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임진왜란 제5부
1593년 들어서면서 전투 양상이 달라졌다. 1592년 일본군이 쳐들어왔을 때 조선은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루에 성이 하나씩 무너졌다.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쫓긴 선조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명나라의 지원병이 도착했다. 이후 평양성을 탈환하면서 전투 양상이 달라졌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1593년 1월 15일(2월 15일), 성주성을 탈환했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아니었다.
성주성은 1592년 4월 27일(6월 6일) 고니시 유키나가 군에 의해 함락되었다. 성주는 일본군에게 경상도의 거점 고을 중 하나이다. 대구에서 조령을 잇는 주보급로를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성주성을 점령하고 있던 부대는 하시바 히데카츠 제9군이었는데, 8월 11일에 제 7군의 모리 테루모토와 휘하 장수인 가쓰라 모토쓰나의 1만 병력과 교대하였다. 나중에 의병에게 쫓긴 우도 일대의 일본군까지 합세하여 병력이 2만 명이 주둔하게 되었다.
조선군은 성주성을 탈환해서 일본군의 물자 보급에 차질을 주고 개령에 본진을 둔 모리 테루모토 부대를 고립시킬 계획이었다.
초유사 김성일은 김면, 정인홍 등 의병에게 성주성을 탈환하도록 조치하고, 한편으로는 도체찰사인 정철에게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거기서 5천 명을 지원받았는데, 화순에서 기병한 의병까지 합세하여 조선군의 병력도 2만 명에 달하게 되었다. 정철은 국어 교과서에 등장한 인물이다. 그의 시조 한 편 읊어본다. 흥얼흥얼 노래가 된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 두 분 곳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으랴. / 하늘 같은 은덕을 어디에다 갚사오리.’
1592년 8월 21일(9월 26일) 의병장 김면은 정인홍과 함께 성주성 남쪽으로 진출했다.
8월 22일(9월 27일), 공성 기구를 마련해 공격 준비를 완료했다. 그날 일본군의 기습 공격이 있었다. 이로써 조선군의 대열이 무너졌다. 1차 공격은 실패했다.
9월 11일(10월 5일) 성주성 탈환을 다시 시도했다. 조선군이 공성 기구를 준비하고 있을 때, 부상현을 넘은 일본 증원군이 의병을 공격하고 성안의 일본군도 합세하여 공격했다. 전투 중에 별장 손승의가 조총에 맞아 전사했다. 2차 공격도 실패했다.
3달 뒤인 12월 7일(1593년 1월 9일)에 3차 공격이 시작되었다. 8일에 걸쳐 공방전을 벌였지만 피해만 발생했다. 12월 14일에 철수했다. 조선 의병의 3차례에 걸친 공격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뜻밖에 성주성을 탈환하게 된다. 그것은 하늘의 도움이다.
음력으로 1593년에 접어들면서 일본군 진영에 식량이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전세가 점차 불리해졌다. 일본군은 1월 15일(1593년 2월 15일) 달 밝은 밤에 성주성을 빠져나갔다. 개령의 본대와 합류하여 선산 방면으로 철수했다. 그날이 성주성을 탈환한 날이다.
이렇게 하여 성주성을 탈환했다. 성주성을 빼앗길 때는 단 하루도 안 걸렸는데, 그 성을 일본군의 손아귀에서 되찾아 오는 데는 3차례의 전투가 있었고, 그 기간은 무려 8개월이나 걸렸다. 그러는 동안 조선의 관군과 의병이 흘린 피는 얼마인가? 백성들이 흘린 피와 눈물은 또 얼마인가? 가슴이 미어진다.
이 전투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 둘이 있다. 한 사람은 전사한 성주 목사 제말이고, 또 한 사람은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전사한 제말의 조카 제홍록이다.
제말은 1552년(명종 7)에 태어난 고성 사람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웅천(熊川)·김해·정암(鼎巖) 등의 전투에서 대승하였다. 곽재우(郭再祐)와 함께 조정에 알려져 성주 목사에 임명되었다. 성을 새로 받아 칠원 제씨의 시조가 됐었다. 윤승운 화백은 그의 신분을 면천된 천민 출신으로 그려냈다. ‘면천(免賤)’이란 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나 평민이 되는 것이다.
나라의 위급한 상황에서 양반과 천민의 신분을 구별하려는 것은 아니다.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고관대작도 있지만, 대부분 천한 신분의 사람이었다. 제말과 제홍록 두 분의 영령 앞에 조용히 묵상한다.
중국의 명의, 화타는 자신의 의술을 칭송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형님은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의사입니다. 나는 병이 든 후에 치료하지만, 나의 형님은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예방합니다.’
이 말을 바꾸어 본다.
‘성주성을 탈환한 장수는 훌륭하다. 그런데 성주성을 빼앗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지도자가 더 훌륭하다.’
그렇다. 성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성을 빼앗기지 않게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지도자는 백성의 갈등을 부추긴다.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이익 단체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교묘한 말로 꼬드기고 부추긴다. 이런 자가 바로 나쁜 지도자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한다. 갈등을 해소하려고 힘써 노력한다. 이런 자가 진정한 영웅이요, 성을 빼앗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지도자가 바로 명의(名醫) 화타의 형님과 같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