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내가 예쁜 줄 몰랐다. 오래된 사진에서 내가 예쁜 걸 알고 놀랐다. 나의 죄는 폭로되었다. 나를 사진에 가둔 죄. 사진 속 모든 것은 예뻤다. 내가 예뻤고, 시절이 예뻤고, 젊음이 예뻤다. 예뻤던 모든 순간이 이 사진 한 장에 묶여 있다. 그 순간들을 가둬놓은 건 사진 속 너일까 아니면 나일까. 예쁨을 차마 펼쳐보지 못해 슬픈 건 너의 눈일까 아니면 너를 보는 나의 눈일까. 가늠할 수 없는 슬픔에 사무치는 가슴으로 나는 혹은 너는 변명 같기도 자백 같기도 한 말을 쏟아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세상이 무서웠다. 세상은 너무 높고 거대했으며 세상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거칠었다. 나 같은 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선뜻 세상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주위를 서성거리기만 했다. 나에게 허락된 세상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조용한 방관자였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나를 외면했다. 힘내라는 값싼 위로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도, 어쭙잖은 시도도, 할 수 있다는 다짐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변할 수 없으니 세상이 변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쉽게 포기해버렸다. 나는 나를 방치했다. 그리고 너는 갇혀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그 예쁜 얼굴로 나는 더 당당해도 괜찮았다. 너무 무서워하지도 겁내지 않아도 됐었다. 실패해도 괜찮았다. 쓰러져도 일어서면 그만이었다. 무엇을 해도 늦지 않았었다. 모든 것이 나에게 적당했다. 아무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았다. 나는 그 자체로 가능성이었고, 희망이었다. 나는 무엇을 하기에 참 예뻤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나에게 죄를 지었다. 내 예쁜 얼굴을 몰랐고, 내 가능성을 지나쳤으며, 나의 삶을 우습게 여겼다. 지나서야 보이는 나의 예쁨 앞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나의 젊음 앞에 가슴이 욱신거린다. 이건 내가 받아야 할 벌이자 아프게 새겨 넣는 문신 같은 배움이다. 이제 나는 판결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네가 혹은 내가 하는 용서 같기도 결심 같기도 한 말을 듣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나는 오늘도 너이다. 이 예쁜 얼굴로 너는 더 당당해도 괜찮다. 너무 무서워하지도 겁내지 않아도 된다. 실패해도 괜찮다. 쓰러져도 일어서면 그만이다. 무엇을 해도 늦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에게 적당하다. 아무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네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 너는 그 자체로 가능성이고, 희망이다. 너는 무엇을 하기에 아직 참 예쁘다. 그러니 방관과 방치와 후회와 회한을 멈추고 십 년 후의 너는 아프지 않도록, 그래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와 작별할 수 있도록, 너는 살아라. 오늘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너의 매일 앞에 부끄럽지 않을 오늘을 살아라. 이제 다시 사진기를 들어라. 언젠가 찬란하게 펼쳐질지도 모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을,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지금 여기의 나일 수 있도록, 다시 셔터를 눌러라.
*<나의 첫 에세이 출판 수업-두번째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