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는 속어로 정신병원을,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가짜 환자인 맥머피를 의미합니다. 켄 키지가 실제 정신병원에서 야간 보조원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네요. 부조리한 정신병원(뻐꾸기 둥지)을 배경으로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사회상을 그려낸 이 작품은, 1975년 영화로도 상영되어 아카데미 영화제 5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 맥머피의 시선 >> - 랜들 패트릭 맥머피. 한국전에도 참전했지만 불명예 제대. 음주, 폭행 등으로 노동형을 선고받고 작업 농장에서 일하던 중, 시설 좋은 곳으로 가고자 미친 척해서 정신병원에 위탁되어집니다. 병동에서 수간호사의 교묘한 학대 아래 폐인처럼 살고 있는 환자들을 보며 그들에게 독립심과 활기를 불어넣어주려 애쓰게 되죠. 그러나 결국 강제로 끌려가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후 식물인간이 되고 맙니다.
* 누가 나를 건드리지 않는 한 그렇게 살 생각이었소. 그런데 이놈의 사회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소. 내가 이 도박이라는 천직을 발견한 뒤로 얼마나 많은 소도시의 교도소를 전전하며 콩밥을 먹었는지 그 얘기를 쓰면 책 한 권 분량이 넘을 거요.
* 그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기 전에 이 새로운 곳이 어떤 곳인지 잠시 두고 보기로 한다. 그것이 영리한 도박꾼의 묘수이다. 발을 들이기에 앞서 잠시 게임의 흐름을 관망하는 것이다.
* 당신들 전부 말이야. 도대체 당신들한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요? 스스로를 동물이라고 생각하다니, 말도 안 돼. 여러분은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미치지 않았어.
과테말라 정글 속 마야 유적지. 띠깔
* 어떤 것이든 좋아요. 당신들이 숙맥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해 뭐든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 여자가 병동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손을 써야 하지 않겠냐 이거요. 당신들 자신을 보세요. (중략) 난 여러분처럼 잔뜩 겁을 먹은 사람들은 생전 처음 봐요.
* 저 문을 통과해 이곳에 온 뒤로 진짜 웃음 같은 웃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요. 그거 알아요? 여러분, 웃음을 잃으면 설 자리를 잃어요.
* 최고의 사기꾼이 되는 비결은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알고, 상대방이 자기가 원하는 걸 손에 넣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 그래도 난 노력은 했어. 젠장, 적어도 시도는 했다고, 안 그래?
* 당신들은 길거리의 보통 사람들과 똑같지는 않아도 미치광이들은 아니오. (중략) 용기가 있다면 바깥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텐데…….
* 나도 별난 사람이야. 그런데 나에게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이러쿵저러쿵하며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었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정신이 돌지는 않았어.
과테말라. 띠깔
<< 브롬든의 시선 >> - 메리 루이스 브롬든. 이 책의 1인칭 화자입니다. 인디언의 피가 섞여 있고, 커다란 체격에 용의주도한 성격입니다. 오랜 병동 생활로 전기 충격 치료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죠. 귀머거리 겸 벙어리 행세를 하며 병동의 비밀들을 듣고 다닙니다. 맥머피가 환자들의 기억에 '식물인간'이 아니라, '영웅'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를 배게로 눌러 죽인 후 병원을 탈출하게 됩니다.
* 처음에는 내 모습이 아주 우스워 보여서,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한테 인디언의 얼굴과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털이 달려 있는 게 우스꽝스러워서 웃는다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나는 다음 순간에 그가 그런 것들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가 웃었던 이유는 벙어리에 귀머거리인 척 가장하고 있는 내 연기를 한눈에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내 연기가 그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 아주 잠깐 의식이 돌아왔을 때 피트는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중략) 피트 영감은 마치 정확한 시간을 알려 주지도 않지만 정지해 버리지도 않는 오래된 시계, 시침과 분침이 휘어지고, 문자반의 숫자는 떨어져 나가고, 자명종은 녹슬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시계, 아무 의미 없이 계속 움직이면서뻐꾸기 소리를 내는 그런 낡고 쓸모없는 시계 같다.
