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으로 돌아가야 해-<길 위에서2>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27번.

by 이태연

















형식에 매인 언어, 사고, 삶의 모든 에너지를 '길 위에서' 해방시킨 작품입니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문제되지 않는다. 길은 삶이니까." 와 같은 표현들은, 삶은 '고해'라는 불교적인 인생관의 표현과 닮아 있습니다.



<< 작가의 시선 >> - 샐과 딘이 서부에서 동부까지 여행을 떠나는 과정과, 미국을 벗어나 멕시코로 가는 남북 횡단의 여정이 그려집니다. 덴버에 정착한 샐은 친구들이 모두 떠나버렸다는 사실에, 딘을 그리워합니다. 딘을 다시 찾아가게 된 샐은, 부상과 마약으로 고통받고 있던 딘과 뉴욕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또다시 떠나는 딘을 보며, 샐은 '성스러운 바보'라고 표현합니다.


* 콜로라도와 유타의 경계선을 넘어갈 때, 사막 위 하늘에 태양 빛을 받은 거대한 황금 구름의 모습을 한 신이 나타나서 나를 손가락질하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곳을 지나 계속 가라. 그대는 천국으로 가는 길 위에 있나니." (···)나는 바로 딘에게 달려갔다.













* 불쌍하고 딱한 딘. 악마도 저것보다 심하게 전락한 적은 없으리라. 머리는 이상해지고, 엄지는 곪고, 셀 수 없이 미국을 가로지르는 불쌍한 고아 같은 불안정한 인생에서 낡고 찌그러진 여행 가방 무더기에 둘러싸인 채 길 잃은 새. "걸어서 뉴욕에 가자."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가는 길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거야. 멋진데."


* 딘이 신음했다. "이건 시작도 아니야. 이제 드디어 함께 동쪽으로 가고 있잖아. 처음으로 함께 동부로 가는 거야, 샐. 생각해 봐. 같이 덴버를 흠뻑 맛보는 거야. 사람들이 뭘 하는지 잘 살펴보자고.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시간이 어떤 것인지도, 모든 일이 지극히 순조롭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 나는 딘에게 우리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묶여 있다고 하면서 그 증거로 전봇대의 긴 전선을 가리켰다. 그것은 죽죽 뻗어서 160킬로미터 앞 소금 호수의 굴곡 너머에서 사라졌다. 이제 완전히 더러워진 딘의 너덜너덜한 붕대가 공중에 떠올라 흔들거리자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신이야. 그래, 그래!"












* "이곳이 내가 태어났던 곳이야. 굉장하지 않아! 사람은 변해. 매년 밥을 먹고, 밥을 먹을 때마다 변하지, 와! 굉장해!" 딘이 너무 흥분한 바람에 나까지 눈물이 났다. 이런 일이 어디까지 계속되는 걸까? (···)우리의 찌그러진 여행 가방이 다시 인도 위에 쌓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길은 삶이니까.


* 딘은 차량 행렬을 공포의 천사처럼 따라붙었다. 차선을 넘어 추월하고, 끼어들 곳을 찾았다. 다른 차 범퍼 바로 뒤에까지 갔다가 액셀을 밟았다가 뗐다가 목을 빼면서 커브길을 살펴보고는, 큰 차가 코앞에 나타나고 반대 차선에 차들이 줄지어 있으면 털끝만큼의 차이로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나는 떨었다. (···)현기증이 나고, 마치 인생의 컵이 엎어져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기분이었다.













* 아직 무언가 더 나올 것이다. 언제나 더 나아갈 곳이, 조금 먼 곳이 있다. 끝은 없다. (···)계속 움직여야 했다. 디트로이트까지 버스를 탔다. 가진 돈이 거의 바닥났다. 비참한 여행 가방을 질질 끌고 터미널을 걸었다. 딘의 엄지에 감긴 붕대는 이제 석탄처럼 새카매지고 거의 다 풀려 버렸다. 그 정도의 일을 겪었다면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둘 다 실로 불쌍한 몰골이었다.


* 어쩌면 그가 온 미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쓰레기통이라는 쓰레기통을 모두 들여다본 결과, 내 인생의, 그의 인생의, 관계자 및 무관계자의 인생의 쓰레기 안에서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쓰레기 자궁 안에서 나는 대체 뭐라고 할까? "그냥 내버려 둬. 나는 여기 있는 게 행복해."













