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안토니 곰리 <퀀텀 클라우드 8>

by 아무
안토니 곰리 <퀀텀 클라우드 8>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한 사람. 사방으로 날이 선 모습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까요, 아니면 고약한 성격을 보여주는 걸까요? 차갑고 날카로운 철제로 이루어진 사람을 보면서 문득 나는 누구일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일지, 무게 있는 바위일지, 베베꼬인 밧줄일지, 가시덤불일지. 어쩌면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을 수도 있죠. 모두에게 동일할 수는 없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꽃잎이어도 누군가에는 가시일 수도 있잖아요. 살면서 늘어나는 역할들은 나를 한 가지로 정의되지 못하게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구성의 기본 요소는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 말이죠.


나의 정체성은 유전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그리고 환경적인 것이 더해져서 산출되겠죠. 유전적인 것은 어쩔 수 없을 거니 넘어가고, 환경적인 것은 어느 정도는 결정되겠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있죠. 그리고 심리적인 부분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모두에 영향을 받지만 그래도 의지를 사용한다면 상당히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항목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가진 것들을 기반으로 나를 그 위에 세워나가야 하는 겁니다. 나라는 존재가 단순히 있게 된 것이 아니네요. 우리는 타고난 것들을 바탕으로 주변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내면을 형성하고 존재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때로 나도 내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이해가 가네요. 우리는 다소 복잡한 과정 속에서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나를 완성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몇 가지 단어를 사용하여 나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어떤 단어가 가장 적합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연구하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나를 궁금해하지 않았죠. 다른 사람의 안부는 물으면서 말입니다. 사람을 만나 일상을 말하고, 건강을 챙기고 미래를 고민하면서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일은 왜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까요? 나는 나와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나를 만나는 일이 어색합니다. 낯선 사람을 쉽게 지나치듯 나를 지나쳐 왔습니다. 나는 나를 모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나를 알아가든 혹은 이제부터 나를 만들어가든 시작하면 됩니다. 어색한 나와 마주하고 나를 꺼내놓는 작업부터 해야겠습니다. 나를 이루고 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내가 잃어버렸던 보물, 버리지 못했던 얼굴, 보듬어 주지 못했던 마음이 있을 겁니다. 생각보다 잘하고 있었던 매일과 공허하게 흘려보냈던 시간들도 있겠죠.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해야 할 일이 싸우고 있을 거고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방어하는 긴장감이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을 겁니다. 잃어버린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을 마음에서 보내고,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는 것들,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 꼭 필요한 것들과 있어서 유익한 것들, 그리고 지키고 있어 다행인 것들. 나는 이 모든 재료들을 있어야 할 곳에 배치하고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자리에서 조화로운 나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를 만들어가는 이 일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요, 아마 제법 걸릴 겁니다. 하지만 윤곽이 잡히면 희미하게나마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나를 소개하는 정도로 말입니다. 나는 적어도 나를 구성하는 것들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구성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미완의 나는 오늘부터 조금씩 수정되며 날마다 조금씩 선명해져 갈 겁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서 세워져 가겠죠. 내가 작품으로 온전히 서게 되는 날, 나를 보러 와 주세요. 작품명은 '구성'입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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