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임진왜란
공북문을 통과하여 진주성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김시민 장군의 동상이 있을 것이다. 김시민은 1591년 진주 판관으로 제수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진주 목사 이경을 따라 지리산으로 피신했다.
난리가 났을 때 피난 가는 것은 지도자의 진정한 자세가 아니다. 김시민은 그것을 알았는지 목사대리가 된 즉시 진주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진주성을 탈취하려는 왜군을 물리쳤다. 이로 인하여 김시민에게 ‘맹장’이란 칭호가 붙여졌다. 그 칭호는 조신이 아니고 일본이 붙여주었다. 나는 진주대첩의 맹장 김시민 장군의 업적을 더듬어보고 싶었다.
성안 앞쪽으로 인도가 있다. 그 인도의 좌우 지형이 사뭇 다르다. 왼쪽은 낮고 오른쪽을 가파른 언덕이다. 그 언덕에 김시민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만화가 눈길을 끈다. ‘준비된 리더샵, 불패의 업적을 이룬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진주대첩 이야기’ 이런 제목의 만화이다. 10개의 장면으로 꾸며져 있다.
진주성을 탈취하려는 일본군은 30,000여 명, 그에 맞선 진주성 안의 백성은 고작 3,800명, 상대가 안 된다. 김시민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를 일구어냈다. 김시민만이 이룰 수 있는 업적이다. 그래서 ‘준비된 리더샵’ ‘불패의 업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류가 발견된다. 제목으로 사용된 용어 ' 리더샵'은 지휘자의 능력이나 자질. 통솔력. 지도력‘ 등을 의미하는 ‘리더십(leadership)’의 잘못이다. 또 김시민 장군이 상대한 일본군을 만화에서는 3만이라고 했는데, 1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안내판에는 2만이라고 소개한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언덕 위에 김시민 장군의 동상이 있다. 갑옷을 입고, 머리에 투구를 썼으며, 허리에는 장검을 차고,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고 있다. 적을 향하여 호령하고 있을까? 파란 하늘, 우거진 나무숲이 장군의 위엄을 드높인다.
동상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김시민 장군 전공비'가 있다. 한글로 된 시가 있고, ( )안에 한자로 넉 자씩 12구로 이루어진 글이다. 김시민 장군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각자 이해하기 바라며 그대로 옮긴다.
기상은 예리하면서도 강했고 (氣銳而剛) / 자질은 굳세면서도 온화했네 (質毅而溫)
의리로써 줄기를 삼고 (義以爲幹) / 충성으로써 뿌리를 삼았네 (忠以爲根)
성을 온전히 하고 적을 물리친 것은 (全城郤敵) / 누구의 공적이 이와 같겠는가
나라 일에 목숨 바친 것은 (死於王事) / 누구의 충성이 이와 같겠는가 (如其忠)
비봉산이 높고 높으며 (晉山義義) / 남강 물이 넘실거리니 (晉水洋洋)
비석 하나 영원히 전해져(一石千秋) / 산처럼 높고 물처럼 영원하리(山高水長)
인도의 왼쪽 나지막한 곳에 우물이 있다. 정사각형 모양의 우물터 한가운데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는 원통형 우물이다. 내려다본 우물물이 맑고 깨끗다. 수량도 풍부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물은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군을 상대했던 진주성 백성의 목을 축이는 소중한 물이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물은 왜적을 물리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여인들은 이 물을 길어 뜨겁게 데우고 남성들은 그 물을 퍼다가 성벽을 기어오르는 왜적에게 끼얹었을 것이다.
백성들의 목을 축인 생명수요 왜적을 물리친 무기였던 물을 두레박으로 떴다. 두레박의 한쪽이 떨어져 있어서 물이 조금 담겨 올라왔다. 그 물을 맛보았다. 당시 백성들의 뜨거운 마음을 식혀주는 듯 시원함이 전해진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호로 지정된 ‘진주성 북장대(晉州城 北將臺)’ 위로 올라갔다. 발을 딛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가파른 계단이 있다. 신을 벗고 올라가라 한다.
‘북장대’의 ‘장대’는 군대를 지휘하는 높은 대를 말한다. 진주성 북쪽에 있는 장대이다. 광해군 10년(1618)에 경상우병사 남이흥(南以興)이 고쳐지고 수차례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북장대의 누각 이름은 진남루(鎭南樓)이다.
안내에 따라 신발을 벗고 누각 위로 올라갔다. 바닥이 깨끗하다. 한쪽에 젊은 부부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자는 누워있고 여자는 그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난간 옆에 섰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바로 아래는 주차장, 그 부근의 복잡한 거리가 보이고, 진주 시가지가 저 멀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전투를 지휘하는 지휘관의 자리로 딱 좋은 위치다. 임진왜란 당시 김시민 장군도 여기 서서 전투를 지휘했을 것이다. 아까 보았던 장군의 동상처럼 오른손을 들고 2만 왜군을 상대했을 것이다. 그 아슬아슬했을 전투 장면이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려진다.
진주성에 와서 임진왜란의 맹장 김시민 장군을 만났다. 오합지졸이었던 3,800 백성을 이끌고 잘 훈련된 일본군 20,000여 명을 물리친 그를 ‘준비된 리더’라고 말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김시민처럼 준비된 자를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 커다란 목소리로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자는 많다. 화려한 말솜씨로 거짓말을 일삼는 자도 많다. 이런 자 중에서 김시민 장군처럼 준비된 자를 선별하는 선량한 유권자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