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원으로 간 아기돼지 세 마리
아기 돼지들은 행복했을 게 분명했다.
P동물공원에서 아기 돼지 세 마리를 보내달라는 의뢰를 해왔다. 세 마리라니! 자돈들은 보통 한 번에 수백 마리씩 출하되기 때문에 승인서를 작성하는 것도 소꿉장난 같았다. 앙증맞게 예쁘고, 토실하고 건강한 놈으로 골라달라고 현장에 특별히 부탁까지 했다. 승인서에도 <동물공원 전시/관람용>이라는 용도까지 추가했다. 리본이라도 있으면 하나씩 달아서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중개를 해주었던 담당자가 <아이들이 잘 뛰어 놀고 있다>고 근황을 전해왔다. 넓은 동물공원을 짧은 다리로 맘껏 뛰어다닐 아기 돼지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족과 친구들은 답답한 돈사 안에서 복닥대며 지낼 때, P동물공원으로 간 아기 돼지들은 견학 온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가끔은 관람객들이 던져주는 군것질거리들도 맛보게 될 터였다. 게다가 선택되지 못하고 농장에 남은 돼지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 같았다. 인간세계로 따지면 금수저가 되어 럭셔리한 삶을 살게 된 셈이었다.
몇 달 후 P동물공원에서 아기 돼지를 더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 동안 아기돼지들이 너무 빨리 자라버려서 더 어린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좁고 냄새나는 축사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거니 더 빨리 성장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이번에도 현장에서 가장 앙증맞게 예쁘고, 토실하고 건강한 놈들이 선택되어졌다. 그런데 출하승인서를 팩스로 보내던 중 ‘그럼 지난번에 갔던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증이 몰려왔다.
설마 예쁘게 키우던 돼지들을 잡아 고기파티를 하는 건 아니겠지? 걱정을 담아 담당자한테 문자를 넣었더니 답이 왔다. <대형동물원의 호랑이나 사자처럼 죽을 때까지 계속 키우다가 자연사하게 되면 폐사 전문 업체에 맡긴다, 간혹 살이 너무 빨리 쪄서 급작스레 덩치가 커버리는 아이는 도중에 인근 양돈장으로 보내어지는 경우도 있다> P동물공원에서 애정을 담아 아기 돼지들을 관리하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아기 돼지들도 좁은 축사에서 지내다 도축장으로 가는 것보다, 쾌적한 곳에서 살다 자연사하는 게 훨씬 더 행복했을 게 분명했다.
현장에서 <2번방, 평균체중 29kg, 3두 출하>라는 메모가 추가된 일지사진을 보내왔다. 프로그램을 열어 떠난 아기돼지들이 지내던 자돈사 2번방의 총 두수를 수정했다. 그런데 이때 ‘아기 돼지들은 방금 전까지 뒹굴며 놀던 가족이나 친구들과 아무 준비도 없이 헤어지게 된 거였고, 좁고 냄새나는 곳이어도 자신들이 태어난 곳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복닥대며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며,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엄마의 채취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 줄을 타고 이어져갔다. 그리고 그동안 <P동물공원으로 간 아기 돼지들은 분명 행복할 거>라고 믿었던 내 생각에 물음표 한 개가 진하게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