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겸손을 배웠다

50세의 남성이 응급실로 심정지의 상태로 왔다.

그의 자녀는 미성년자였다.


난 당연히 성인인 줄 알았는데, 미성년자라고 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아마 청소년이지 아닌가 추측했다.


배우자는 일 때문에 부산에 있다가 올라온다고 했고,

조부모는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의사는 먼저,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사망선고를 했다.

그 아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았는지, 그냥 고개만 떨궜다.


119 대원의 진술로는 그 아이가 흉부압박을 하면서 신고를 했다고 했다.

아마 그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사망선고를 들을 때의 그 아이의 눈빛은 너무 놀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내가 예상한 건데, 이미 흉부압박을 하면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았을까 싶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이혼으로 아버지가 없이 자라온 나는


그 아이의 인생이 어떨지 그냥 떠올랐다.

'얼마나 슬플까?', ' 앞으로 얼마나 힘들까?', '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까?'


30분 뒤 그의 부모가 들어왔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건강하게 걷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떠올렸다.

만약 내가 엄마보다 먼저 죽으면,,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봤지만,

며칠 전에 마주한 환자의 죽음은

더 깊이 다가왔다.


미성년자의 아이가 혼자 응급실 앞에서 기다린 모습을 봐서 인지...

아니면 조부모와 아이가 다 같이 와서 그의 옆을 지켜봐서 그러서 인지...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가 된 이후로 나는 매일매일 겸손해진다.


과거에 나는 직업의 귀천이 있다고 믿고, 별로 멋진 직업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존중하지 않았고,

과거에 나는 사람의 가치가 다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어떤 사람들을 봐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진상을 부리는 사람을 존중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이러는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사람이란 동물이 죽음 앞에서 겸손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유를 깊이 파고 싶지 않다.

그냥 그냥...


그냥... 겸손해지고 싶고... 많은 사람들을 존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감정이 든다.


잘생기든, 못생기든, 연봉을 많이 받는 직업이든, 돈을 못 버는 직업이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든,


우리는 결국 죽음 앞에서는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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