* 침실이 텅 비면 나는 그곳에서 비질을 한다. 맥머피의 침대 밑에서 먼지 덩어리를 치우는데, 어떤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병원에 온 후로 처음 맡아 보는 냄새다. (중략) 맥머피가 들어오기 전에는 결코 없었던, 탁 트인 들판의 먼지와 흙 냄새, 땀과 노동의 냄새가 난다.
과테말라. 띠깔
* 안개가 자욱해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제 나는 안다. 안개가 자욱할수록 그 속에 안전하게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맥머피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안전하게 있기를 원한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우리를 안개 밖으로, 발각되기 쉬운 탁 트인 바깥으로 끄집어내려고 계속 애를 쓴다.
* 나는 아까보다 더 깊숙이 안개 속에 파묻힌 채 헤매고 있다. 죽음은 바로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리라. 식물인간의 상태도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안개 속에 매몰되어 꼼짝달싹할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 나는 남들이 원하는, 겉으로 보이는 나밖에는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나였던 적은 없었다. 맥머피는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그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중략) 그는 겉모습에 좌우되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다. 콤바인에 굴복하여 그들이 바라는 인간으로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 이제는 눈을 떠야 한다.
* 맥머피는 조금만 위세를 부리고 용기를 내면 어떤 일이 가능한지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우리는 그가 위세와 용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했다. 해변으로 가는 내내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용감한 척 행동했다.
과테말라. 띠깔
* 변화라는 것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인간의 변화에 대해서는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오랫 동안 만나지 못했던 인간의 변화는 금세 눈치 채게 된다.
* 나는 그 순간 내 주변의 생활에서 즐거움을 발견해 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맥머피는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 세 마리 기러기가 무리 지어…… 한 마리는 동쪽으로 날아가고, 또 한 마리는 서쪽으로 날아가고, 나머지 한 마리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다……. 기러기가 재빨리 내려와 너를 낚아채 밖으로 데려간다. 할머니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 (중략) 나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는 저 기러기가 정말 좋다. 그 기러기가 정말 좋다. 그리고 깊은 주름에 흙이 박힌 할머니가 좋다.
* 나는 이곳에서 빠져나가 그 속에 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두 번 다시 숨지 않는다……. 나는 일어선다. 천천히 일어섰다. (중략) 이번에는 내가 그들을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 드디어 자유다. 무단 외출자의 뒤를 쫓는 사람은 없다. (중략) 부족 중 더러는 몇백만 달러나 들여 만든 수력 발전용 댐 위에 옛날 방식에 따라 덜컹거리는 나무 발판을 만들어 놓고 방수로에서 연어를 잡고 산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서 확인해 보고 싶다. 기왕이면 옛날 협곡 주변의 땅을 보고 싶다. 다시 한 번 그곳을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새겨 두고 싶다. 꽤 오랫동안 그곳을 떠나 있었으므로.
과테말라. 띠깔
<< 하딩의 시선 >> - 대학 졸업장이 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 환자 협회 회장입니다. 맥머피에게서 영향을 받아 스스로 정신 병원에서 퇴원해 사회로 나가게 됩니다.
* 당신은 우리 병동에 들어온 지 여섯 시간 만에 벌써 프로이트, 융, 맥스웰 존스의 모든 이론을 단순화해서 그걸 단 두 단어 '쪼아 대는 파티'에 비유했군요.
* 당신은 그녀를 과소평가한 거예요! (중략) 이 세계는 ……, 힘센 자들의 것이에요. 친구! 이 세계는 약한 자들을 잡아먹을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힘센 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지요. 우리는 이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해요. 우리는 이것을 자연 세계의 법칙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 그들을 대신해서 말해 줄 수는 없어. 그들에게도 우리처럼 각자 문제가 있으니까. (중략)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사회의 집게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수백만 명이 입을 모아 '부끄러운 줄 알아. 수치, 수치를 알라고.' 하고 외치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병에 걸린 거야. 사회는 조금이라도 별난 인간이 있으면 그런 식으로 취급해 버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