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Morning Sun>
넓은 창으로 햇빛이 고스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침이 시작되었지만 여인은 움직일 기미가 없어 보이네요. 태양과 마주한 채 서서히 드러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내가 미처 겪어보지 못한 아침을 보내는 사람을 향한 부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삶이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다소 힘든 거고 잠시 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죠. 아침을 이고 온 해를 바라보며 이 하루를 그냥 비어있게 하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인생의 더러는 그렇게 비어있는 날들도 괜찮지 않을까요?
떠오르는 태양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가야 할 곳도 챙겨야 할 사람도 해야 할 일도 없는 곳에서 태양이 하루를 여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날은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아침이 시작될 때쯤, 나는 하루를 맞이하느라 늘 분주합니다. 떠오르는 태양 아래 밝아지는 거리를 알지 못합니다. 하루의 시작은 늘 쫓기듯 찾아오죠. 종종 거리며 시작한 하루는 태양이 지나갈 때까지 계속됩니다. 늘 시간을 확인하고, 일정을 확인하죠. 모두 필요한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찮거나 무가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죠. 그저 나도 하루쯤 쉬고 싶은 겁니다.
그림을 마주했을 때 여인의 표정을 미처 보지 못했던 건, 여인의 자세 때문이었습니다. 아무 할 일도 없어 보이는 모습, 서두르는 기색도 고민하는 모습도 전혀 없죠. 그냥 앉아있습니다. 긴장감도 분주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염없이 계속해서 앉아있어도 괜찮을 듯한 모습을 보면서 그림에 빠져들었습니다. 요즘에 내가 꿈꾸는 모습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으면 좋겠거든요.
때때로 삶은 갖가지 형태로 우리를 지치게 만들곤 하죠. 이제는 모든 날이 좋을 순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담담히 맞서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잠시 쉬어 가고 싶은 때가 생깁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려는 것도 아니고 목표를 수정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가고 있는 길에 잠시 목도 축이고 다리도 쉬게 하고 싶은 것이죠. 목적지는 분명한데 길이 험하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정해진 때 없이 누워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것도 서두를 필요도 없고 한 끼 정도 굶어도 아무 상관없는 하루를 게으르고 나른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죠.
그 마음으로 여인의 얼굴을 보다, 그제야 여인의 무력한 얼굴과 고독하고 외로운 공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그림의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이제 그림은 더 이상 내가 꿈꾸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나의 내면이었죠. 시간에 쫓기고 일에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나의 내면은 이제 그 무엇도 해낼 여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해는 희망이 아니라 다그침입니다. 다시 만나야 하는 하루는 버거움입니다. 무기력한 나는 여전히 바쁘고 무언가를 해내고 살고 있지만, 내면은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해를 보며 희망을 말할 수 없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외롭습니다. 하루는 여전히 유지되지만 나는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요?
여인의 얼굴은 내 현재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여인의 자세를 흠모합니다. 감각 없는 얼굴로 어떤 느낌도 없이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여전히 삶이 나에게 긍정일 때, 나는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여인의 자세가 나의 삶으로 굳어지지 않게 하려고 나는 적극적으로 태양 앞에 앉아야겠습니다. 삶만큼 모순적인 것은 없지요. 내 인생이 무력하게 창가에 걸터앉은 채로 마쳐지지 않으려면 나는 종종 창가에 앉아 비어있는 하루들을 만나야 합니다. 비어있는 하루는 채워지는 인생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모순적이게도 말이죠. 모순적인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나의 방황은 짧아집니다. 그리고 더 단순해지겠죠. 내 안에 여인의 얼굴이 고개를 내밀 때, 나는 앉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비추는 거리 속에 자리를 잡고 태양이 만들어내는 아침 풍경으로 햇살을 받아들여야겠지요. 살아있는 모든 것은 햇빛이 필요합니다. 나도 햇살이 고갈되지 않도록 차분하고 고요하게 태양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의 일상을 정돈하고 분주함 속에 나를 내팽개치지 않도록, 그래서 여인의 얼굴이 나의 얼굴로 굳어지지 않도록, 나는 내일 아침 떠오르는 해 앞에 앉을 겁니다. 나는 잠시 멈추고 하루는 비어있게 되겠지만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인생은 모순이기 때문이죠. 바쁠 때 잠시 앉기. 해가 풀어내는 하루 속에서 길게 늘어났다가 짧게 드리워지는 그림자처럼 나는 계속 삶의 모양을 바꾸지만, 사실 나는 길어지지도 짧아지지도 않죠. 나는 그저 나입니다. 일상과 나라는 실체의 모순적인 간극을 적절히 메꾸기 위해 나를 돌보는 시간을 소홀히 여기지 않아야겠습니다. 멈춤이 정지가 되지 않은 것이 인생이죠. 미룸이 연착이 되지 않는 것이 삶입니다. 정상적인 속도로 나의 생을 이끌기 위해 나는 내일 잠시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