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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Oct 01. 2024

하느님은 하느님일 뿐이야 -<의지와 운명1>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51번.











   신화와 전설,  성경과 역사를 아우르는 복잡하고 난해한 소설입니다.  무자비한 역사와 폭력적인 사회 속에서,  하잘것없어지고 마는 개인의 자유와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다음은 작가 푸엔테스의 말입니다.  "2006년에 게레로 주에서 목이 잘려 죽은 사람들이 발견되기 전에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이 허구를 능가합니다."



  << 작가의 시선 >> -  '나'  여호수아 나달의 머리는 낫으로 잘린 채 태평양 바닷가에 버려져 있습니다.  그 해 멕시코에서 천 번째로 살해된 사람인 '나'는 잘린 머리 상태로 과거를 회상합니다.  고아였던 '나'는 역시 고아인 예리고가 자신의 형제라는 사실을 모른 채 친한 친구가 됩니다. 


  *  내 머리는 몸뚱이를 떠났다. 몸뚱이가 없는데 숨을 쉬고, 피가 순환하고,  잠을 자는 짓거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사람들은 곧바로 머리를 잃지 않는다.  몇 초,  어쩌면 몇 분 동안 머리가 몸에 붙어 있다.  그 순간을 이용해 사람들은 미친 듯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긴다.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기가 어디지.















*  예리고와 나는 그런 식으로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 둘 사이의 공통점을 모두 찾아냈다.  나이는 각각 열여섯 살과 열일곱 살이었다.  독서량은 나이에 비해 두 사람 모두 상당히 많았으며,  예리고가 나보다 일 년 앞서 있었지만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가 읽는 각각의 문장에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각각의 사상에는,  우리가 확신하는 각각의 진리에는 밤과 낮처럼 반대되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예리고와 나는 이해했다.


  *  너희 둘은 카스토르와 폴룩스처럼 항상 붙어 다니는구나.  그가 경쾌한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우리는 그가 신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예리고와 나는 동시에 눈빛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그가 하나의 알에서 태어난 쌍둥이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그 쌍둥이의 아버지는 백조로 위장한 제우스라는 사실을 알았다.  


  *  우리는 심사숙고한 독서를 통해 우연히 만난 동료였다.  우리의 만남은 전적으로 우연에 의한 것이었지만 운명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 두 사람의 차이점은 고집과 엄격함이었다.  또 하나 인정해야 할 것은 우리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대단히 느슨하고 수동적인 반면, 예리고는 대단히 예리하고 끈덕진 편이었다는 점이다.















 *  나는 고아였다.  나는 정확한 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집배원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예리고라는 친구가 나타나 내 유년 시절의 모든 고독을 채워 주었다. 


  *  "너와 나는 바싹 말라 버릴 수도 있어.  여호수아,  우리가 같은 샘물을 마시면 우리는 옹졸한 인간으로 변하고 말 거야.  우리를 대항해 벽을 세우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의심해 보도록 유도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예리고의 이 말을 여기에 확실히 기록해 두는 바이다.


  *  우리는 한 여자를,  혹은 한 아파트를 함께 나누었다.  그것은 생각을 함께 나누는 형제가 빵을 나누어 먹는 것과 같았다.  카스토르와 폴룩스, 백조의 자식들,  같은 난소에서 태어난 제우스의 아들들은 이 세상에 꽃과 풀이 피어나게 했고,  사랑과 전쟁이,  무력과 지성이 탄생하는 데 협력하기도 했다.  













  *  나는 그 순간의 예리고를 잊지 못한다.  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내 손을 다시 잡고,  어정쩡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청춘은 모험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넌 어때?  그에 반해 철이 든다는 것은 속마음을 감춘다는 의미지."   (···)그는 말했다.  필요를 쫓아다니는 것이 두렵다고,  필요한 것을 찾아다니다 보면 알게 모르게 특별한 것을 희생해야 한다고,  나는 말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존재이며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고.


  *  "내가 존경하는 건,  실제로는 살인자이면서도 능숙한 속임수,  위장술,  능청 따위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이웃,  희생자를 딸기 잼으로 만드는 그런 사람이야!"   예리고는 깔깔대며 우리가 대학 도시에 있는 법과대학에 함께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예리고는 그다음 주에 장학금을 받아 프랑스로 건너갈 예정이었다.   (···)나는 내 친구의 니체를 닮은  '당돌함'이 다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지각으로 세상에 대항하는 것,  그건 단지 청춘을 상징하는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었다. 












 *  예리고의 귀환은 내게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떨어진 상태에서 각각 이십 대 중반으로 접어들었고,  떨어져 보낸 시간은 어린 시절의 우정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다른 무엇보다 처음부터 우정이 문제였다.  나도 그도 시간의 고리대금으로부터 무관할 수 없었다.  (···)예리고는 자신을 바꾼 것처럼,  자신의 육체적 태도를 바꾼 것처럼,  자신의 얼굴을 바꾼 것처럼,  우리의 운명도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  대통령은 이제 막 사면받은 사형수를 바라보듯 예리고를 쳐다보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나,  젊은 협력자.  행렬과 축제의 효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나.  의식은 우리 모두가 누더기를 가리기 위해 어깨에 두를 수 있는 품위 있는 망토야.  (···)만일 부가 필수품이 되면 권력은 불필요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지.  사람들은 오직 다른 사람들이 갖지 않은 것이 있어야만 만족하게 되고,  권력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가진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야."


  *  참 이상한 일이다.  한 인간이 입고 있던 옷을 벗기고 내 눈에 익은 가면을 벗겨 내자 야만적인 감정들이 훤히 드러난다.  흔히들 얘기하는 잔인하다거나 잔혹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훨씬 넓은 의미,  관습이 생겨나기 이전의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특히 개인의 이상을 뛰어넘는 인간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 필로파테르 신부의 말 >> - 여호수아와 예리고의 극단적인 면을 지적해주는 혁명가적 기질의 신부입니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두 소년들에게 인지시켜줍니다.  


  *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착각하지 마.  하느님은 지적이지 않아.  하느님에게는 의지가 없어.  (···)하느님께 지성과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느님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어.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이 아냐.  천박하게  '하느님은 신성한 존재다.'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하느님은 그저 다른 존재일 뿐이야.  하느님을 우리 미덕의 거울로,  우리 결점의 부정으로 삼는다 해도 얻을 건 하나 없어.  하느님은 우리와 같지 않기 때문에 하느님일 뿐이야.













  *  사실상 우주 창조 이론은 단지 세 가지밖에 없어.  우주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창조되었다는 이론,  원초적인 폭발에 따른 것이라는 이론,  여기서 진화 이론이 파생되어 나왔지.  시작도 끝도 없는,  천지창조도 세상 종말도 없는 무한한 우주에 대한 이론,  파스칼의 광대한 천체의 밤,  천체의 무한한 침묵.  그 기원도 소멸도 하나 중요하지 않은 덧없는 사건인 지구.


  *  만일 하느님을 믿지 싫더라도 우주의 존재는 믿도록 해라.  우주와 하느님은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  따라서 오로지 하느님만이 수천 년 된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면 안 된단다.  그렇다고 해서 순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도 옳지 않아.  진지해져야 한단다.  달아나면 안 돼.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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