은 없는 남자 그라이스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무렵, 가난한 변호사 셀든에게 호감을 느껴 결혼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상류층과 어울리기 위해 게임을 하느라 빚을 지고 추문에 휩싸이게 되자, 환멸을 느낀 셀든마저 떠나게 됩니다.
* 무엇보다도 가난을 생각하지······ 그리고 가난보다 더 끔찍한 것은 알지 못해.
* 너는 네드나 나 같은 사람들이 부자들하고 어울린다기보다 그 사람들한테 의지해서 산다고 생각하겠지.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그 사람들한테 의지해서 살기도 하지. 하지만 그런 특권을 누리려면 값을 치러야 해. (···) 그런 사치들 하나하나에는 다 세금이 붙거든. (···) 나는 브리지도 다시 해야 했어······ 그리고 최고의 양재사한테 가서 옷을 맞추고, 경우에 맞는 옷을 전부 갖추고, 또 항상 신선하고 절묘하고 즐거운 존재가 되는 것으로 지불하지!
* 난 이제 갈 데까지 간 거야. 이제 난 뭘 할 수 있지······ 내가 도대체 어떻게 계속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 당신께 제가 항상 기억했다고, 제가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노력했다고······.
* 전 아주 쓸모가 없는 인간이에요. 독립적인 존재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예요. 저는 제가 인생이라고 이해하던 거대한 기계의 나사 하나 혹은 톱니 하나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기계에서 떨어져 나온 뒤 제가 다른 곳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신이 단 하나의 구멍에만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당신이 언젠가 제게 말씀하신 것 기억하세요? 저를 사랑함으로써만 저를 도우실 수 있다고? 음······ 당신은 잠시 동안 저를 사랑해 주셨어요. 그리고 그게 저에게 도움이 되었지요. 그것은 항상 저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그 순간은 지나가고 말았어요. 제가 그 순간을 떠나보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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