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디에 있는 걸까? - <길 위에서1>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26번.

by 이태연

















전 세계 젊은이들을 길 위로 이끈 비트 세대의 화신으로 잭 케루악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신을 찾아 전국을 방랑하는 두 명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인 이 작품으로, 작가는 하루아침에 미국 대중문화의 핵심 인물이 됩니다. 케루악이 만들어낸 '비트 세대'라는 용어는 '축복을 내리다(beatific)'라는 단어의 약어로, 세상의 모든 관습을 거부하는 '새로운 인식'을 의미합니다.



<< 작가의 시선 >> - 작가 샐은 소년원에서 보내온 철학적인 딘의 편지를 우연히 본 후, 딘을 만나게 됩니다. 딘의 영향을 받은 샐은 어느 날 딘이 떠나버리자, 자신도 길을 떠나게 됩니다. 동부 뉴욕에서 히치하이크로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과정에서 샐은 수많은 군상의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생계를 위해 목화밭에서 일도 하고, 멕시코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합니다. 얻어탄 차가 뉴욕으로 오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 샐은 자신을 찾아온 딘과 함께 또다시 길을 떠납니다.


* 딘 모리아티의 등장으로 이른바 길 위에서의 삶이라 할 수 있는 내 삶의 한 시기가 시작되었다. (···)딘은 길 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길동무로는 완벽한 녀석이었다. 1926년 로스엔젤레스를 향해 가고 있던 그의 부모는 솔트레이크시티를 통과하던 중 고물 차 속에서 그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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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딘은 서쪽에서 온 태양의 자손이었다. 이모는 그와 어울리면 말썽에 휘말릴 거라고 경고했지만, (···)나는 젊은 작가였고 날아오르고 싶었다. 따라가다 보면 어닌가에 여자, 미래, 그 모든 것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다. 따라가다 보면 어닌가에서 내게 진주가 건네질 것이다.


* 딘은 시카고라고 쓰여 있는 버스를 타고 밤 속으로 떠나갔다. 우리의 카우보이는 이렇게 떠났다. (···)나도 같은 길을 가리라 다짐했다. 이렇게 하여 내 모든 길 위에서의 경험이 시작되었다.


* 겁이 나진 않았다. 나는 그저 다른 누군가, 어떤 낯선 사람이 되었고, 나의 삶 전체는 뭔가에 홀린 유령의 삶이 되었다. 내가 미국을 반쯤 가로질러 와서 과거의 공간인 동부와 미래의 공간인 서부 사이의 경계선 위에 있었다는 사실, 아마도 그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서 이상한 붉은 오후의 그 순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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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나는 빅 슬림 해저드라고 불리던, 루이지애나 출신의 키 크고 빼빼 마른 윌리엄 홈스 해저드와 함께 바다에 가곤 했는데, 그는 스스로 선택해서 부랑자가 되었다. 어렸을 때 그는 어떤 부랑자가 어머니에게 다가와서 파이 한 조각을 구걸해 얻어 가는 모습을 봤다. 부랑자가 길 저쪽으로 사라진 후 어린 그가 물었다. "엄마, 저 사람 누구야?" "응, 부랑자란다." "엄마 나도 나중에 부랑자가 되고 싶어." (···)어른이 되자 루이지애나 주립 대학교에서의 짧은 미식축구 선수 생활 후 정말로 부랑자가 됐다.


* 우리는 미국의 지붕 위에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생각엔, 어둠을 가로질러 동쪽의 대평원 위로 소리 지르는 것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대평원 어딘가에서 복음을 지닌 어떤 백발노인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으며, 어느 순간 갑자기 도착해서 우리를 조용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남쪽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길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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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길 위에 남녀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무척 재미있어 했다. 그런 차들이 열대 넘게 지나갔는데, 하나같이 이른바 '젊은이들의 쉰 소리'와 앳된 얼굴로 가득했다. 난 그들 하나하나를 전부 증오했다. 도대체 자기들이 뭐라고 생각하기에, 길 위에 있는 사람에게 멋대로 소리를 지른단 말인가?


* 그 미친 놈은 나를 나의 집 뉴욕까지 데려다 줬다. 문득 내가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와 있음을 깨달았다. 1만 3000킬로미터에 걸쳐 미 대륙 전체를 돌고 돈 끝에 다시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온 것이다. (···)딘은? 모두들 어디 있지? 삶은 어디에 있는 걸까? 돌아갈 집이 있으니, 그곳에 머리를 누이고 잃은 것들을 세어 보고 얻은 것들도 세어 볼 수 있다.


