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달아나 버리고 있는데-<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책속 긁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80번.

by 이태연

















원 제목은 축제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피에스타'입니다. 주인공이 성기에 부상을 입는다는 설정은 삶에 대한 욕구를 느끼지만, 그 욕구를 의미 있는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길 잃은 세대'들의 혼돈과 방황을 상징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적 무능력과 환멸, 좌절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전쟁에서 성기를 다쳐 성행위를 할 수 없게 된 제이크는 브렛을 사랑하지만 성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데 절망감을 느낍니다. 브렛은 여러 남자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을 해나가지만, 제이크는 브렛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않고 지켜봅니다.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났던 여행지에서 젊은 투우사에게 빠져 또 도망을 쳤던 브렛은 제이크에게 전보를 보내옵니다.


* 그는 카운터 위에 몸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넌 인생이 깡그리 달아나 버리고 있는데, 그걸 조금도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벌써 인생을 절반 가까이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느냐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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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부위 중에서 하필이면 이곳에 부상을 입다니! 참으로 기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것을 바쳤다." 이 얼마나 멋지니 연설이란 말인가.


* 그 해묵은 괴로운 상처. 아, 이탈리아 전선 같은 우스꽝스러운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릇이 아닌가. (···)마음에서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어 브렛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자 다른 상념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브렛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함부로 뛰노는 것이 멈추고 얼마큼 잔잔한 물결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 브렛이란 그런 여자였다. 조금 전에 내가 떠올리면서 울고 싶었던 바로 그 여자 말이다. (···)나는 지옥을 헤매는 것처럼 괴로웠다. 대낮이라면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감정을 억누르기가 아주 쉬운 법인데 밤에는 정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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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브렛과 오래전부터 친구로 지내 왔다. 그녀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얻기 위해 나름대로 값을 치렀고, 그래서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들에 관해서 배운다든지, 경험을 한다든지, 위험을 무릅쓴다든지, 아니면 돈을 지불함으로써 값을 치렀다.


* 삶을 즐긴다는 것은 지불한 값어치만큼 얻어 내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그것을 얻었을 때 얻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누구든지 돈을 지불한 값어치만큼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은 무언가를 구입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건 아주 멋진 철학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5년만 지나면 내가 일찍이 알고 있던 모든 훌륭한 철학이 그랬던 것처럼 이것 역시 그저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도 진실은 아닐지 모른다.


*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 나갈 것인가를 알아낸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는 자연히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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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투우사들은 팔꿈치를 쳐들고 마치 코르크 따개처럼 몸을 뒤틀면서 황소의 뿔이 스쳐 가고 난 뒤에야 비로소 황소 옆구리에 기대면서 짐짓 위험하게 보이려고 했다. 나중에는 그런 가짜 몸짓이 모두 엉망이 되면서 불쾌감을 주었다. 로메로의 투우는 진실한 감동을 주었다. 그의 동작이 선의 절대적인 순수성을 유지할뿐더러 매번 조용하고도 침착한 태도로 뿔이 몸을 아슬아슬 스쳐 가게 하기 때문이었다. (···)"브렛이 그 투우사한테 반해 버린 게 확실해." 마이크가 말했다.


* 소는 혀를 빼문 채 모래땅 위에 육중하게 시꺼먼 덩치로 나자빠져 있었다. (···)로메로는 형한테서 귀를 받아 대회장을 향해 높이 쳐들었다. (···)"마음에 들었습니까?" 로메로가 큰 소리로 물었다. 브렛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빙그레 미소를 주고받았다. 브렛은 손에 귀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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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자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안전하면서도 교외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잠시 동안 축제를 멀리하고 싶었다. 산세바스티안은 조용할 것이다.


* <마드리드의 호텔 몬타나로 오기 바람. 곤경에 빠져 있음 브렛> (···)나는 만년필을 꺼내서 활자체로 이렇게 썼다. <마드리드 호텔 몬타나의 레이디 애슐리. 내일 급행으로 도착 사랑하는 제이크> 이것으로 일이 해결되겠지. 그랬다. 여자를 한 남자와 떠나보낸다. 그녀를 또 다른 남자에게 소개하니 또 그 남자하고 도망친다. 이제는 그 여자를 데리러 간다. 그리고 전보에 '사랑하는'이라고 쓴다. 바로 그랬다.


* 브렛이 내 쪽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우리는 서로 꽉 붙어 앉아 있었다. (···)"아, 제이크, 우리 둘이 얼마든지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는데." 브렛이 말했다. (···)"그래 맞아. 그렇게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아?"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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