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이동이 일시적으로 정지되었다.
강원도 홍천군 ㅇㅇ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충북, 경북지역에서 포획된 야생멧돼지에서도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상황이었다. 우리 농장도 돼지 이동이 일시적으로 정지되었다. 출하 차량이 강원도 지역거점소독시설에서 발병 농가 차량과 동선이 겹쳤던 게 원인이었다.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 경로는 모두 이력 조회가 된다. 출하 승인서에 차량번호, GPS 번호, 기사 전화번호가 기재되기 때문이다. 도축장으로 가는 비육(肥肉)돈은 출하신청서를 축산과와 전담 수의사에게 보낸 후 승인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어린 돼지들인 자돈의 출하에는 농장코드가 기재된 임상 예찰서가 추가된다. 그리고 타 지역 으로 출하 시 자돈들의 피를 채혈해 방역 팀에 보내는 일이 더해진다.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동에 따른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함이다.
비상근무에 들어간 축산과 공무원들이 협회 방에 <8대 방역시설이 완비된 농장은 피검사 통과 시, 권 외 지역으로 돼지 이동이 가능>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그러자 출하가 정지된 농장주들이 “출하금지에 대한 과체중 대책은 있는 거냐, 시설은 낡아가고 이전이나 신축도 못 하게 하면서, 8대 방역시설을 강제로 추가하라는 건 현장상황과 너무 동 떨어진 행정이다, 마스크 써도 코로나를 못 막는 것처럼 8대 방역하면 돼지열병 안 걸린다고 100%보장할 수 있냐” 의견과 항의들을 쏟아냈다.
8대 방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차단을 위해 시, 도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며 계도 중인 사항이었다. 농장의 외/내부 울타리, 방역실, 전실, 방조/방충망, 폐기물 보관시설, 입출 하대(夏臺), 물품반입시설 등이 세부목록이었다. 그러나 농장마다 규모와 환경이 천차만별이어서 시설완비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ASF는 오리나 돼지 등 발굽이 갈라진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ASF에 걸리기라도 하면 확산방지를 위해 키우던 돼지들을 모두 땅에 묻어야만 한다. 살 처분은 농장의 폐업을 의미했다. 이에 대비해 우리농장도 지원금을 받아 하나씩 8대 방역시설을 완비해나갔고, 곳곳에 소독제를 비치해 둘 정도로 방역에 신경 쓰고 있는 중 이었다. 그러나 출하 차량의 이동 경로 중첩으로 관련 농장이 되는 건 피해 갈 수 없었다. 다행히 모돈과 자돈 10여두를 채혈한 항원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계획대로 출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ㅇㅇ 농장, 간략 주소, real-time PCR, 음성> 단체 문자 방에 각 농장의 결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항원검사를 할 때처럼 PCR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게 신기했다. 피를 뽑아 중합 효소 연쇄반응을 검사하는 거니까 돼지도 사람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듯 했다. 호시탐탐 생명을 위협하는 ASF에 대응하기 위해 농장의 돼지들은 오늘도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맞고 있다. 우리도 현재 4차 백신접종이 진행 중이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바이러스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바이러스란 놈들은 언제쯤 사라지게 되는 걸까? 아무래도 당분간 이들과 싸워가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