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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May 20. 2024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 <동물농장>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5번. 







   소비에트 체제의 타락을 '풍자 우화' 방식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동물농장의 이야기 세계와 현실 세계로 연결해보면, 농장 주인 존스(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늙은 돼지 메이저(마르크스),  농장의 지도자 돼지 나폴레옹(스탈린),  돼지들(볼셰비키),  동물 반란(러시아 혁명), 동물 학살(스탈린 시대의 대숙청) 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조지 오웰의 시선 >> - 영리하고 동정심 많고 진실을 깨우치는 우화이다 - 뉴욕 타임즈


  *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전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그가 그 꿈을 농장의 다른 모든 동물 동지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는 소문이 낮 동안 쫙 퍼졌고 그래서 존스 씨가 완전히 잠드는 밤 시간을 기다렸다가 동물 전원이 농장 큰 헛간에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  메이저는 목청을 다듬어 말하기 시작했다.  " 인간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  인간을 제거하기만 하면 우리의 노동 생산물은 모두 우리 것이 됩니다.  (···) 인간과 동물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한쪽의 번영이 곧 다른 쪽의 번영이기도 하다 따위의 말을 인간들이 하더라도 그 말을 믿지 마시오.  그건 모두 거짓말이오.  인간은 인간 말고는 그 어떤 동물의 이익에도 봉사하지 않습니다. 


  *  힘이 세건 약하건,  똑똑하건 똑똑지 않건 간에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동물은 어느 누구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  사흘 후,  늙은 메이저는 잠결에 고이 숨을 거두었다.  (···) 메이저의 연설 덕택에 농장의 머리깨나 쓴다는 동물들은 삶에 대해 전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다.  (···)  동물 중에서 돼지가 제일 똑똑하다는 건 다들 인정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동물들을 가르치고 조직하는 일은 자연스레 돼지들의 몫이 되었다. 









 *  동물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동물들은 더 참을 수가 없었다.  (···)  동물들은 존스와 일꾼들을 큰길까지 내쫓은 다음 농장으로 돌아와 빗장이 다섯 개나 되는 농장 문을 꽝 닫아 걸었다.  그렇게 해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동물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반란은 성공을 거두었다.  존스는 쫓겨나고 메너 농장은 동물들의 차지가 되었다. 


  *  스노볼이 돼지 발굽의 두 관절 사이에 붓을 끼고 정문 맨 꼭대기 빗장에 쓰인 '메너 농장'이라는 글자를 지운 다음  '동물 농장'이라고 고쳐 써넣었다. 이제부턴 그게 농장의 새 이름이었다. 


  *  그 여름 내내 농장 일은 시계처럼 돌아갔다.  동물들은 일찍이 상상도 못 했을 만큼 행복했다. 입에 넣는 먹거리는 그지없이 달콤했다.  (···) 쓸모없는 기생충 인간들이 사라지고 나자 동물들에게는 먹을 것이 더 많이 돌아갔다.  (···) 아무도 도둑질하지 않았고 자기 앞으로 돌아오는 몫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존스 시절에는 그렇게도 흔하던 싸움질, 물고 뜯기, 질투하기 같은 것도 사라졌다. 










 *  우유가 죄다 어디로 사라지는지는 얼마 안 가서 밝혀졌다.  우유는 매일 돼지들이 먹는 사료에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과수원에서는 이른 사과가 익기 시작했고 바람에 떨어진 사과들이 여기저기 뒹굴었다.  동물들은 그 떨어진 사과들이 물론 평등하게 분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사과들을 모두 모아다 마구실의 돼지들에게 갖다줘야 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 왜 그래야 하는지를 다른 동물들에게 설명하느라 언변가 스퀼러가 파견됐다.   (···) "우리 돼지들은 머리 쓰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농장의 경영과 조직은 전적으로 우리 돼지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밤낮으로 여러분의 복지를 보살펴야 합니다.  그러므로 돼지들이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어야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  나폴레옹은 개들을 거느리고 헛간 바닥의 조금 높은 연단으로 올라섰다.  (···) 이제부터 일요일 아침의  '회의'는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회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고 그는 말했다.  앞으로 농장 운영에 관한 모든 문제는 돼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며 그 위원회는 나폴레옹 자신이 주제한다는 것이었다. 









 *  그해 내내 동물들은 노예처럼 일했다.  (···) 1월이 되자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 동물들은 몇 날 며칠 여물과 사탕무만 먹고 지낼 때도 있었다. 굶주림이 빤히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  나폴레옹은 오후 느지막이 모든 동물들에게 집합 명령을 내렸다.  (···) 어떤 무서운 일이 이제 곧 벌어지리라는 걸 예감이나 한 듯 동물들은 잠자코 제자리에 가서 움츠리고 섰다.  (···) 자백과 처형은 그런식으로 계속되었다. 나폴레옹의 발 앞에는 죽은 동물들의 시체가 쌓이고 존스 축출 이후 처음으로 농장에는 피 냄새가 진동했다.   (···) 오늘 있었던 공포와 살육의 장면들은 늙은 메이저가 그들에게 반란을 사주했던 밤 그들이 꿈꾸고 기대했던 일이 아니었다.  


  *  나폴레옹은 이제 그냥 단순히 나폴레옹으로 호칭되지 않았다.  그에 대한 공식 칭호는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 로 바뀌었고,  (···) 4월이 되자 동물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고 대통령 선출이 필요해졌다.  후보는 오로지 나폴레옹 하나뿐이었고 그는 만장일치로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  농장의 삶은 고되었다.  지난해처럼 이번 겨울도 혹독했고 식량은 그때보다 더 부족했다.  돼지와 개 들만 빼놓고 다른 동물들에게 돌아가는 식량 배급량은 또다시 줄어들었다.  


  *  여러 해가 흘렀다.  (···)  '반란'이란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흐릿한 전통일 뿐이었다. 


  *  농장은  그 자체로는 전보다 부유해졌으면서도 거기 사는 동물들은 하나도 더 잘살지 못하는 (물론 돼지와 개들은 빼고) 농장이 된 것 같았다.  돼지와 개 들이 너무 많은 것이 한 가지 이유일 성싶었다.  (···) 그들의 식욕은 언제나 왕성했다.  다른 동물들의 삶은,  그들이 알기로는 언제나 그 모양 그 꼴이었다.  그들은 늘 배가 고팠고 잠은 지푸라기 위헤서 자고 물은 웅덩이에서 마시고 눈만 뜨면 밭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  겨울에는 추위에 떨고 여름에는 파리 등쌀에 시달렸다. 










 *  "저 벽이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일곱 계명이 그대로 있긴 있는 거야?" (···)  일곱 계명은 오간 데 없고 단 하나의 계명만이 거기 적혀 있었다. 그 계명은 이러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그 후로는,  이를테면 다음 날 농장 일을 감독하러 나온 돼지들이 하나같이 앞발굽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  응접실에는 농장주 여섯 명과 돼지들 중에서도 급이 높은 명사 돼지 여섯이 기다란 탁자 주위로 앉아 있는 게 보였고 나폴레옹은 탁자 상석의 주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동물들이 창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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