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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연

2026년이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면 늘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가족과 함께 케이크에 초를 켜고 다 함께 제야의 종을 보는 것.


우리는 새해가 되면 무엇이든 새것이 되어야 할 것처럼 굴지만, 사실 대부분의 것은 그대로다. 방 안의 먼지도, 어제 쓰던 컵도 그대로 남아 있다. 새해는 모든 것을 지우는 버튼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것들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 날짜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새해는 무척 예의가 없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 위에 아무 말 없이 찾아와 앉아버리니까.


그래도 새해가 싫지는 않다. 어쩌면 새해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날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날짜 하나를 새로 붙여주는 것.


그래서 나는 올해부터 새해에 다짐을 세우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작년의 나는 어떤 속도로 걸어왔는지, 무엇을 잃고도 계속 있었는지, 끝내 내려놓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어느새 새해는 내 앞이 아니라 내 옆에 와 있다.


새해는 출발선이 아니다. 잠깐 멈춰 숨을 고르는 정거장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그랬듯,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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