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연 Aug 28. 2022

목표는 1등 당첨, 꿈은 세계일주

1등 당첨 되는 날, Happy day~

    로또 판매점 벽면에 달력이 걸려있다. 복권위원회에서 판매점마다 배부해준 달력이다. 2022년 7월 달력에는  <지갑 속 구겨 넣은 복권도 다시 보자!>는 문구와 함께, 우연히 발견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된 사람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토요일마다 로또 회 차가 인쇄되어 있는 판매점달력의 사용법은 손님들마다 다르다.     


  자신이 정해놓은 번호들을 몇 번이나 구매했는지 중복여부를 메모해놓기도 하고, 토요일날짜에 <1등 당첨 되는 날, Happy day~>라고 빨갛게 동그라미를 그려놓기도 하며, 나름 당첨예상번호들을 적어놓기도 한다. 가끔 자신만 알 수 있는 암호를 다닥다닥 표시해놓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도자기를 빚는 장인들처럼 온 정신을 모아 메모를 해 나간다. 숫자나 글자 하나하나에 자신들의 꿈을 정성껏 새겨 넣는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꿈과 목표> 이 둘을 헷갈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실제로 판매점을 찾는 단골손님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았을 때에도, 다들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자체는 꿈을 이루기 위한 목표임에도 꿈으로 뭉뚱그려 대답하는 것이었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았다. “1등에 당첨 되면 뭐를 제일 하고 싶으세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홉 개 숫자로 된 금액이 찍힌 통장을 가져 보는 것, 직장 때려치우고 시니어 전용 헬스클럽 차리는 것, 돈을 만 원 권으로 바꾼 다음 방바닥에 두툼하게 깔아놓고 그 위에서 자보는 것,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전원주택을 지어드리고 주말마다 내려가서 바비큐 파티 하는 것, 꼭두새벽에 청소 일 나가는 마누라 집에 들어앉히고 골프 치러 다니게 하는 것, 오랫동안 기다려준 여자 친구와 결혼하는 것, 양가 친척들 다 모아 관광버스 대절해 여행가는 것, 딸 유학 보내는 것, 이혼이 소원(?)인 남편에게 당당하게 도장찍어주는 것…. 각양각색의 행복한 꿈들이 이어졌다.


  반면 1등 당첨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는 길몽(吉夢)을 꾸기 위해 애쓰거나, 복을 쌓기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당첨예상번호를 뽑아내기 위해 지나간 번호들을 연구하거나, 그냥 운에 맡긴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결국 1등 당첨을 위해 작은 금액이어도 매주 꾸준히 로또복권을 산 후, 당첨 운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달력의 메모들은 꿈이 아니라 <1등 당첨>이라는 저마다의 목표들이 기재되어 있었던 셈이었다. 그러나 그 목표들 안에는 이미 수많은 색깔의 꿈들이 한가득 스며들어있었다. 운이 따라주어야 하는 복권당첨의 특성상 꿈이 목표이고, 목표가 꿈이라고 볼 수 있는 거였다. 그러나  “꿈이 목표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세워진 목표들이 수시로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꿈과 목표는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꿈이나 목표나 그게 그거지,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에 뭘 그렇게 피곤하게 나누는지 모르겠네요?” 사람들의 의견은 반으로 나뉘어졌다


  잠시 후 가게 안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의견들이 주인장에 의해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제 목표는 로또 1등 당첨이고, 꿈은 당첨금으로 세계 일주 여행 다니는 거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자를 좋아하는 지게차 아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