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임진왜란 제6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무기는 조총이었다. 조총은 화약을 사용한 최신식 무기다. 칼이나 창, 활 등을 사용하는 조선인에게 위협적인 무기다. 조선군도 이에 대응하여 급하게 무기를 개발했다. 행주대첩에서 크게 활약한 변이중의 화차, 경주성 탈환 작전에 사용한 이장손의 비격진천뢰, 해상의 적 함선을 격침시킨 천자총통 등이다.
학자들은 장성 사람 변이중(邊以中, 1546년~1611년)을 ‘2,800대 30,000’ 행주대첩의 숨은 공신이라고 말한다. 1593년 당시 행주산성에는 조선군 2,800명과 일본군 3만 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화살이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기적 같은 구원이 도착했다. 충청 수사 정걸이 배 2척에 화차와 함께 화살 수 만발을 싣고 온 것이다. 게다가 양천으로 가는 수십 척의 전라도 조운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변이중은 무기 분석가였다. 그는 자신이 쓴 《총통화전도설(銃筒火箭圖說)》과 《화차도설(火車圖說)》의 내용에 따라 문종 화차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화차 300량을 제조했다. 이 중 40량을 경기도 고양 행주산성으로 보냈는데, 육로가 아닌 배편으로 보냈다.
1593년 2월 12일에 보낸 화차의 규격은 가로 2m, 세로 2m 높이 1.8m이고, 두께 6㎝의 단단한 목재로 사방을 막았다. 그것은 우리 병사를 보호하는 방호벽이 되었다. 무게 800㎏나 되는 화차였지만 바퀴의 축 위에 차체를 올려서 혼자서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방호벽 안쪽 면에 승자총통을 발사할 총통구를 장착했다. 화차의 앞쪽에 14구, 좌우 측면에 각 13구 등 총 40구를 설치하고 그것을 도화선으로 연결했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발사되는 자동 무기로 공격과 방어를 획기적으로 높인 발명품이다. 그 모형이 행주산성에 전시되어 있었다.
변이중 화차는 현대식 장갑차와 기관총이 결합된 형식의 화차이다. 그 화차의 구체적인 설계도가 남아 있다. 백병전 화포로 그 운용 방법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물이다. 이처럼 중요한 자료임에도 화차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아마도 연구가 덜 이루어진 것 때문일 것이다. 변이중은 국방 과학의 선구자이다. 학자들이 그렇게 말한다.
임진왜란 때 사용한 무기로 비격진천뢰가 있다. 군기사(軍器寺) 소속 화포장(火砲匠) 이장손이 개발한 무기다. 이장손은 무기 제조 기술자인데, 출몰 관련 정보가 없다.
비격진천뢰는 지름이 21㎝ 되는 구(球) 형태의 포탄이다. 위쪽에 화약을 넣는 구멍이 있고, 옆에는 도화선을 연결하는 작은 구멍이 있다. 이 포탄은 폭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목곡(木谷)이 있는데, 이게 바로 이장손의 발명품이다.
그가 만든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는 경상좌도 병마사 박진(朴晉)에게 보내져 경주성 탈환 전투에서 사용되었다. 조선 군사 1만여 명이 경주성 아래까지 육박하였으나, 적의 반격으로 안강까지 후퇴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한 무기가 비격진천뢰이다. 야음을 틈타 성벽 바짝 아래까지 침투하여 대완구로 비격진천뢰를 발사했다. 성안 객사 앞에 떨어진 비격진천뢰가 폭발하여 왜군 30여 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그 화력이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다. ‘대완구(大碗口)’는 쇠나 돌로 만든 둥근 탄알 등을 적진 깊숙이 쏘던 대형 화포(火砲)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에게 천자총통이 있었다.
목포 유달산에는 천자총통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군 복무 당시 내가 다루었던 155㎜ 곡사포와 맞먹을 정도의 크기였다. 155mm 곡사포는 4.5t 차에 견인하여 끌고 다녔다. 포탄을 장전할 때는 두 사람이 양쪽에서 들고 한 사람이 포신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나, 둘, 셋!’ 하며 힘을 모아 밀어 넣었다. 발사할 때는 길이 1m 정도의 끈을 잡아당겨 뇌관을 터뜨린다. 그러면 ‘펑’ 하는 폭발음을 내며 포탄은 날아가고, 그 반동으로 포신은 뒤로 쭉 물러났다가 회복된다. 최대 사거리 16,000m에 이른다.
진주성에도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등 크기가 다른 세 종류의 총통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어떤 자료에서 천자총통의 규격을 총의 길이 1.3m, 통신 길이 1.16m, 구경 128㎜라고 소개하는데, 목포의 그것인지 진주성의 그것인지 애매하다.
영화 ‘명량’에서 소개된 천자총통은 상당히 크고 무겁다. 따라서 육군이 사용하기보다는 수군이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학자들은 ‘조선군의 주력 화포’는 천자총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왜 그럴까? 천자총통은 화약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순신의 장계를 제시한다. 이순신은 장계에서 청동을 요구할 때 지자총통과 현자총통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수량만 적었고, 천자총통에 들어가는 수량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자총통은 청동 합금로 제작했는데, 가격이 비싸다. 또 천자총통은 장전하는 과정이 11단계로 복잡하다. 적을 상대하는 급한 상황에서는 매우 불리하다.
포탄은 어떠할까? 포탄이 크고 무거우면 폭발이 크지만, 화약이 많이 소모되고, 날아가는 거리도 짧아진다. 포탄의 재료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철로 만든 철탄은 딱딱하여 위력은 강하나, 포강을 깎아 망가뜨린다. 반면 납으로 만든 연탄은 포강을 보호하지만, 위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화약을 적게 소모하는 무기, 가벼운 무기가 사용되었을 것이다.
국방 과학의 선구자 변이중이나 이장손의 유전자가 이어진 것인지 오늘날 K-방산이 국제 방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생산한 K-2 전차 흑표를 예로 든다. K-2 전차는 2014년 대한민국 육군에 260대가 인도되어 운용 중이다. 2022년에는 폴란드에 180대를 수출한 이후 2차 180대, 3차 640대 등 수출량이 무려 1,000대에 이른다. 페루에도 54대를 수출했으며, 오만, 이집트, 인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아르메니아, 모로코, 이라크 등 다수 국가와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