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 <포르노그라피아>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02번.

by 이태연


저자 비톨트 곰브로비치는 "젊음이란 생물학적으로 우월하고 육체적으로 더 아름다운 까닭에, 이미 죽음의 냄새를 맡은 성년들을 쉽사리 매혹하고 정복할 수 있다" 라고 말합니다. 제목과 달리 내용은 그렇게 자극적이진 않답니다. 1943년 독일에 점령당한 폴란드 시골농장이 배경입니다. 어른인 두 남자가 풋풋한 16세, 17세 소년소녀에게 동시에 빠져들게 되고 그들을 보며 외설적인 상상을 하게 되는데요. 결국 그들의 음모와 유혹으로 인해 소년소녀들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2003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답니다.



<< 비톨드의 시선 >> - 주인공이며 화자입니다. 지식인이지만, 프레데릭이라는 사람과 시골 친구집을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싱그러운 소년소녀를 보며 그들이 아름답게 뒤엉키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 나는 그를 피할 수도, 무시할 수도, 내 앞에서 치워버릴 수도 없었다.


* 우리가 탄 마차는 옛 시절의 케케묵은 말발굽 소리를 흩뿌리며 시간이 증발해 버린 마을을 가로질렀다. 알고 있었다. 시간이 사라진 듯한 이 정적은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가면일 뿐이었다. 숨긴다고? 무엇을? 전쟁, 혁명, 파렴치, 가난, 기아, 저주 혹은 축복……. 온갖 의미가 이 투명한 목가적 외관 아래 웅크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너무 희미해서 우리가 전원에 대해 오래전부터 품고 있는 이 낡고 뻔한 이미지를 흔들지는 못했다.


* 마침내 나는 혼자였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없는,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완전한 암흑…. 나는 내가 가 닿을 수 있는 극한점, 신이라는 빛이 없는 절대적 어둠에 도달했던 것이다. 쓸쓸한 지향점, 쓰디쓴 종말, 승리의 맛도 쓰라렸다.


* 그들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그들 자신을 위한 것, 정확히 말해 서로를 위한 것이었다. 그토록 그들은 (젊었다). 그러므로 내게는 그들을 곁눈질할 권리가 없었다.




안띠구와 화랑




* 젊다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어리석다는 의미이다.


* 우주 공간이 하나이듯 고통도 '하나'다. 고통이란 작은 조각으로 분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고통이 엄습해 올 때 우리는 매번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 '사실은'이라니,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이 단어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말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말하게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흐릿하게 지워버리는 이 마술의 단어,


* 지극히 사소한 내용, 평범한 단어들조차도 그가 거기에 자신의 성격, 감정, 통찰력을 덧씌우는 순간 중요한 것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일상적인 단어인 '창문', '빵', 혹은 '감사'는 자신이 하는 말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그의 입술을 통해 나오면서부터 전혀 다른 맛을 냈다. 그가 지나가는 말처럼 "나는 삶의 사소한 즐거움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말은 즉시 그가 그런 즐거움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고백이 되어 의미심장하게 울렸다.


* 말 없는, 말을 벗어난 진짜 말.


* 이미 익어버린 인간은 이미 익어버린 인간들을 싫어하는 법이므로!




안띠구와 호텔



* 아! 서른이 넘으면 인간들은 흉하게 시들어간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그들, 젊은이들로부터 나온다.


* 사실 우리가 성숙한 인간이라고 할 때 그건 그냥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숙한 인간은 다른 성숙한 인간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강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성숙한 인간은 지배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인간은 자신이 타인에 마음에 드는지, 자신이 호감을 주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할 뿐이다.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는가 여부에 따라 어떤 것이 아름답고 어떤 것이 추한지가 결정된다. 자신. 오직 그 자신만을 위해서! 성숙한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며, 그 어떤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법이 없다.




<< 프레데릭의 말 >> - 연극을 빌미로 어린 소년소녀에게 어른의 행위를 주문하며, 자신의 색정적 만족을 얻는 남자입니다. 음모와 유혹으로 어린 그들이 스스로 살인을 저지르도록 유도하죠. 때론 고차원적인 말도 제법 하는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 밤이라는 게…… 어둠이라는 게 말이죠…… 어둠은 우리 속에 잠재해 있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을 이끌어내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세계가 어둠 속에서는 사라지죠. (중략)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과 사물이 사라져버리고 자기 자신하고 대면하게 된다는 거죠.


* 인간이란 수수께끼 같은 존재입니다. 천사이자 악마인, 도무지 속을 헤아리기 힘든 구멍 같은, 거울보다도 더 종잡을 수 없는 존재란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어쨌건 끝까지 가보아야만 합니다. (중략) 인간은 성장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게 형벌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안띠구와 정열



* 한편에 '가득 차 있음'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태가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되지 않은 것, 아직 비어 있는 것, 바로 여기에 모든 걸 풀 열쇠가 있는 겁니다. 저런! 네가 바로 '가득 차 있음'이로구나! 하지만 너, '가득 차 있음'보다 아직 비어 있음이 훨씬 아름답지.


* 자연은 처음 우리에게 참견할 때는 늘 분명하고 단호해 보이지만, 얼마 지나면 마치 갑자기 흥미를 잃어버린 듯 감시가 느슨해지곤 하지요. 그때가 되면 우리는 자연의 너그러움을 기대하면서 은근슬쩍 우리 자신의 일로 되돌아오면 됩니다.


* 그런데 '진지하다'는 건 '중요하다'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지요. 어떤 사람이 진지하다고 할 때 그건 그가 가장 중요한 것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의미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란…… (중략) 각자의 견해에 따라, 각자의 기준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도 달라지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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