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번호를 잘 뽑아내기만 하면!!
우리는 숫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년, 월, 일, kg, cm로 재단된 숫자들을 부여받는다. 삶을 마감할 때도 임종시간이 숫자로 기록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숫자로 시간을 읽고, 숫자의 흐름에 따라 하루가 진행된다. 매년 12월 31일이면 열심히 살지 못했다는 후회에 빠지기도 하고, 1월 1일이면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통장의 돈도, 집 주소도, 건강 상태도 모두 숫자로 표시된다. “생일이 언제야?”, “몇 시에 만날까?”, “몇 살이야?”…. 삶 곳곳에 숫자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숫자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대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숫자들이 있다. 1에서 45까지, 바로 로또 번호들이다. 마흔 다섯 개 중에서 여섯 개의 숫자를 잘 뽑아내기만 하면 1등에 당첨된다. 1등 당첨이라 함은 거액(?)의 돈이 생기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1등 번호 여섯 개를 골라내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확률 8,145,060분의 1,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서 찬란히 빛나는 별 그게 바로 1등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밤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가로 8센티, 세로 11센티 직사각형 종이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로또만 당첨되면~” 내가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매주 로또복권을 사는 건 아니었다. 좋은 꿈을 꾸었을 때나, 여행을 갔을 때, 아니면 우연히 생각날 때 오천 원 어치 정도를 샀었다. 평균으로 따져보자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산 셈이었다. 그런데 <2022년,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습관 만들기>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주일에 삼천 원 어치씩 로또복권을 꾸준히 사보기로 결심했다. 매주 복권을 사는 일은 당첨되지 않더라도 간접기부를 하는 거였고, 덜컥 1등에 당첨될 수도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좋은 습관이었다.
이 습관에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삼천 원 어치 중 천 원 한 줄은 꼭 내가 직접 고른 번호로 산다는 거였다. 그동안 번호를 골라내는 것도 귀찮아서 특별할 때 아니고는 그냥 자동으로만 사 왔었다. 하지만 꾸준히, 기(?)를 모아, 노력과 정성을 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세상에 거저 되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문제는 마흔 다섯 개 숫자마다 애정이 간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1등 번호일 것만 같았다. 1을 선택하면 2가 신경 쓰이고, 3을 선택하면 4가 아까웠다.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에서 45까지 숫자를 짜 맞추어도 보았고, 간판의 전화번호에도 괜히 의미를 부여해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로또번호를 분석해준다는 곳에 의뢰하기는 싫었다. 오로지 나의 마음이 흠뻑 담겨진 숫자들이 필요한 거였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그날그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숫자를 적어나가는 거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까지면 딱 여섯 개이었다. 절묘했다. 로또는 일주일의 꿈을 사고 일주일을 열심히 살라는 선물인 게 분명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숫자 한 개를 떠올려보는 일도 실제 해보니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바쁜 일과에 까먹고 있다가 잠자리에 들 무렵 생각나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무조건 하루에 한 개씩 적어나갔다. 토요일 아침! 마침내 여섯 개 번호가 완성되었다.
바로 1, 3, 14, 16, 29, 4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