* 나는 밤늦게까지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침대에서 담배만 피워 댔다. 반쯤 끝낸 원고가 책상 위에 있었다. 10월이었고, 난 집에 돌아와 있고, 다시 일해야 했다. 올해 처음으로 부는 찬바람이 창문을 덜컹덜컹 흔들어 댔다. 때맞춰 돌아왔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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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딘을 다시 만난 것은 일 년도 더 지난 후였다. (···)근육질에 찢어진 티셔츠를 입고 면도도 하지 않은 얼굴에 눈은 빨갛게 충혈된, 몹시 지쳐 보이는 젊은이가 현관에 와서 벨을 눌렀다. 나는 문을 열고 나서 불현듯 그가 딘임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 1947년 가을부터 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커밀과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철도 일을 해서 돈도 많이 벌었고 귀여운 딸내미 에이미 모리아티도 생겼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갑자기 돌아 버렸다. 49년형 허드슨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은행으로 달려가 저축한 돈을 몽땅 찾아 사 버린 것이다. (···)이제 그들에겐 땡전 한 푼 없었다.


* "모두 함께 달콤한 인생을 향해 출발하자고. 왜냐하면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고, 우린 시간이 무엇인지 아니까!" (···)지금 내겐 또다시 빈대가 붙어 있었다. 그 빈대의 이름은 딘 모리아티. 나는 다시 한 번 길 위에서의 질주를 위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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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딘은 자기가 본 모든 것, 자기가 얘기한 모든 것, 지나간 모든 순간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엄청 흥분해서 떠들어 댔다. 그는 진정한 믿음으로 미친 듯했다. "물론 지금은 누구도 우리에게 신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신은 존재하고, 우리는 시간을 알지. 고대 그리스 시대 이래로 존재해 온 모든 예언은 잘못됐어. 예언이란 기하학과 기하학적 사고방식으론 할 수 없는 거야. (···)중요한 건 너무 고민하지 않는 거야."


* "모든 일이 알아서 잘 흘러갈 거야. 넌 도로를 벗어나지 않을거고 난 잠을 잘 수 있을 거야. 게다가 우린 미국을 잘 알아. 여긴 우리의 고향이라고. 나는 미국의 어디든 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어. 왜냐하면 어디를 가건 다 똑같으니까. 난 사람들을 알고, 사람들이 뭘 하는지 알아. 사방에서 지그재그로 엇갈리는 끔찍하고 복잡한 상냥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 주고받으며 돌아다니는 거라고." (···)그는 '순수'라는 단어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했다. 나는 딘이 신비주의자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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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빙판 위를 미끄러지면서 뉴욕으로 달려갔다. 난 딘이 운전할 때는 절대로 무섭지 않았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차를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쯤에 이상한 무언가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딘이 나타나기 직전에 내리려 했던 중요한 결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져 버렸지만 아직도 뭔가가 계속 혀끝에서 맴돌고 있었다.


* 이모는 내가 딘 일당과 어울려 다니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못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고,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기 마련이다. 내 희망은 서부 해안까지 근사한 여행을 한 번 더 하고 봄 학기에 맞춰 돌아오는 것이었다.


* 우리의 찌그러진 여행 가방이 다시 인도 위에 쌓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길은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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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시작할 무렵 하늘에선 수상한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우리의 여정이 안개의 대서사시가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모두 들떠 있었다. 모든 혼란과 헛소리를 뒤로하고, 우리에게 있어 유일하게 고귀한 행위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음직이는 것. 우리는 움직였다!


* 딘과 내 눈에는 이 나라 전체가 우리의 손이 열어 주기만을 기다리는 진주조개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진주가 들어 있다. 그 안에는 진주가 있다. 우리는 계속 남쪽을 향해 달렸고 도중에 또 다른 히치하이커를 태웠다.


* 미시시피의 강물이 별빛을 따라 미국의 중앙부를 흘러가는 동안, 나는 깨달았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내가 지금껏 알아 왔고 앞으로 알게 될 모든 것이 오직 '한 가지'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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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몰고 떠날 때, 벌판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다가 결국엔 작은 점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서쪽의 지는 해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태양이 앞유리를 통해 떨어져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 어디로 가지? 무엇을 하나? 뭘 위해서? (···)이 바보 패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오클랜드로 가는 언덕길을 달리기 시작하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 (···)딘이 소리쳤다. "와우! 해냈어! 기름이 딱 맞았군! 물 좀 줘! 여기가 땅끝이야! 더 가고 싶어도 땅이 없어서 갈 수가 없다고!" (···)갑자기 딘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커밀을 만나러 가겠다고 쌩 하고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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