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의 결말

피자가게와 커피숍에서 직면한 나의 완벽주의

by 곱슬머리



가깝게 지내던 분이 화덕 피자가게를 소개해줘서 다녀왔습니다. 오너 셰프가 이탈리아 유학시절 피자와 파스타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왔답니다. 오픈하고 일주일간 무료 이벤트를 하는 중이니 가서 맛있게 먹으랍니다. 시간을 내서 일부러 찾아가야 했지만 소개해준 분의 마음도 있고 공짜이기도 하니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아담하고 수수한 동네 가게입니다. 최소한의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화덕을 비롯한 장비들은 다 중고로 마련했다 합니다. 겉치레보다는 건강한 음식에 힘을 줬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기네요. 행사 기간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마르게리따 피자와 시그니처 스파게티를 주문했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회원가입을 하실 건지 물어봅니다. 임대료, 재료비, 직원 월급 등 가게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의 90%를 가입한 회원들에게 매달 돌려준다는 설명과 함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나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단 시작은 하고 안되면 폐업하는 거죠. 하하하"


용기, 열정, 실행력, 도전정신.... 그게 뭐든 참 대단하고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젊어서인가 생각하지만 나이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꽤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온 삶의 방식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피자나 파스타의 맛보다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는 사장님과의 대화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을 향하다가 테이블이 딱 하나 있는 조그마한 로스터리 커피숍을 발견하고 들어갔습니다. 두 세 사람이면 꽉 찰듯한 공간에서 열심히 커피를 만드시며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젊은 사장님이 보입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려고 보니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 가격이 무려 1,000원입니다. 지난주 오픈해서 이벤트 중이랍니다. 먹을 복이 있는 날입니다.


"원래 가격은 얼만가요?"

"2,000원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싸게 파시나요, 이렇게 해서 남습니까?"

"저가의 프랜차이즈 커피를 이기고 싶어요. 제가 원두를 직접 구매하고 로스팅도 하면서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니까 많이 팔면 됩니다."


미소를 지으면 친절히 답하는 사장님에게서 겸손하지만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피자 가게에 이어 두 번째 충격입니다. 이번에도 '젊으니까 가능하다'라고 말하기엔 원가 부족해 보입니다.






저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그리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한 기준이 몹시 높고 이상적입니다. 비현실적인 욕심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지만 타인들에게도 제 기대를 투사해서 당사자들은 엄청난 부담과 압박을 느끼게 합니다.(나쁜 리더지요) 원래 목표에 대한 기준이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니 최종 결과물에 대해 웬만해선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비난합니다.(한 번도 '음... 괜찮았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더 안 좋은 것은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목표한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서 당연히 거쳐야 할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를 대충 생략하려는 꼼수이지요. 그래서 이런 어려운 과정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할 기회도 놓치게 됩니다. 시도도 못한 채 실패를 맛보는 것..... 제 완벽주의의 결말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두렵기야 하겠지만 그 마음을 이기고) 과감하게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피자가게와 커피숍 사장님을 보면서 다시 저의 완벽주의를 생각합니다.


저에게 완벽주의는
......... '무엇을 하려고 생각하든 완벽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생각입니다.'


하루빨리 떼어버려야 할 안 좋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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