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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이순신을 괴롭힌 것들

수필 임진왜란

by 수필가 고병균

‘이순신을 괴롭히는 질병이 있었다.’ 영화 ‘한산’을 관람한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임○○ 전문의가 한 말이다. 그는 난중일기의 기록을 들먹이면서 위장염, 수면 장애와 불면증, 다한증 등의 질병이 이순신을 괴롭혔다고 말한다.


‘잦은 복통과 토사곽란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의 고통에 시달렸다.’

여기서 이순신을 괴롭히는 질병은 ‘잦은 복통과 토사곽란’이다. 의사는 ‘잦은 복통’의 원인은 위장염이라고 진단한다.

나도 위장염 비슷한 질병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에는 배앓이와 설사를 자주 했다. 하얀 색깔의 거품이 있는 똥을 싼 적도 있었다.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할머니는 내 배를 쓸어주시며 ‘○○이 배는 똥배, 할머니 손은 약손’ 하셨다. 그러면 신통하게도 배앓이가 나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질에 자주 걸렸다. ‘하루거리’라고 하는 질병으로 하루는 아프고 다음날은 멀쩡한 질병인데, 3학년 때는 한 달 이상 결석을 했다. 그때는 날마다 주사를 맞았는데, 오른팔과 왼팔에 번갈아 가며 맞았다. 학교에 가서는 통통 부은 팔을 친구들에게 보이며 자랑처럼 호소했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에 다닐 때는 장티푸스에 걸린 일도 있었다. 장질부사라고도 하는 장티푸스는 급성 전염병 중 하나이다. 그때는 밥맛이 없었다.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도대체 먹기 싫었다. 어머니께서 우동을 시켜 주셨지만, 보기도 싫었다.


의사는 위장염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위염과 장염이 동반하는 위장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생기는 신경성 위장염의 비중도 크다.”

“속쓰림, 더부룩함, 메슥거림, 잦은 트림, 구토 증상 등과 함께 설사가 나타날 수 있고, 위궤양이 급성으로 발현되면 토혈 및 혈변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신경성 위장염은 재발이 쉬워 만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과로와 스트레스로 잦은 음주까지 겹친다면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신경성 위장염’에 대해서는 번호를 붙여가며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1. 신경성 위염은 스트레스성 위염이라는 별명이 있다.

2. 신경성 위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되는데, 급성은 증상만 있고 위의 점막에 염증 소견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 상태이다.

3. 위장염은 위궤양을 초래할 수 있으며, 반대로 위궤양이 먼저 발생한 후 위염이 뒤따라 발병할 수도 있다.

4. 위장염의 예방은 스트레스를 잘 풀고 해소하는 것이다.

‘광주 목사가 찾아왔는데 아침 식사 전 술을 마시기 시작해 결국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취했다’ 이런 기록을 들먹이며 ‘위장병 증세가 결단코 가볍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이순신을 괴롭힌 질병 ‘토사곽란’은 식중독의 일종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로 바이러스, 급성 위장염, 콜레라 등에 의해 발병한다. 위의 내용물이 입을 통하여 갑작스럽고 강력하게 배출되기도 하고, 묽거나 붉은 변을 보기도 하고, 복부 경련 및 복통, 복부 팽만감, 현기증, 탈수,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식은땀과 몸살에 시달렸고, 자고 나면 땀으로 이불이 흥건히 젖었다.’

여기서 이순신을 괴롭힌 질병 ‘식은땀’은 다한증으로 진단한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되지만, 수면 무호흡증, 갑상선 질환, 불안 장애 등도 의심된다고 말한다.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여기서 이순신을 괴롭힌 질병은 ‘수면장애와 불면증’이라고 진단한다. 일종의 ‘자율신경실조증’ 증세라고 한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아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만성피로 안구 건조 고혈압 등의 질환을 유발하고,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약해지면, 소화불량 역유성 위염 크론병 전립선 질환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이런 증상을 통틀어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순신은 엉뚱한 이유로 의금부에 잡혀갔었고, 200명의 문무백관이 배석한 가운데 심문이 이루어졌으며, 그 심문이 이른 아침에 시작하여 다음 날 새벽까지 진행되었다. 이런 그에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백의종군의 명이 내려졌다. 설상가상으로 모친의 부고를 받았고, 아들 면이 왜군에 살해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강철 같은 체력과 바위 같은 정신력을 지녔다 해도 이런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견디어낼 수는 없다. 따라서 ‘자율신경실조증’ 중세가 나타났을 거라 진단한다. 굳이 의사의 진단이 아니라 해도 그랬으리라 충분히 짐작된다.

그런데 이순신을 괴롭힌 것은 이런 질병 말고 또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선조의 무조건적인 견제(牽制)’와 ‘문관들의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훨씬 더 모질고, 몸서리가 쳐지도록 악질적이라고 말한다.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 노량 해전에서, 왜군 장수 가토 기요마사, 고니시 유키나가, 시마즈 요시히로 등은 살아서 돌아갔다. 반면 23전 23승의 승부사였던 이순신은 전사했다. 상황이 이처럼 다르게 전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과 왜, 두 나라의 차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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