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명량대첩, 조선 수군의 재건
수필 임진왜란 제8부
칠천량해전의 소식을 전해 들은 이순신은 나섰다. 선조로부터 교서를 받기도 전에 행동했다. 마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행적이 난중일 기에 있다. 기록된 날짜별로 살펴본다. 1597년의 음력 날짜이다.
7월 18일, 칠천량해전의 패전 소식을 들었다. 도원수 권율과 대책을 논의한 후 초계를 출발하여 삼가로 갔다. 이순신에게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는 흩어진 수군 병사를 불러 모으는 일이요, 둘째는 전함을 확보하는 일이며, 셋째는 식량과 무기도 확보하는 일이다, 이처럼 조선 수군을 재건하는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 이순신뿐이다. 그 사실을 이순신이 알고 권율도 안다. 선조도 알고 대신들도 안다.
이순신이 재건한 당시 조선 수군의 형편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칠천량해전으로) 무너진 이후 전선과 무기가 흩어지고 사라져 ……. 신은 전라 우도 수군절도사 김억추 등과 더불어 전선 13척, 초탐선 32척을 수습하여 해남현의 바닷길에서 요충지를 지키고 있었는데…"
『선조실록』 선조 30년(1597) 11월 10일 자 5번째 기사
조선 수군이 구색을 갖추었지만, ‘전선 13척, 초탐선 32척’에 불과하다. 장수도 김억추뿐이다. 반면 일본 수군 함대는 133척으로 10배가 넘는다.
이런 형편을 안 선조가 ‘육전으로 돌리라.’ 하는 명령을 내렸다. 덩달아 대신들도 ‘수군을 없애고 육군으로 합치자.’라고 주장한다. 윤두수는 ‘전선이 남았더라도 수졸이 없어서 전선을 운영하기 힘들 테니, 해역을 방어하게 하자.’라 하고, 류성룡도 ‘남은 전선을 강화도로 모아 방어하자.’라고 제안했다. 류성룡은 ‘공은 공, 사는 사’라고 하며 ‘(이순신을) 죽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자다.
이순신은 반대 의견을 낸다. 그것이 『이충무공전서』에 있다. 소리 내어 읽어본다.
“임진년부터 5·6년간 적이 감히 호서와 호남으로 직공하지 못한 것은 (조선) 수군이 그 길을 누르고 있어서입니다.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전선이 있사오니 죽을힘을 내어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 만약 수군을 모두 폐한다면 이는 적들이 다행으로 여기는 바로써, 그들은 호서를 거쳐 한강에 다다를 것이니 소신이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비록 전선의 수는 적으나 미천한 신이 아직 죽지 아니하였으니 왜적들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순신의 충절이 구구절절 전해진다. 이후 이순신 함대의 상황을 날짜별로 소개한다.
8월 20일, 이진포로 진을 옮겼다. ‘이진포’는 전남 해남군 북평면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순신은 토사곽란으로 사흘 내내 몸져누웠다. ‘토사곽란’이란 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설사하면서 배가 뒤틀리듯 몹시 아픈 질병이다. 이런 중에도 이순신은 진을 어란진으로 이동했다. 그때 ‘적이 왔다’라고 헛소문을 퍼뜨린 자가 있었다. 이순신은 그를 잡아 처형했다. 이처럼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퍼뜨린 자에게는 엄한 벌을 내려야 한다.
8월 28일, 어란진에 일본군 수색대 8척이 나타났다. ‘어란진항’(於蘭鎭港)은 전남 해남군 송지면에 있다. 조선 수군은 대항하려 하지 않는다. 이순신이 호각을 불며 대적하여 물리쳤다. 칠천량해전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게 하는 상황이다.
9월 2일, 경상 우수사 배설이 도주했다. 배설은 의병장 김면의 명령을 거부한 자이고, 칠천량 전투에서 함선 12척을 이끌고 탈영했던 자다. 그를 다스릴 시간이 없다. 이순신은 싸울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
일본군이 배 13척을 보내 시비를 걸었다. 왜 13척만 보냈을까? 일본 수군은 ‘이순신에게는 함선이 13척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 ‘조정에서 이순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사실도 알고 있다. 일본 수군은 이순신을 얕잡아보고 조롱한 것으로 여겨진다.
9월 7일, 탐망 군관 임준영의 보고가 들어왔다. ‘적선 55척 가운데 13척이 어란진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날 밤 이경(二更)에 야습이 있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하룻밤을 오경(五更)으로 나누었는데, 저녁 7~9시경을 초경, 9~11시경을 이경, 11~다음날 1시까지를 삼경이라 말한다.
그런데 조선 수군의 배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잔뜩 겁을 먹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대장선이 선두에 나섰다. 적의 전선을 구축했다.
9월 14일, 임준영의 보고가 또 들어왔다. ‘일본군은 이순신 함대를 격멸시킨 다음 서해를 따라 한강을 타고 올라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는 것이다. 만일 일본 수군이 작전이 실현했다면?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나고 소름이 끼친다.
9월 15일, 이순신은 전투 준비를 서둘렀다. 사대부들의 솜이불 백여 채를 걷어다가 물에 적셔 배에 걸고, 물이 가득 든 동아리를 많이 실었다. 이는 수군 병사를 보호하려는 조치다. 이처럼 작고 세밀한 조치가 수군의 사기를 높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했다.
이순신은 진영을 해남의 전라 우수영으로 옮겼더.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 그 내용이 『정유일기』 9월 15일 자에 있다. 당시 급박한 상황을 생각하며 소리 내어 읽어본다
“병법에 이르기를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必死則生 必生則死)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一夫當逕 足懼千夫)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그대들 뭇 장수들은 살려는 마음을 가지지 말라.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기면 즉각 군법으로 다스리리라!”
전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영웅 이순신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스스로 각오를 다지고 병사들과 함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