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연 Sep 01. 2023

나의 부고를 씁니다 -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부고 전문기자가 '자신의 부고를 써 보라'고 이야기를 건네옵니다.



   신문에서 유명한 분들의 부고란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망자의 화려한 인생 이력이 기재된 부고란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죽어도 신문에 날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너무나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윌스트리트 저널의 부고 전문기자가  '자신의 부고를 써 보라' 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옵니다.






   저자 제임스 R. 해커티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윌스트리트 저널>에서 기자, 편집자로 일해왔습니다. 홍콩, 파리, 런던, 브뤼셀 등 아시아와 유럽 지국을 무대로 활약하던 중,  <자신의 부고를 쓰는 어느 부고 작가>라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작가는  '부고 전문기자'라는 새로운 커리어로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으며,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일을 하게 됩니다.


                                  

 '부고 = 인생 이야기'   간단한 공식을 기억하자 - page24

    


   작가는  "나는 부고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유명한 사람, 유명했어야 하는 사람, 악명 높은 사람뿐만 아니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해 지금껏 800명의 인생 이야기를 썼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부고>에 관한 폭넓은 정보로 우리들의 이해를 도와줍니다.


PART1.    기억되고 싶다면 이야기를 남겨라.
PART2.    누구나 책 한 권만큼의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PART3.    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  
PART4.    좋은 부고,  나쁜 부고, 이상한 부고.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목차



    '부고'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죽었다는 사실을 확정지어주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회피하고 싶어, 부고라는 단어가 영 어색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작가도 자신이 부고 전문가라고 하면 묘한 죄책감에 민망한 듯 웃는 사람들이 많다며, 섹스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임신하는 것이 아니듯,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고를 쓰는 것이 절대 섬뜩하거나 불쾌한 일이 아님을 일깨워 줍니다.



 부고'소음과 분노가 가득한'  인생 이야기이며,  

 죽음그 이야기를 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 page33



   그런데 막상 부고를 쓰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무엇부터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먼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정리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작가는  가족이 사망했는데 유가족 중 누구도 고인이 어느 도시에서 태어났는지 모를 때가 있어서 놀랐었다는 어느 장의사의 말을 전해주며,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작가는 '부고 = 인생 이야기'임을 강조하며,  "각자의 벽화에서 어떤 패턴이나 의미를 찾으려면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봐야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아무리 지루해 보일지라도 기본적인 세부 사항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부고에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세부 사항(①정확한 출생일, 태어난 순서, 정확한 사망일, ② 이름에 얽힌 사연, ③ 태어난 곳과 자란 곳,  부모님의 이름과 직업, 가족의 형태, ④ 종교의 유무, ⑤ 삶에 큰 영향을 준 요인들, ⑥ 초년의 관심사와 직업, ⑦ 배우자나 연인을 만나게 된 사연, ⑧ 자녀의 성명과 출생일, ⑨ 학업의 성취, 복무 경험, 사회생활,  공동체 활동, ⑩ 별난 생각, 불만거리, 기이한 버릇, ⑪가장 재미있었던 추억, 사진)들을 정리해줍니다. 다음은 훌륭한 부고를 위해 넣지 않기를 추천하는 사항들입니다.



부고에 꼭 넣지 않기를 추천하는 사항
① 헌사,  자랑,  과장, 공직 임명 이력,  클럽 가입 목록.
② 확신할 수 없는 일,  말할 필요가 없는 일    - page55~57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다음은 부고를 쓰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해 볼 수 있는 사항들입니다.


기본 질문 -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는 이루었는가?
심층 질문
① 가장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② 부모님 선생님 친구에게서 들은 조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③ 무엇이 당신을 큰 소리로 웃게 하는가?  
④ 어떤 경로로 직업을 선택했는가? 여가 시간에 가장 즐겨 하는 일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인생 최대의 실수는 무엇인가?
⑥ 종교가 있다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page82~85



   작가는 "누구도 나보다 내 부고를 잘 쓸 순 없다" 고 합니다. 자신이 죽고 난 후, 가족과 친구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부고를 작성하게 되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나 성취 등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남겨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요약해서 그릇에 담아 보면, 저마다 이야기의 크기도 깊이도 천차만별일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부고를 쓰기 위해 인생 이야기를 정리해나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 숨겨져 있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낼 수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세상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page370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page138



   그동안 타인을 위해 부고를 써 왔던 작가는 이제 자신의 부고, 즉 작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만약 부고에 긍정적인 내용을 하나라도 넣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야 한다면, 이제라도 인생의 경기 전략을 다시 짜거나 감독을 바꿔야 한다고"  언급해줍니다. 이어서  "당신은, 당신의 부고에 무엇을 써 내려 가겠습니까?" 질문을 던져줍니다.


  다음은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 말씀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공부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낯설고 차갑게 느끼는 '죽음'이란 단어를 저자는 수십 년간 다양한 부고를 쓴 기자답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줍니다. 이승의 삶을 졸업하는 학생으로서 좀 더 충실하게  '순간 속의 영원'을  살고 싶은 선한 갈망이 마음속에 차오르게 하는 이 책을 기쁘게 추천합니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page13



   이 책은 부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ending이 아닌, ing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죽은 자를 위한 부고가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고를 쓴다는 행위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하루하루 의욕없이 나태한 삶을 살고 계신 분들, 그날그날 기계적인 삶을 영위해나가고 있는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부고장에 아무것도 기재할 게 없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다, 어느 날 덜컥 부고장의 주인공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그래서 오늘, 나의 부고를 씁니다 !!!!



우리가 남겨야 하는 진정한 기념비는 묘비가 아니라 행동입니다. -page221








                                                     (주)인플루엔셜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