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임진왜란
어떤 학자는 선조에 대하여 아주 비판적이다.
“선조의 단점은 단 한마디로 정리하면 ‘왕의 수준에 못 미치는 인성’이다. 선조가 임진왜란에서 보인 모습은 멍청해서 저지른 실수가 아니다. 똑똑한 두뇌와 정치적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을 이용하여 자기의 안위와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했다. 임진왜란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신료들을 괴롭히면서 자기 보호를 최우선했다. 국가적으로는 손해가 있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는 한이 있어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선조는 멍청해서 자기 밥그릇도 못 찾아 먹은 그런 왕이 아니라, 밥상이 엎어져도 자기 밥그릇만은 기가 막히게 움켜쥐고 있는 왕이다.”
이 학자의 지적이 너무나도 직설적이지만, 선조의 이런 행태는 필연적으로 민심 이반이 일어나게 하고 갖가지 사건이 발생하게 한다. 그중에 임해군과 순화군 납치사건, 송유진의 난 그리고 이몽학의 난을 들 수 있다.
임해군과 순화군의 납치사건은 1592년 함경도에서 일어났다. 당시 함경도는 왕의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 땅이었다. 국가적 혼란과 함께 착취당한 백성들의 반발로 일어난 비조직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이었다.
1594년에 발각된 송유진의 난은 왕자의 납치사건과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 난이 일어난 장소가 충청도 천안으로, 왕권이 미치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반란이 일어났다. 학자들은 난이 일어난 이유에 대하여 몇 가지로 설명한다.
먼저는 백성의 빈곤이다. 백성들은 왜군에게 약탈당하고 국가에 수탈당하여 끼니를 이을 수 없었다. 당시의 비참한 사정을 짐작케 하는 기록이 있어 소개한다.
“기근이 극도에 이르러 심지어 사람의 고기를 먹으면서도 전혀 괴이하게 여기지 않았다. 굶어 죽은 사람의 사체에 완전히 붙어있는 살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산 사람을 도살하여 내장과 골수까지 꺼내 먹었다.”
다른 하나는 신분 질서의 혼란이다. 나라에서는 전란을 막고자 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왜군을 잡아 오는 자에게는 신분 상승과 해방을 약속했다. 서얼이나 양인, 노비를 따지지 않았다. 오로지 전공에 따라 그리했다. 부족한 군량미를 충당하기 위하여 곡식 기부 즉 납속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비는 상민으로, 상민은 양반으로 신분을 상승시켜 주었다. 임진왜란은 노비에게 신분 해방의 기회였고, 상민들에게 신분 상승의 호기였다. 송유진이나 이몽학은 그 기회를 노렸다. 백성들의 욕구를 성취시켜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백성들을 끌어모았다.
송유진의 거사 예정일은 1594년(선조 27년)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그는 왕권을 타도하고 새 나라를 수립하여 백성을 도탄에서 구제하겠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오직 군량과 기계를 모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 난에 동조한 자는 대부분은 관원과 장수들을 증오했던 백성들이다. 왜군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가는 그들이 얄미웠기 때문이다.
송유진 일당의 근거지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표고 620m의 청계산, 경상도 함양 산청 하동 전라도 남원 구례에 걸쳐 있는 표고 1,910m의 지리산, 충청도 보은 괴산 경상도 상주에 걸쳐 있는 표고 1,058m의 속리산, 충청도 천안에 위치한 표고 699m의 광덕산 등이었다.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다.
반란의 동조자는 백성뿐만 아니었다. 충청도 조도어사 강첨의 보고에 의하면 ‘반란군들 중에 양반과 무관들도 섞여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천안에서는 무기를 관리하던 관원 송망기가 송유진 일당에 사로잡힌 일이 있었고, 본 고을 사람 중에는 자진하여 들어간 자도 있다.
송유진은 천안과 직산 사이를 왕래하면서 서울의 수비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의병장을 사칭하면서 반란세력을 규합했다. 군량미와 무기를 수집하여 많은 양을 비축했다. 그들은 서울로 침입하여 국가 전복을 꾀했다.
송유진의 난은 선조가 다스리는 나라 조선을 전복하려는 조직적인 반란이었다. 그런 만큼 동조자도 2,000여 명이나 될 정도로 많았고, 지역도 광범위했으며, 정보 수집에도 상당히 많은 힘을 쏟았다.
송유진의 난이 사전에 발각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한성의 방비가 허술한 틈을 노렸다고 했으니 어떤 상황이 도래했을지 생각해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참 아슬아슬한 시점에 발각되었다.
매슬로우는 사람의 욕구를 6단계로 분류했다.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할 욕구는 생리적인 욕구와 안정의 욕구이다. 그런 다음에 추구하는 욕구는 사회적 욕구와 존경의 욕구이며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 자아 초월의 욕구이다.
모름지기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백성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그것을 추구하되 그 방법이 건전해야 한다. 이것을 나는 거룩한 목표라고 말한다.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자는 마땅히 거룩한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삶의 현장에서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 자질을 갖추었는지 꼼꼼하게 살펴서 투표하라고 송유진의 난이 유권자를 향해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