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옛날 어느 나라 왕이 전국의 학자들에게 삶의 지혜를 담은 책을 만들라고 지시했어. 학자들은 지식인들을 모아 12권의 책을 만들었어. 그런데 왕이 불같이 화를 내는 거야. 무지한 백성들을 위해 간단히 줄이라고! 학자들이 머리를 쥐어짜 한권으로 만들었는데도 왕은 더 짧게 줄이라고 명령했어. 그리고 드디어 한 줄로 완성하는데 성공했어. 그게 뭐였는지 알아?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어.
2010년 봄, 나는 ‘투자’라는 단어에 빠져있었어. 환차익으로 모아둔 비자금이 있었거든. 학원에서 유난히 내게 친절했던 언니가 은밀히 평창 땅 얘기를 했을 때 이거다 싶었어.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만 된다면 최소 10배는 남길 수 있다며 절대 비밀로 하라더라. 결국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임야를 5,000만원에 샀어. 만 평 중에 내 지분은 천 평이었고. 언니는 나중에 다 같이 파는 거니까 세금을 아끼자며 가등기 형식으로 하자고 했어. 언니를 믿었었고, 혹시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경매를 걸어 원금은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어. 그 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됐고 평창에 개발붐이 일기 시작했어. 그런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땅은 팔리지 않더라.
밀튼 프리드먼의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기본으로 일컬어지는 말이라네? 망해가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면 다음날 점심밥을 공짜로 준다는 광고를 해 대박을 쳤대. 점심 값이 이미 지불한 술값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손님들은 나중에 알게 되는 거지. 여기에서 공짜는 없다는 말이 유래된 거래. 정주영 현대회장이 성공의 가장 첫 번째 비결로 꼽은 것도 바로 ‘공짜는 없다’였다네? 어느 사기사건 전담 형사는 피해자들에게 ‘공짜를 바라지 말았어야 된다’고 냉정하게 말해준대. 사기꾼들은 공짜를 바라는 사람의 욕심을 정확히 꿰뚫고 접근하는 거라고….
2015년 봄, 법무사 사무실을 찾았어. 근데 법무사가 계약서를 보더니 경매를 걸 수 없다는 거야. 매매예약 가등기인데도 경매를 걸 수 있다고 내가 착각을 했던 거지. 그 당시 공인중개사 시험 때 등기법이 너무 어려워 반도 못 맞았었거든. 게다가 매매 가등기는 본등기를 안 하면 소멸되는 거였더라. 기획부동산까지 했던 그 언니는 싼 땅을 사서 분할한 다음 비싸게 파는 전문가였어. 분당 땅 같은 경우 86세 할머니한테 나와 같은 방식으로 1억 원을 사기 쳤더라. 이 외에도 쓸모없는 땅을 교묘하게 속여 처리해버린 게 여러 건이었어.
법무사는 고소를 해도 이길 확률은 반반이고, 내가 자격증이 있다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될 거라고 하더군. 50%의 확률에 변호사비용 몇 백을 날리는 건 무모한 짓이잖아. 평창 쪽 부동산도 찾아가봤는데, 염소도 못 키울 그런 땅을 누가 사겠느냐고. 평당 5천원이어도 사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하더라. 5,000만 원 짜리가 8년 만에 5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바뀌어 버린 거지.
결국 언니를 살살 달래는 수밖에 없었어. 언니는 보름 후에 분당 쪽 땅 계약금 받으면 원금이라도 주겠다, 충주 땅은 전원주택지개발로 협상중이다 등등 감언이설로 시간을 끌었어. 내가 채권소멸시효에 대해 모르는 줄 알고 기한을 넘겨버리도록 나를 안심시키는 거였어. 안되겠다 싶어 5천만 원은 포기할 테니 등기라도 넘겨달라고 부탁했지. 그랬더니 양도소득세 낼 돈이 없다고 3개월만 더 기다려달라며 화를 내더라. 기다렸어. 그런데 3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더라고. 그래서 채권이 소멸되기 전에 소유권이전청구소송이란 걸 하게 된 거야.
2018년 10월 26일, 난 원고 000로 난생 처음 판사 앞에 서게 됐어. 피고인 그 언니는 예상대로 참석 안했더라. 그동안 언니는 법원 서류들을 일부러 되돌려 보내며 버텨 왔었거든. 드디어 11월 14일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어. 그리고 피고 쪽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더 기다려준 다음, 평창군청에서 검인을 받아 본등기까지 마무리 했어.
다음 해 재산세 7,710원이 나왔더라!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겐 비밀로 했어. 창피하니까! 그래도 등기필증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중이야. 십년 쯤 후, 혹시 몇 십 배로 뛸 수도 있을 거란 공심(空心)도 슬쩍 얹어서…. 또 공짜를 바란다고? 아니지, 이건 심어두는 거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 역시 공짜는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