* "이봐, 너의 길은 뭐야? 성인의 길, 광인의 길, 무지개의 길, 기피의 길, 어떤 길이라도 될 수 있어. 어떤 짓을 하든 누구에게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나는 결심했어. 모든 것을 던져 버리기로 말이야. 내가 잘해 보려고 열심히 낑낑대는 걸 너도 봤지. 그런 게 대수가 아니라는 걸 너도 알 거야. 우리는 시간이 뭔지 알아. 어떻게 천천히 나아가는지, 걷는지." (···)그날 밤 허드슨 계곡에는 온통 비가 퍼부었다.


* "나는 인생을 거스르지 않고 열심히 살았어." 딘은 말했다. (···)그는 뒤돌아서서 수줍은 듯이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어 답했다. 갑자기 딘이 자신의 인생 쪽으로 방향을 휙 바꾸어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나의 날들이 무의미해진 것을 바라보았다. 이 앞에도 또 끔찍하게 긴 길이 있지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건너 멕시코로 들어갔다. (···)미국은 우리 뒤에 있고, 딘과 내가 지금까지 인생에 대해, 길 위의 인생에 대해 배워 온 것들은 전부 그곳에 있었다. 지금 우리는 드디어 길의 끝에서 마법의 땅을 발견한 것이다.


* "샐. 우리는 모든 걸 버리고 새로운 미지의 국면을 향해 앞으로 가는 거야. 괴로운 일, 즐거운 일,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 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말고 곧바로, 이렇게 얼굴을 내밀고, 진정한 의미에서 다른 미국인이 해 온 것과는 다른 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거야." (···)우리는 계속 달렸다.


* "이 길은 나를 미치게 해!" 몬테레이의 자극을 맛보기 위해 멈출까도 생각했지만 딘은 한시 빨리 멕시코시티로 가고 싶어 했다. (···)무조건 앞으로,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는 마귀처럼 운전하며 결코 쉬지 않았다.













* 차 위에 누워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날씨라는 것이 나를 건드리지도, 애무하지도, 떨거나 땀을 흘리게 만들지도 않고 그저 나 자체가 되었다. 대기와 나는 한 몸이 되었다. 잠을 청하는 내 얼굴 위로 작은 벌레들이 셀 수 없이 비처럼 내려왔다.


* "대체 영혼은 어떨까! 고민도 가치관도 하고 싶은 것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를 거야." 딘은 놀라움에 입을 딱 벌리고는 시속 15킬로미터로 운전하면서 눈을 빛내며 도로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나는 열이 났다. 몽롱하니 의식이 흐릿해졌다. 이질이었다.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마음속 어둠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의 지붕 위 해발 2400미터의 침대 위에 누워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오롯한 삶을, 하찮은 것들로 이루어진 내 육신의 껍데기 속 다른 많은 것들을 이루며 살아왔고 모든 꿈을 품고 살아 왔다는 것을 알았다.














* "내 삶으로 돌아가야 해." (···)힘 있고 당당한 딘이 찌그러진 트렁크들을 들고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어떤 인간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그는 그것을 알아채고 내 어깨 위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 몸이 나아지자 딘이 참으로 쥐새끼 같은 놈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어처구니없을 만큼 복잡한 그의 인생을 떠올리고는 열이 나는 나를 내버려 두고서라도 어떻게든 몇 명이나 되는 아내들과 다른 일들을 처리하러 가야 했으리란 것을 이해했다.


* 이렇게 딘의 인생은 그에게 가장 충실하고 그로 인해 가장 괴로워한, 그를 가장 잘 아는 아내 커밀에 정착하게 되었다. (···)딘은 동부의 얼어붙을 듯한 날씨에 대비해 특별히 가져온, 좀이 슨 외투를 누더기처럼 걸치고서 혼자 걸어갔다. 7번가 모퉁이를 돌아 한 번 앞을 보고 다시 땅을 보며 나아갔다. 그것이 내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나의 딘은 돌아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찮을 거야."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열차를 타고 5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끔찍한 대륙을 건너갔을지 생각했다. 그가 왜 왔는지조차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 밖에는.


* 강둑에 앉아 뉴저지 위로 펼쳐진 넓디넓은 하늘을 보고 있자면, 육지가 갑자기 믿기지 않을 만큼 크게 부풀어 태평양 연안까지 이어지고, 모든 길이 펼쳐지고,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당신은 신이 곰돌이 푸란 것을 몰랐나? 초원에서는 저녁 별빛이 점점 흐릿해지며 남은 빛을 뿌리고, 이윽고 완전한 밤이 다가와 대지를 축복하고, 모든 강을 검게 물들이고, 산꼭대기를 뒤덮고, 마지막 해변을 껴안을 것이다. 누구도,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 버려진 누더기처럼 늙어가는 것밖에 알지 못한다. 그럴 때 나는 딘 모리아티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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