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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고병균 Dec 02. 2023

[5-1] 성주성의 탈환

수필 임진왜란

1592년에는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루에 성이 하나씩 무너지는 그런 전투였다. 그런데 1593년 들어 전투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졌다. 명나라의 지원병이 도착하면서 평양성을 탈환하는 등 성과도 나타났다.      

그 첫 번째 성과는 1593년 2월 15일(음 1월 15일), 성주성의 탈환이다. 


성주성은 일본군에게 있어서 거점 고을이다. 대구에서 조령을 잇는 주 보급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성을 빼앗기면 일본군은 물자 보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성주성을 점령하고 있던 부대는 하시바 히데카쓰의 제 9군이었다. 8월 11일 제 7군의 모리 테루모토의 휘하 장수 가쓰라 모토쓰나의 1만 병력과 교대하여 주둔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의병들에게 쫓긴 우도 일대의 일본군까지 합세하여 2만 병력이 넘게 되었다.     


초유사 김성일은 김면, 정인홍 등의 의병들에게 성주성을 탈환하도록 조치하고, 한편으로는 도체찰사인 정철에게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거기서 5천 명을 지원받았는데, 화순에서 기병한 의병까지 합세하여 조선군의 병력도 2만 명에 달하게 되었다.     


9월 26일(음 8월 21일) 정인홍과 김면은 성주성 탈환을 위해 주둔지에서 출발하여 성주성 남쪽으로 진출했다.


9월 27일(음 8월 22일), 공성기구를 마련해 공격 준비를 완료했다. 이때 일본군의 지휘관 가쓰라 모토쓰나도 개령에 있는 본진의 모리 테루모토에게 병력의 증원을 요청했다. 그날 일본군의 기습 공격이 있었다. 의병의 후방을 공격했다. 포위망을 형성하기도 전에 조선군의 대열이 무너졌다. 1차 공격의 실패다.


10월 5일(음 9월 11일) 성주성 탈환을 다시 시도했다. 조선군이 공성기구를 준비하고 있을 때, 부상현을 넘은 일본 증원군이 의병을 공격했다. 그리고 성안의 일본군도 합세하여 조선군을 공격했다. 전투 중에 별장 손승의가 조총에 맞아 전사했다. 2차 공격도 실패했다.


3달 뒤인 1593년 1월 9일(음 12월 7일)에 3차 공격이 시작되었다. 8일에 걸쳐 공방전을 벌였지만 피해만 발생했다. 1월 16일(음 12월 14일)에 철수했다. 조선 의병의 3차례에 걸친 공격에도 일본군은 성을 지켜냈다. 

음력으로 1593년에 접어들면서 일본군 진영에 식량이 떨어졌다. 전세가 점차 불리해지면서 후퇴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2월 15일(음 1월 15일) 대보름날의 달 밝은 밤에 일본군은 성주성을 빠져나갔다. 개령의 본대와 합류하여 선산 방면으로 철수했다. 


이렇게 하여 성주성을 탈환했다. 성주성을 빼앗긴 1592년 6월 6일 이후 8개월 만의 탈환이다. 성을 빼앗길 때는 단 하루도 안 걸렸다. 그 성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펼친 작전 기간만 무려 6개월이다. 성을 탈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을 빼앗기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다.      


이 전투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 둘 있다. 한 사람은 전사한 성주 목사 제말이고, 또 한 사람은 정유재란 때 진주성을 지원하다가 전사한 그의 조카 제홍록이다. 


특히 제말은 고성 사람으로 전란 전 수문장을 지냈다. 윤승운 화백은 그의 신분을 면천된 천민 출신으로 그려냈다. 면천(免賤)이란 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나 평민이 되는 것이다. 칠원 제씨의 시조라는데 성을 새로 받아 시조가 됐다는 얘기다.


여기서 양반과 천민의 신분을 구별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라의 위급한 상황에서 신분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위급한 상황에서 피를 흘린 사람은 탄핵이나 일삼았던 문무백관들이 아니다. 오히려 제말과 같은 분들이 훨씬 많다.

제말과 제홍록 두 분의 영령 앞에 조용히 묵상한다.      


중국의 명의, 화타는 자신의 의술을 칭송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형님은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의사입니다. 나는 병이 든 후에 치료하지만, 나의 형님은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예방합니다.’ 


이 말을 바꾸어 본다. 

‘평양성이나 성주성을 탈환한 장수는 훌륭하다. 그것을 빼앗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지도자는 더 훌륭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성을 빼앗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일까? 일반 백성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선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는 백성의 갈등을 해소하여 그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살다 보면 백성들 상호 간에 갈등이 발생한다. 지역적 갈등, 계층적 갈등, 이익 단체 간의 갈등 등으로 충돌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교묘한 말로 갈등을 부추긴다. 이런 자를 나는 못된 지도자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갈등을 해소하는 자가 있다. 그런 자가 바로 슬기로운 지도자요, 국가적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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